우린
아니 저는 너무 빨리 잊고 늘 일상으로 돌아갔었어요
성수대교가 무너져서 아까운생명들이 사라졌을때도
어떡해 어떡해....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고
삼풍백화점이 무너져서 또 수많은 생명들이 사라졌을때도
어떡해 어떡해....
그러다가 그러다가 그냥 일상으로 돌아가고
그저 가끔
성수대교를 건너가거나 한강을 지나가거나 삼풍백화점 있던 자리를 지나가거나 하면서
오래전에 그런 사고가 있었지 기억한자락 끄집어 내보고 그냥 다시 잊고....
해병대캠프를 갔다가 돌아오지 못한 우리아이들 소식을 듣고
또 그냥 잊고
리조트가 무너져서 우리아이들이 또 생명을 잃었는데
그냥 또 잊었어요....
그렇게 그냥 자꾸 빨리 잊고 일상으로 돌아갔어요
죽은사람은 어쩔수없지....산사람은 살아야지...
그렇게 살아보겠다고 잊었더니
그 괴물이 점점 내 곁으로 소리없이 다가오더니
어떻게 300명도 넘는 아까운 생명이
눈앞에서 수장되는 모습을 보게 만들어버리더군요...
어제 동영상을 보다가 예은아빠가 하신말씀이
그렇게 잊었더니 내아이가 죽었다고.....
이번에도 그렇게 잊으면
다음엔 당신차례일수도 있다고....
어쩌면 듣기에 불편할수도 있는 말이지만
피할수없는 진실이지요....
그래서 잊을수가 없습니다.
많은사람들은 이제 그만 잊자고 일상으로 돌아가자고
그만큼했으면 됐다고 언제까지 그 사건에 온나라가 시끄러워야하냐고....
그런데 잊을수가 없습니다.
두달아닌 두해가지나고 십년이 지나도
지금 세월호에서 공포와 두려움과 억울함으로 수장당한 아까운 생명들이
왜 그렇게 되었는지 완전히 밝혀지기전엔
잊을수가 없습니다.
그냥 시간이 지났다는 이유만으로 잊는다면
위로하며 눈물흘리는 입장에 있는 내가 우리가
위로를 받는 가슴을 쥐어뜯으며 가족을 애타게 기다리는
팽목항 체육관에 앉아있을수있기 때문에요....
제발 저 하나뿐 아니고 많은분들이
끝까지 기억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다시는 팽목항의 체육관이 생기지않게
아줌마들이 십시일반 적은돈을 모아서
대안언론을 지지하고 실종자가족들에게 물품을 보내고
혹시 경찰에 연행되지 않을까 연행되면 어쩌나 걱정하면서
저녁마다 촛불을 들고 거리에 나가는 일이
지금 이 사건이 마지막이길 간절하게 소망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