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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팽목항에 다녀왔습니다.

.. 조회수 : 3,707
작성일 : 2014-05-23 15:54:17

며칠을 팽목항에 머물렀습니다.
안산에서 봉사팀들과 같이 출발해 진도 체육관까지 다섯시간 반,
(안산에서는 1박2일 일정으로 매일 35명정도 봉사자분들을 내려 보내고 있습니다.)
다시 진도에서 팽목항까지 정확히 25분 걸렸습니다.
팽목항에서 사고가 일어난 현장은 따로 떨어져 있습니다. 한시간 반이나 걸린다는군요.
진도체육관에 식사준비등 다른일 하실분들을 일부 내려 드리고, 나머지분들은 팽목항으로 왔죠.

 

팽목항에선 상황실과 검안실 교대근무, 유족 숙소 관리및 청소등의 일을 하게 되어 있는데,
사실 일이 요즘에는 많지가 않습니다.
희생자분이 발견되는 일이 현저히 많이 줄었고, 가족이 발견된 사람은 이미 떠나서 일상으로 돌아갔기 때문입니다.
일을 찾아서, 만들어서 하지 않으면 어슬렁 대면서 멀뚱히 손놓고 있어야 하는 상황이 되는데,
부러 만들어서 하는것 그것도 한계가 있더라구요. 이 부분은 진도체육관도 마찬가지 입니다.
제가 팽목항에 있을땐 그곳에 세월호 실종자 가족이 세 가족이 있었어요. 일부는 진도에 계시고요.
아마도 진도 체육관과 팽목항을 상황에 따라서 다녀가고 머물러 있기도 하고 그러는듯 합니다.
대책회의등을 하러 올때는  이미 일상으로 떠났던 가족들이 다시 오기도 하고요.

 

현재 남아 있는 실종자 가족 수에 필요한 일의 효율성 대비를 따져 말하자면 지금 팽목항에 있는 1/4 정도의
각종 부스가 철거되도 불편하지 않을 정도입니다만, 이래저래 이유 따져서 철수 한다면 관련 가족분들이
빈 자리에서 휑하고 더 큰 외로움을 느낄테니 같이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좋겠다는 생각입니다.
지금 안산시에서 봉사자를 모집하는것은 봉사의 의미도 있지만 이 뜻도 있겠죠.
사고가 일어난 시 이니 만큼 상황실에도 사람이 24시간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시에서 나온듯한 상주 인력과 그분들과의 교대 인원도 필요하구요.
또 검안실 같은 경우는 희생자분들이 언제 발견될지 모르기 때문에 하는 일 없어도
4-6명 정도가 항시 지키고 있어야 합니다.
시신이 발견되었다는 소식이 들리면 가족분들이 이곳으로 우선 옵니다.
검안소에는 정말 일이 없고 희생자 가족들이 오면 같이 아파하고 그분들을 위로해 드리는게 일이라면 일입니다.

지나친 위로도 금지입니다.

 

봉사라구 해서 몸을 막 움직이고 분주할듯한 상황을 생각하셨다면 그 부분에서 조금 혼동이 올듯 합니다.
진도나 팽목항쪽에 봉사가실 분들 참고하시면 좋겠네요.

 


팽목항 이모저모

 

팽목항에 있는 조립식 주택은 유족들과 관련된 분들이 잠시 한 두채 정도만 이용할뿐 잘 쓰지는 않습니다.
일부의 조립식 주택은 티비도 있고 에어컨도 있고 시설은 그럭저럭 되어 있습니다.
청소하려고 문을 여는데 기자들이 일제히 저를 보고 카메라 셔터를 누르는 소리가 요란하더군요.
이것저것 몇가지 묻는데 퉁명스럽게 대답했습니다.
어지간히 취재거리 없나보다 했습니다.


팽목항에서는 저희가 직접 식사는 만들지를 않았습니다.
다른데서 오신 분들이 피해자 가족분들 만을 위한 식사를 전담했구요,
여기도 매우 한적했습니다. 사실 세가족 정도 되는 식사니 그게 얼마나 되겠어요.
식사 관련뿐만 아니라 거의 대부분의 부스가 한적합니다.
각종 단체에서 (회사 모임, 종교등등) 와서 식사를 준비해주는 곳이 지금 생각해보니 다섯군데 정도는 되어 보입니다.
자원봉사자들과 각종 구조업무 등을 하는 사람들은 이중에서 맘에 드는곳을 골라 식사를 하게 됩니다.

 

헬기 소리가 들리면 실종자가 발견되어서 태우러 가는것일 수도 있기 때문에 일제히 긴장합니다.
검안소 앞에 옆으로 쭈욱 서서 가족분들을 기다립니다.
요즘 발견되는 희생자분들의 상태는 차마 말로 할 수 없을 만큼 보기가 힘들답니다.
머리카락도 거의 빠지고..
물속에 오래 있었기때문에 조금만 건드려도 신체가 많이 망가진다고 해요.
옷입고 있던 피부 부분이 그나마 괜찮은 정도...

 

함께버거 아저씨를 만났습니다.
짧은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고생한다 하니 뭘요 하면서 멋적은 웃음을..
제가 간 날은 버거를 만들지 않으시더군요.
그 다음날도.. 무슨 사정인가 봤더니,
식당차 등 음식 만드는 사람들한테 식약청에서 사람이 나와서 음식 조리 환경이 어떻다느니,
시설이 어쩌구 하면서 한소리 했다더군요.
지금 그런걸 따질때가 아닌데 하면서 사람들한테 욕 바가지로 먹었습니다.

 

어떤분께서 잠수사들 잘 드셔야 한다며 삼겹살인지 고기 50키로를 보냈던 모양입니다.
그런데 잠수 관련된 그쪽 관리인지 누가 잠수하는 사람은 돼지고기 먹으면 안된다며 고기를 못 먹게 했다더군요.
물속에 들어가서 잠수하는 사람이 돼지고기를 먹으면 압력때문에 몸의 장기가 쪼그라 붙는다면서 이상이
온다나 어쩐다나..
그럼 각종 요리에 들어가는 돼지고기는 어찌된거냐 하니 말을 못했다고 해요.
의료 관련된 일을 하시는 분에게 물어보니 돼지고기만 특별히 그럴 일은 없다 라며 듣도 보도 못한 일이라네요.

 

82쿡에서 후원한 각종 물품이 생각나 팽목항 상황실 사람들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그런 물품이 있을거라는 것조차 모르는 눈치더군요.
우리가 보냈으니 와 있을거다 보급소에 가서 스킨도 달래보고 선크림도, 반바지도 달라고 해봐라 하니
보급소에서 쪼매난 샘플 한병과 각종화장품 비닐포장된 샘플이 한데 들어있는 작은 상자 몇개를 보내왔는데 좀 허접했어요.
82에서 보낸 물품이 아니였는데 왜 이것뿐이냐고, 다른 물품은 없더냐 하고 말하는것도 지나치게
생색내는듯 해서 이내 그만 두었습니다.
아마도 진도체육관에서 팽목항까지 원할한 보급이 이루어지지 않을때도 있는듯 했습니다.

 

각종 후원 물품이 말 그대로 발에 치이고 차고 넘칩니다.
이리가도 보이고, 저리가도 보이고,,
음료, 빵, 토마토, 생수, 약종류, 각종 일회용품, 핫팩, 모기향류, 슬리퍼, 양말, 수건, 과자, 차등등..
몇년을 써도 남을 정도로 많고 오히려 공해라는 생각이 들 정도였습니다.
이건 순수한 저의 생각이기도 합니다만 이제 후원물품은 특별히 그곳에서 급하게 이런 부분이 필요합니다 하면서
도움을 요청하는것 외에는 보류했으면 좋겠습니다.
(정말 필요한 물품들은 가족이 집에 다녀오고 하면서 가지고 오는 경우도 있습니다.)
차라리 그 금액으로 그분들을 위한 진실을 써 주시는 독립언론 등에 더 후원을 하는게 낫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이번 세월호 사건으로 그런 언론등이 얼마나 큼 힘을 하는지 아셨을 테니까요.
후원물품도 좋지만 다른 방식으로 그분들을 위해서 힘쓰는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라 생각합니다.

 

먹을거리로는 특별히 그곳에서 인기있는 품목이 있었는데, CJ에서 나오는 맛밤과 손가락 굵기만한 15센티
정도 되는 비닐포장된 소세지를 가족분께서 잘 드셨습니다.
(그것들만 입맛에 맞는다고 하시네요)

 

팽목항 바다에 안개가 그득했습니다.
비도 왔었고, 새벽이니 더 그러했을거라 생각했는데 왠일인지 낮에 해가 내려 쬐는데도
바다엔 그 안개가 이상하게 사라지지 않고 있었어요.
어느 누군 희생자들의 넋이라 하였습니다.

 

밤에 팽목항 방파제끝에서 어느 어머님이 얼굴을 땅에 묻고 기도를 하고 있는데 어깨가 들썩이더군요.

 

봉사자들이 잠을 자는 천막 숙소는 커다란데 가운데에 커텐 비슷한걸 쳐놓고 한쪽은 여자 한쪽은 남자가 잡니다.

비가 오면 물이 조금 새요.
벽쪽엔 바람에 날리고 비도 들이쳐서 청테이프로 여기저기 땜방합니다.
그곳에서 사진을 찍는건 예의가 아니니 숙소에 돌아와 벽 사진과, 씻으로 들어간곳에서 전화하러 폰 들고가서

우연히 그곳 사진 한장 찍었네요.
http://cfile209.uf.daum.net/image/261E9947537EEDE32E0B34

 

스무살 아가씨가 그곳에 있었습니다.
사건 초기부터 있었다고 합니다.
학교는 다니지 않고 있고, 졸업하고 패션 디자인 관련 공부를 학원서 하다가 그만두고 팽목항에 와 봉사팀에

합류해 일 하고 있었습니다.
너무 어린 아가씨 인데 실종자분들 다 찾을때까지 있겠다고 하는데,
어른된 입장에서 그 아가씨가 하는대로 지켜봐야 하는지 고민이 되더군요.
한 실종자 가족분께서는 아직 어린데 집으로 돌아 가라고 해도 안 가고 있다고 하는데,
누가 따끔하게 차라리 혼을 내서  집으로 돌려 보내야 하는건 아닌가도 싶었습니다.
스무살.. 아직 어린 나이잖습니까. 해야할 것도 만나봐야할 것도..
공부도 해야하고 이번 사건으로 인한 사고 처리라던가 잘못한 사람들을 혼내는 일, 봉사하는 일..
자잘한 업무 등등.. 어둡고 힘든 짐은 어른들이 지고 나눠야 할 일이지 그 이쁜 젊은이에게
힘든 짐을 지어주고 싶지가 않다는 생각입니다.
이제 그만 일상으로 돌아갔으면 좋겠습니다.

 

노무현 대통령 추도식 방송을 보고 있습니다.
우리 가슴은 아직 뜨거운데..
보고 싶은 사람이 많습니다.

- 끝.

IP : 218.209.xxx.45
1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1
    '14.5.23 4:01 PM (121.162.xxx.100)

    아 팽목항 그 곳이 머리속에 그려지네요 ... 마지막 한명까지 다 가족품으로 어서 돌아오길,,, 고생많으셨어요 글 감사합니다

  • 2. 트랩
    '14.5.23 4:04 PM (124.50.xxx.55)

    숨이 막히고......휴....머라고 드릴말씀이 없네요,..................................... 휴...흠....................한숨만 나네요.....................................

  • 3. 아..
    '14.5.23 4:12 PM (118.223.xxx.109)

    눈물납니다. 마지막 한분 올라오실때까지 우리들 마음도 그곳에 함께 있답니다.

  • 4.
    '14.5.23 4:14 PM (115.136.xxx.176)

    장거리 오가고 머무르는 동안 몸과 마음 모두 고생 많으셨겠어요..글만 읽어도 그곳의 모습이 생생하게 그려져 마음이 아프네요ㅠ 소식 전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5. .................
    '14.5.23 4:16 PM (58.237.xxx.199)

    자세한 설명 감사합니다.
    고생하셨어요.
    남은 식구들이 다 잘되었으면 좋겠어요.

  • 6. ㅠㅠ
    '14.5.23 4:17 PM (122.36.xxx.150)

    고맙습니다. 인사하고 싶어서 로그인 했어요 정말.
    돌아갈 일상이 어딨겠습니까. 무얼 하고 있어도 가슴 한켠에 늘 자리하고 생각하고 있는걸요.
    희생자 가족분들이 너무 외롭지 않으셨음 하는데ㅠㅠ 뭘 어째야 할지 모르겠습니다.
    원글님 감사합니다.

  • 7. ........
    '14.5.23 4:20 PM (116.38.xxx.201)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팽목항에 모습이 눈에 보이는듯하네요..가슴아픔..그리움까지도요.
    아...정말 왜이런일이 일어났을까요..
    마지막실종자까지 무사히 돌아올수있게 기도하겠습니다..

  • 8. 유지니맘
    '14.5.23 4:26 PM (211.36.xxx.225)

    먼길 수고하셨습니다
    봉하에서 올라오는길
    반가움에 글 읽다가 82모금에서 보내드린 물품 이야기가 있어 이리저리 알아보았습니다
    팽목항과 진도체육관에 5개조가 근무하신다고 하고
    어느곳에서 물품이 보내진건지는 물건접수받으시는곳 말고는 모르실꺼라 하셨고
    현재 저희가 보낸 물품중 일부 수량은 지급이 안된 상태라고 하시네요
    츄리닝긴바지는 지급이 끝났고
    나머지 물품들은 일부 지급
    이차저차 이유는 충분하셨으나
    일단 이유가 어찌 되던지 나머지 물량 다 먼저 지급될겁니다
    일회용샘플 허접한 물건 보내지 않았구요
    저희 물품은 좋은 제품으로만 보냈음은 확실합니다

    이상 통화하는 내용은
    저혼자만의 통화가 아니였고
    봉하에서 부산가는 뮤즈82님의 차에서
    가브리엘라님과 같이 들으신 내용입니다

    핸드폰으로 작성하느라
    부산 도착하면 새글로 올리겠습니다

  • 9. 유지니맘
    '14.5.23 4:29 PM (211.36.xxx.225)

    일부지급이 완료된 시점에서
    혹시 여쭤보신 상태일수도 있을 경우도
    생각해보고 있습니다
    여하튼 저랑 통화하신분께서
    혹여 82에서 보낸 물품에 대한 확인이 필요하신 분께는 본인의 연락처를 주셔도 된다는 말씀 주셨으니
    쪽지 주셔도 됩니다

  • 10. 아프고또아프고
    '14.5.23 4:29 PM (121.150.xxx.240)

    실종된 가족을 하염없이 애타게 기다릴 유가족분들ㅠ
    얼마나 아프고 가슴이 타들어 가실까요.
    순간순간 왜 이곳에서 이자리에서 애타는 기다림을
    해야하나 얼마나 비통하실까요.
    아...ㅠㅠ

  • 11. 천개의 바람
    '14.5.23 4:41 PM (119.201.xxx.46)

    고생하셨습니다 남은 가족들도 부디 다 돌아오시길 빕니다

  • 12. 에휴..
    '14.5.23 5:04 PM (125.177.xxx.190)

    언제나 한숨이..
    고생하셨어요~

  • 13. 감사합니다.
    '14.5.23 5:11 PM (114.206.xxx.60) - 삭제된댓글

    세상을 사는 의미를 조금 깨닫게 됩니다
    감사합니다. 20살 아가씨에게 부끄럽습니다

  • 14. 아...아...
    '14.5.23 6:32 PM (223.62.xxx.33)

    눈물이 또 납니다....

    감사합니다

  • 15. 바다 건너에서
    '14.5.23 10:03 PM (50.166.xxx.199)

    애만 태우고 있는 저로서는 원글님 포함한 유지님맘님과 다른 모든 82회원님들께 참으로 감사한 마음 뿐입니다.
    여기서 할 수 있는 게 고작 돈 몇푼 보내드리고 집회에 참가하는 것 정도일 뿐 그저 슬퍼하고 기억하고 아는 지식 퍼뜨리는 것이 전부인데 몸과 시간, 정성 보태서 도우시는 분들 정말 감사드려요.
    차분하고 꼼꼼한 설명 잘 읽었고 읽으면 읽을수록 국민들은 다 발벗고 나서서 돕는데 정작 '정부' '나라'만 쏙 빠져 나몰라라 하는 모습이 더욱 화나게 합니다.
    구조때도 일을 하지 않으면서 외부의 도움을 거절하더니만 거기서도 또 그러는군요. 하지 못하면 막지나 말 것이지..이번일로 정말 인간의 실체가 적나라하게 드러나더군요.

    휑한 그곳에서 힘겨워하실 남은 실종자 가족분들이 걱정되고 이 사고로 정말 많은 국민들이 충격을 받고 상처를 받았음을 다시 한번 느낍니다.
    님의 발걸음이 그분들께 큰 힘이 되었을 것입니다.
    무엇보다 실종자가족분들, 유가족분들이 원하시는 것처럼 국민들이 이 사고를, 아이들을, 부모님들을, 범인들을 잊지말고 기억하는 것이 정말로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이 사고가 다시 일어나지 않게 하는 수준이 아니라 이런 사고가 일어날 수 밖에 없었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그 모든 것을 없애고, 고쳐야 겠기에 저도 잊지 않겠다는 다짐을 다시 한번 합니다.
    애쓰신 모든 회원님들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 16. bluebell
    '14.5.23 11:39 PM (112.161.xxx.65)

    애쓰셨습니다..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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