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안합니다.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선장과 선원들은 회사와 입을 맞춰야 합니다. 승객들에게 탈출 신호를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벽을 잡고 버티던 많은 아이들의 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하고는 사라집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합니다. 총리는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안전행정부는 해양수산부에 미루고, 해양수산부는 다시 해양경찰청으로…. 해경은 자신과 친한 구조업체를 데려와야 하고, 해군은 그 업체에 양보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 희생자의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새까만 바다 속으로 잡혀 들어갑니다. 교육부는 여객선 참사를 막기 위해 수학여행을 금지했습니다. 조작한 증거로 간첩을 만들던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고작 정직 1개월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밀양 주민이 송전탑 때문에 음독자살한 사실을 숨기기만 했습니다. 삼성은 SDS를 상장해 3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 자녀는 최소 2조원의 부당이득을 봅니다. 설계수명(30년)을 다한 서른일곱 살짜리 고리원전 1호기는 재가동됐습니다. 새누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긴급하게 처리해야 한답니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아들만 찾아줍니다. 검찰은 청와대가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상을 치르다 말고 영정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동학혁명 때도, 3·1운동 때도, 군사 쿠데타 때도, 독재 정권이 살인을 할 때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도, 군사정권이 고문을 할 때도, 국정원이 부정선거를 저지를 때도…. 영화 에서 꼬리 칸의 민중들이 앞 칸으로 전진할 때도. 가만히 있으라!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만 갇힌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탐욕과 부패 그리고 무너진 도덕에 갇힌 것입니다. 서해훼리호에서, 성수대교에서, 삼풍백화점에서, 대구지하철에서, 마우나리조트에서…. 제가 잘해서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안산에서, 시청에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른으로서, 아버지로서, 기자로서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밥 먹는 게, 화장실 가는 게 그리도 미안했습니다. ‘사는 게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우리나라가 그렇지’ 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저녁숲 조회수 : 1,968
작성일 : 2014-05-18 02:28:36
IP : 112.145.xxx.2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저도
'14.5.18 2:37 AM (125.177.xxx.96)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간절한 바람은 이뤄진다고했지요? 우리가 가진건 그야말로 쪽 수 밖에 없으니 다같이 간절히 바래고 소리내어 외칩시다. 부정부패비리는 물러가고 사람다운세상 약자를 위한 세상이다 라고.2. 한마디
'14.5.18 6:32 AM (211.36.xxx.245)진우님은 면제권 있습니다.
애많이 쓰셨고 목소리 많이 내셨습니다.
그네바라기들이 만든거라봅니다.3. 나무
'14.5.18 9:37 AM (115.23.xxx.228)명문입니다.........
퍼갑니다. 주진우 기자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429617 | 아무리 생각이 다양하다지만.... | ... | 2014/10/23 | 444 |
429616 | 말랑카우에 빠졌어요ㅋ 6 | ㅇㅇ | 2014/10/23 | 1,972 |
429615 | 이런 증상에 병을 아세요? 2 | 무서워요 | 2014/10/23 | 986 |
429614 | 새벽에 넘 무섭다고 쓴이예요, 오늘 정신과 가보려는데요 6 | 보험 | 2014/10/23 | 2,285 |
429613 | 혹시 대형마트 신용 불량자.. 2 | TT | 2014/10/23 | 1,345 |
429612 | 한번 처진 살은 다시 안돌아오는거죠? 1 | 약밥 | 2014/10/23 | 1,146 |
429611 | 중학교전입신고는 언제까지 하 면 되나요? 1 | thepre.. | 2014/10/23 | 2,354 |
429610 | 엄마 죽어도 아무렇지않을 거 같은 분 계세요? 4 | 사과2345.. | 2014/10/23 | 2,286 |
429609 | 전기공사 하시는분... | 전기공사 | 2014/10/23 | 975 |
429608 | 중동에 주상복합 3 | ... | 2014/10/23 | 1,010 |
429607 | 기형아 출산 유발 '나쁜 혈액' 올해도 124건 사용 1 | .. | 2014/10/23 | 1,129 |
429606 | 혹시 번역 전문으로 하시는 분... 얼마나 받으시나요 11 | 번역 | 2014/10/23 | 5,386 |
429605 | 2014년 10월 23일 경향신문, 한겨레 만평 1 | 세우실 | 2014/10/23 | 496 |
429604 | 중고딩 동복자켓 입히시나요? 3 | .. | 2014/10/23 | 984 |
429603 | 오늘 송채경화 기자 생일인듯 ㅡ 축하합니다 6 | 생일축하 ~.. | 2014/10/23 | 3,155 |
429602 | 스텐레스 가스레인지 말고 | 깔끔하게 | 2014/10/23 | 648 |
429601 | 주부님들.. 살이 너무 없어서 고민인 부위 있으신가요? 17 | 살 | 2014/10/23 | 2,273 |
429600 | 카드 영업하는 지인이.. 12 | 화가난다 | 2014/10/23 | 4,205 |
429599 | 설탕대신 올리고당을 많이 쓰게되는 이유 8 | 설탕 | 2014/10/23 | 3,170 |
429598 | 아기고양이 6 | 망고 | 2014/10/23 | 976 |
429597 | 새벽에 깨면 우울증일수도 있을까요? 5 | 질문 | 2014/10/23 | 2,292 |
429596 | 솔직히 제사 너무 싫어요 29 | 징글징글 | 2014/10/23 | 7,112 |
429595 | 디플로마트, 물 건너간 대통령의 해경 해체 약속 1 | 홍길순네 | 2014/10/23 | 650 |
429594 | 최근에 만난 친구들.. 인복이란.. 10 | ㅇㅇ | 2014/10/23 | 6,498 |
429593 | 친구가 점점 싫어지네요 20 | 2014/10/23 | 6,50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