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저녁숲 조회수 : 1,804
작성일 : 2014-05-18 02:28:36
미안합니다.반성합니다 by 주진우

세월호가 침몰합니다. 선장과 선원들은 회사와 입을 맞춰야 합니다. 승객들에게 탈출 신호를 보낼 겨를이 없습니다. 벽을 잡고 버티던 많은 아이들의 손가락이 부러졌습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바닷속으로 들어갑니다. 대통령은 선장을 살인자로 지목하고는 사라집니다. 청와대는 컨트롤타워가 아니라고 합니다. 총리는 그만두겠다고 합니다. 안전행정부는 해양수산부에 미루고, 해양수산부는 다시 해양경찰청으로…. 해경은 자신과 친한 구조업체를 데려와야 하고, 해군은 그 업체에 양보해야 합니다. 그러는 사이 희생자의 어머니는 대통령에게 무릎 꿇고 아이를 살려달라고 애원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아이들이 새까만 바다 속으로 잡혀 들어갑니다. 교육부는 여객선 참사를 막기 위해 수학여행을 금지했습니다. 조작한 증거로 간첩을 만들던 이시원·이문성 검사는 고작 정직 1개월을 받았습니다. 경찰은 밀양 주민이 송전탑 때문에 음독자살한 사실을 숨기기만 했습니다. 삼성은 SDS를 상장해 3세에게 경영권을 승계한다고 합니다. 이건희 회장 자녀는 최소 2조원의 부당이득을 봅니다. 설계수명(30년)을 다한 서른일곱 살짜리 고리원전 1호기는 재가동됐습니다. 새누리당은 KBS 수신료 인상안을 긴급하게 처리해야 한답니다. 청와대는 검찰총장 아들만 찾아줍니다. 검찰은 청와대가 불법을 저질러도 괜찮다고 합니다. 세월호 유족들은 상을 치르다 말고 영정을 들고 청와대 앞에서 밤새도록 울어야 합니다. 가만히 있으라!

동학혁명 때도, 3·1운동 때도, 군사 쿠데타 때도, 독재 정권이 살인을 할 때도, 5·18광주민주화운동 때도, 군사정권이 고문을 할 때도, 국정원이 부정선거를 저지를 때도…. 영화 에서 꼬리 칸의 민중들이 앞 칸으로 전진할 때도. 가만히 있으라!

단원고 학생들이 세월호에만 갇힌 것이 아닙니다. 대한민국의 탐욕과 부패 그리고 무너진 도덕에 갇힌 것입니다. 서해훼리호에서, 성수대교에서, 삼풍백화점에서, 대구지하철에서, 마우나리조트에서…. 제가 잘해서 살아남은 게 아닙니다. 진도 팽목항에서, 진도 실내체육관에서, 안산에서, 시청에서 가만히 있었습니다. 어른으로서, 아버지로서, 기자로서 죄스러워 고개를 들 수도 없었습니다. 밥 먹는 게, 화장실 가는 게 그리도 미안했습니다. ‘사는 게 그렇지’ ‘세상이 그렇지’ ‘우리나라가 그렇지’ 하며 가만히 있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IP : 112.145.xxx.27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도
    '14.5.18 2:37 AM (125.177.xxx.96)

    미안합니다. 반성합니다.
    간절한 바람은 이뤄진다고했지요? 우리가 가진건 그야말로 쪽 수 밖에 없으니 다같이 간절히 바래고 소리내어 외칩시다. 부정부패비리는 물러가고 사람다운세상 약자를 위한 세상이다 라고.

  • 2. 한마디
    '14.5.18 6:32 AM (211.36.xxx.245)

    진우님은 면제권 있습니다.
    애많이 쓰셨고 목소리 많이 내셨습니다.
    그네바라기들이 만든거라봅니다.

  • 3. 나무
    '14.5.18 9:37 AM (115.23.xxx.228)

    명문입니다.........
    퍼갑니다. 주진우 기자님...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0778 집주인이 수리를 해 주지 않고 만기 전에 나가라고 합니다 8 도와주세요 2014/06/23 2,046
390777 제가 예민한가요 37 아이고야 2014/06/23 11,549
390776 혹시 기도 부탁드려도 될까요 10 · · 2014/06/23 1,691
390775 (긴급)결제한 카드를 꼭 들고 가야 하나요 7 오솔길 2014/06/23 1,372
390774 ( 잊지않겠습니다 7 ) 오늘은 사제가 꿈이였던 성호입니다..... 15 ... 2014/06/23 2,348
390773 복분자 많이 드세요!! 5 갱년기신분들.. 2014/06/23 3,954
390772 팬할리곤스 앤디미온향수 쓰시는 분 계신가요? 2 흑흑 2014/06/23 2,745
390771 통번역대 나와도 굶을수 있다고 6 fsa 2014/06/23 3,430
390770 수비수의 클래스 차이 1 관찰자 2014/06/23 1,201
390769 아이허브같이 직배송 사이트 또 뭐있나요?? 1 mm 2014/06/23 1,420
390768 신혼소파 4인용은 무리인가요?ㅠㅠ 11 2014/06/23 2,501
390767 뭔가요 지금 문참극이 그대로 쓸 참인가요?? 7 혈압상승 2014/06/23 2,153
390766 의료민영화 첫 여론조사가 나왔어요. 15 푸른하늘.... 2014/06/23 2,982
390765 서정희씨요.. 31 봄날이간다 2014/06/23 21,243
390764 선천성 이루공 잇으신분 ㅜㅜ 7 오이 2014/06/23 17,864
390763 정도전 보시는 분~ 45회를 보면서.. 8 슬픈 오버랩.. 2014/06/23 1,460
390762 사망 민간 잠수사 아들이 쓴 글 보셨나요? 놀랍네요... 29 ... 2014/06/23 12,455
390761 시조카 아들 돌잔치 6 흐린날 2014/06/23 2,519
390760 남편과의 신뢰를 회복하는 방법? 12 2014/06/23 4,240
390759 궁전에서 파티가 열려요 ...영어로 부탁드릴게요. 16 ... 2014/06/23 2,548
390758 혹시 강남역 2번 출구앞 짱구네 포장마차 아시는분~ 급해요.T .. 5 오로라리 2014/06/23 1,710
390757 (빨래)이럴땐 어떻게 하시나요? 8 무지개 2014/06/23 1,720
390756 (급질)이럴때 학원 그만두고 바로 옮겨야 할까요 1 학원 2014/06/23 1,298
390755 다시 태어난다면 끊임없는 스테미나와 체력으로 2 이번 월드컵.. 2014/06/23 1,639
390754 축구에서 우리나라 16강 가는거 보다.. 학연,인맥이 더 중요한.. 5 ... 2014/06/23 2,0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