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한달만에 건진 여동생.. '슬픈 반가움'

잊지않을게요. 조회수 : 5,445
작성일 : 2014-05-16 17:48:17
14일 오후 8시쯤 전남 진도 팽목항의 세월호 실종자 가족 천막에서 대학생 A(여)씨가 분주하게 짐을 싸고 있었다. 옷가지와 신발 등을 챙기니 세 박스가 됐다. 빠진 것 없나 살펴보는 A씨를 다른 실종자 가족 4명이 부러운 듯 바라봤다. 손에 깍지를 끼고 TV를 보던 한 가족이 말했다. "갈 사람은 가는구나." A씨 입가에 희미한 웃음이 번졌다.

이날 오후 수습된 시신 5구 중에 단원고 2학년인 A씨의 여동생(17)이 있었다. 바다 속에 너무 오래 머문 탓에 최근 수습되는 시신은 훼손이 심해서 주요 신체 부위만 사진을 찍어 가족에게 보여준다. 이후 DNA 검사로 신원을 최종 확인한다. A씨는 시신 사진을 보고는 동생인 줄 한번에 알아봤다. 사고 후 한 달 동안 늘 꿈에서 보던 그 동생이었다.

A씨는 지난달 16일 사고가 나자마자 고모와 함께 팽목항에 왔다. 이곳에서 보낸 한 달은 고통의 연속이었다. 하루하루 피가 마르는데 명확한 구조 대책도 없이 현장에 '발도장'만 찍는 일부 정부 인사들 때문에 울화가 터졌다. 오락가락하는 실종자 수, 점점 드러나는 해경의 안일한 대처가 그를 더 힘들게 했다.

A씨는 팽목항에서 한 달간 잠은커녕 식사도 잘 못했다. 매정한 바다를 바라보며 울다보니 이젠 눈물도 말랐다. 시신을 찾은 가족들이 하나둘 떠나갔고 천막은 이제 텅 비었다. '왜 우리 동생은 안 올까' 하며 자책하는 게 일과였다. 그러다 갑자기 동생이 발견됐다는 연락을 받은 것이다.

15일 오전 다시 만난 A씨는 밝은 표정이었다. DNA 검사 결과 동생이 맞다는 전화를 받았다고 했다. 오랜만에 자원봉사자가 챙겨주는 식사를 했고 항상 질끈 묶고 있던 머리띠도 풀었다. 한 달간 신었던 파란 슬리퍼를 벗고 빨간 샌들을 신었다. 웃으며 고모에게 농담도 했다. 동생을 다시 본다는 흥분이 얼굴에 드러났다. 한 실종자 가족은 "시신이라도 찾는 게 남은 가족들의 마지막 바람"이라며 "그 기대에 의지해 하루하루 산다"고 말했다.

오전 10시30분쯤 A씨가 짐을 들고 천막을 나섰다. 바로 앞에서 담배를 피우던 다른 실종자 가족에게 말을 건넸다. "먼저 갈게요, 미안해요." 걸음을 잠시 멈춘 A씨는 천막 안을 다시 돌아봤다. 한 달간의 마음고생이 떠올라서다. 대한약사회 부스에서 영양 음료를 한 병 마시고 멀미약을 챙긴 A씨는 차를 향해 뛰기 시작했다. 그는 "빨리 우리 동생 보고 싶어서요"라고 했다. 지나가던 한 실종자 가족이 A씨를 향해 인사를 건넸다. "고생하셨습니다. 부럽습니다." 이제 남은 이들에겐 물속의 시신을 찾은 걸 축하하고 부러워할 일이 됐다.

팽목항을 떠나면서 A씨가 남긴 마지막 말은 "잊지 말아 달라"는 것이었다. "조금만 지나면 지방선거나 월드컵 때문에 우리 아이들에게 이런 사고가 있었다는 사실조차 사람들 기억에서 지워지지 않을까요? 제발 기억해주세요. 잊지 말아주세요."


진도=국민일보 쿠키뉴스 박세환 기자foryou@kmib.co.kr

========================================================================

절대로 잊지 않을게요.. 
IP : 129.69.xxx.141
2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ㅇㅇ
    '14.5.16 5:56 PM (223.62.xxx.90)

    참으로 슬프네요 ㅜㅜ

  • 2. 태양
    '14.5.16 6:00 PM (61.76.xxx.219)

    저 언니도 아직 어린 나이인데...ㅠㅠㅠㅠㅠㅠㅠㅠ

  • 3. ㅇㅇㅇ
    '14.5.16 6:04 PM (180.69.xxx.110)

    잊지않을께요

  • 4. 두아이엄마
    '14.5.16 6:08 PM (121.167.xxx.86)

    시신 찿아서 기쁜 나라는 전세계 통털어 우리나라 뿐...있어서는 안될 일이..2014년 우리나라 현실

    이런 개떡같은 나라...여기서 살겠다고 아우성치는 국민..

    아! 현실이 참 슬퍼요...기득권자들만 이곳에 버려두고 자기들끼리 물어 뜯고 싸우라고 하고 선량한 국민들만

    데리고 정말 좋은나라 만들어 따로 나가 살고 싶어요...

  • 5. ㅇㄹ
    '14.5.16 6:09 PM (211.237.xxx.35)

    부모님은 안계신건가요? ㅠㅠ
    아 더 가슴이 찢기네요. ㅠㅠㅠㅠㅠㅠ
    저 언니도 어린나이에요. 20대 초반 물론 법적으론 성인이라고 해도
    18살 아이들이나 20대 초반 스물 스물하나 스물둘이나 비슷한 나이임 ㅠㅠ

  • 6. ㅠㅠ
    '14.5.16 6:12 PM (112.216.xxx.46)

    저 가족들이 그나마 웃을수 있는 나라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겠습니다.
    잊지 않겟습니다

    그리고 죄송합니다

  • 7. 잊지 않을거에요
    '14.5.16 6:29 PM (61.79.xxx.76)

    시체라도 찾으니 기뻐서..눈물나네요.
    꿈에서는 늘 보였던 가 봐요.
    얼마나 서로 한이 맺혔으면..

  • 8. ..
    '14.5.16 6:33 PM (112.171.xxx.195)

    마지막까지 기다리시게될 가족분이 걱정됩니다.
    체육관도 점점 비어갈텐데...어쩌나요...

  • 9. ...
    '14.5.16 6:42 PM (223.62.xxx.7)

    동생시체 찾은것이 기뻐할 일이라니.......
    이게 도대체 ........

  • 10. 젠장
    '14.5.16 6:47 PM (218.51.xxx.5)

    의도적으로 늦게 찾는게 아닌가 라는 생각이 들 정도네요.
    이렇게 무뎌지게 만드는....ㅠㅠㅠㅠㅠ

  • 11. 아...
    '14.5.16 6:53 PM (211.36.xxx.51)

    무슨 이런 슬픈 일이 있나요

  • 12. ㅠㅠㅠ
    '14.5.16 7:04 PM (110.15.xxx.54)

    마음아픕니다...

  • 13. 너무나
    '14.5.16 7:24 PM (125.132.xxx.110)

    마음이 아프네요!!

  • 14. 지난
    '14.5.16 7:29 PM (121.161.xxx.115)

    한달이 어땠을까 생각하니;
    저또래의 아이가있고 죽은동생또래의 아이가 있는 저로써는 기만 막힐따름입니다
    이사회는 공동체의 안전조차 책임지려하지않는
    어주 이상한 집단입니다~;

  • 15. 아ㅠㅠㅠㅠ
    '14.5.16 8:05 PM (59.0.xxx.42) - 삭제된댓글

    불쌍하고 짠한 우리 딸들 아들들, 저언니 품에 꼭 안아 주고 싶어요.
    자기도 아직 어린앤데 동생만나니 기뻐서.. 어떡하나요? 아 어떡해 ㅠㅠ

  • 16. 돌돌엄마
    '14.5.16 8:21 PM (112.153.xxx.60)

    정말 눈물나네요...

  • 17. ㅁㅁㅁㅁ
    '14.5.16 8:49 PM (122.34.xxx.27)

    미안하다
    미안하다 얘들아 ㅠㅠ

  • 18. 00
    '14.5.16 9:32 PM (61.254.xxx.206)

    아까 방송에 나온, 편지 써놓고 수학여행 간 여학생인가보네요

  • 19. ...
    '14.5.16 10:12 PM (114.207.xxx.77)

    미쳐버리겠다 정말ㅠㅠ

  • 20. 그래요
    '14.5.16 10:35 PM (119.198.xxx.185)

    잊지 않을께요.
    월드컵,
    지방선거는 충실히 그임무를 다 하더라도 잊 않을겁니다.
    어떻게 잊나요.
    못잊어요....
    남은 실종자들도 제발 가족들에 품에 안기길 기도합니다....종교는 없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9517 뚜레즈르 빵집 황당한일 52 인천 2014/10/22 13,498
429516 이가방 어떄요? 8 2014/10/22 1,309
429515 국을 너무 좋아해요 6 ... 2014/10/22 1,244
429514 성격차이로 이혼요구시 협의 안되면 이혼못하나요? 7 어렵네요 2014/10/22 2,323
429513 김혜림이 미녀가수였나요? 16 ... 2014/10/22 3,474
429512 맨 얼굴에 썬크림만 바르면 안되는건가봐요ㅠㅠ 10 루나 2014/10/22 8,791
429511 부동산 추가대책이 또 나올건가봐요. 9 .... 2014/10/22 2,898
429510 애기 백일을 앞두고. 6 감기조심 2014/10/22 974
429509 여x스더 병원이요 듣기론.. 31 pp 2014/10/22 18,134
429508 가벼운 가방..요것빼고 있나요? 8 끄응 2014/10/22 2,536
429507 차라리 나도 살기싫어봤으면 싶은 참 야속한날들입니다 9 김흥임 2014/10/22 2,141
429506 클라라 스타일 좀 바꾸면 7 안타까움 2014/10/22 2,663
429505 마포래미안푸르지오 아시는분 계신가요? 1 현석맘 2014/10/22 1,614
429504 아주 약간의 패딩이 들어간 슬림한 트렌치코트 어디서 살 수있을까.. 3 20만원내외.. 2014/10/22 1,355
429503 코인빨래방 이불세탁기 깨끗할까요? 또 속통 뭉치지 않는 세탁법 .. 6 큰이불 빨기.. 2014/10/22 5,073
429502 판교사고당시.. 환풍구 위에서 사람들이 방방 뛰었다? 사실일까요.. 4 생존자증언 2014/10/22 2,862
429501 어떤 남편 원하세요? 7 문제 2014/10/22 1,304
429500 대체 3회는 언제해요?미생 1 미생 2014/10/22 1,931
429499 종일 끼니·잠자리 걱정..노숙인 현장 밀착취재 겨울나기 2014/10/22 851
429498 화장 진하게 안하는데 클렌징크림 꼭 필요한가요? 1 궁금이 2014/10/22 2,037
429497 얕은 물에서 얕고 천박하게 살아도 박수를 받는 시대 5 느낌 2014/10/22 1,518
429496 아침을 굶으라는 건지 먹으라는 건지... 1 지나가다가 2014/10/22 1,741
429495 예쁘다는 말 6 그녀는 예쁘.. 2014/10/22 3,137
429494 남편이 해외건설현장에 계시는 분들..계신가요?? 2 궁금 2014/10/22 1,275
429493 없어도 너무 없는 시댁..어쩌면 좋나요?-원글지워요. 34 그래보자9 2014/10/22 16,1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