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추모시)

.......... 조회수 : 1,855
작성일 : 2014-05-16 14:53:30

<한겨레 신문에 실린 추모시>를 옮깁니다.


 

엄마 아빠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잊지 못할 단원고 250꽃들을 그리며

 

 

엄마 아빠
부탁이 있어요
우리 없다고 이 나라를 떠나지는 마세요
우리는 죽지 않았어요
검은 리본은 싫어요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우리는 지금
천년의 장미를 찾아 수학여행 떠나는 길이에요
엄마 아빠도 아시잖아요
천년의 장미를 찾아 돌아오는 날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몸은 여기 두고 250개의 물방울이 되어
홀가분하게 떠나요
무사히 돌아오는 그날
엄마 아빠 안 계시면 우린 무척 슬플 거예요

 

 

우리에겐
더 이상 차가운 벽은 없어요
제주도에서 한 사흘 머물다가
쿠로시오 해류를 타고 알래스카로 갈 거예요
250마리 연어가 되어 뛰놀다가
북태평양 캘리포니아를 거쳐
엘살바도르 앞바다 적도 어디쯤
250자락 바람이 되어 북극으로 달려갈 거예요
250개의 오로라가 되어
흰곰과 썰매개랑 한 판 춤을 출 거예요
한 개의 해님과 한 개의 달님에게 부탁해
기념사진도 찍을 거예요
250개의 낮 250개의 밤
서로의 주인공이 되어 동영상도 찍을 거예요

 

 

우리에겐 더 이상
차가운 유리창도 없어요
때가 되면 기다리지 않고
250마리 도요새가 되어 날아오를 거예요
세상의 해안선이란 해안선은 다 돌아
인도양으로 갈 거예요
250개의 눈 푸른 사파이어가 되어
난바다 노닐다
계절풍 건듯 불면
250마리 인도기러기가 되어 히말라야를 넘을 거예요
세상에서 가장 높은 산골마을로 가
250마리 할단새가 될 거예요
어두운 밤 환한 아침을 부르는
250개의 노래를 부를 거예요
추운 겨울 따뜻한 봄을 부르는
250개의 이름을 부를 거예요
250개의 아침을 맞이할 거예요
250개의 봄을 맞이할 거예요
그날이 오면
250송이 천년의 장미는 따서 머리에 꽂고
250송이 천년의 장미는 따서 품에 품고
250개의 새털구름이 되어 날아오를 거예요

 

 

우리에겐 더 이상
차가운 천장도 바닥도 없어요
250자락 바람을 타고
250개의 낮과 밤을 지나
한반도로 돌아올 거예요
그때는 우리
단 한 개의 거대한 비구름이 될 거예요
그날은
크나큰 리본을 닮은 우리 한반도가
온통 노란색이었으면 좋겠어요
엄마 아빠 가슴에 단
노란 리본이 물들인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엄마들 아빠들이 바라는 그런 세상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땐 기다리지 않고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250개의 빗방울이 되어 뛰어내리겠어요
엄마 아빠 노란 리본에 스며들어
천년의 장미를 피워드리겠어요
한반도 노란 리본 매듭에 스며들어
천년의 장미를 꽃 피워 올리겠어요

 

 

너희들은 죽지 않았다고
말해 주세요
우리는 말 잘 듣는 아이들인 걸 아시잖아요
그래요 엄마 아빠
우리는 죽지 않았어요
그러니까 검은 리본은 싫어요
우리가 돌아오는 그날까지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이 땅을 떠난다는 말씀만은 말아주세요
우리는 꼭 돌아올 거예요
그러니깐 너무 가슴 졸여 기다리진 마시고요
같이 못 간 친구들에게도 너무 슬퍼하진 말라고 전해주세요
지금 우리는 250개의 물방울이 되어
천년의 장미를 찾아 떠나요
잘 다녀올게요 잘 다녀들 올게요
엄마 아빤 다만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노란 리본을 달고 계세요 

 

 

(2014. 5. 12. 안상학 삼가 올림)

 ---------------------------------------------------------------------------

그래 외롭지 않게 친구들이랑 깔깔거리며 잘 다녀오렴.....


 

*안상학 시인 - 작가회의 부이사장

IP : 27.1.xxx.11
8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두분이 그리워요
    '14.5.16 3:09 PM (121.159.xxx.3)

    저 어린 꽃들을 누가 그 차가운 바닷물에 던져버렸나.
    왜 살리지 않았어! 왜 구하지 않았어!!!!!!!!!!!!!!!!!!!!!!

  • 2. ciel
    '14.5.16 3:19 PM (153.160.xxx.16)

    너무 절절하게 와닿아서 또 한참을 울고 말았네요...
    ㅠ ㅠ

  • 3. 저도
    '14.5.16 3:24 PM (223.62.xxx.105)

    너무 슬퍼요. 노란 리본 ..잊지 않을께요.

  • 4. 레미엄마
    '14.5.16 3:33 PM (39.115.xxx.106) - 삭제된댓글

    오늘도 결국 울고 말았어요. 정말 가슴 찢어져요.

  • 5. 아휴...
    '14.5.16 4:15 PM (163.152.xxx.121)

    방금 전까지 동료들과 소소한 웃음을 웃다가 다시 울고 마네요.
    어쩔꺼나요....

  • 6.
    '14.5.16 5:39 PM (175.210.xxx.243)

    퇴근길에 사 온 떡볶이랑 순대 먹는 중이었는데 목이 메이네요..ㅠㅠ

  • 7. 허브사랑
    '14.5.16 5:57 PM (1.238.xxx.228)

    너무 슬퍼요. 잊지 않을께요.....

  • 8. ......
    '14.5.17 3:14 AM (99.226.xxx.236)

    깊은 슬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8656 국정원장후보 이병기에게도 관심을.. 4 참극은 여기.. 2014/06/12 1,054
388655 신랑이 소파에 앉은채 기대어 자네요 2 ㅜㅜ 2014/06/12 2,007
388654 요즘 된장국 뭐 넣고 끓여야 맛있어요? 11 2014/06/12 3,182
388653 이율높은 적금있어도 대출갚는게 우선일까요? 6 안가본길 2014/06/12 2,257
388652 맞선 본지 1달만에 연락하는 남자 - 이유가 뭘까요? 16 내인연은어디.. 2014/06/12 11,334
388651 동네미장원 염색하는 데 보통 얼마하나요? 10 커트 2014/06/12 3,899
388650 변희재 '문창극 발언' 두둔 ”충분히 제기할 수 있는 역사관” 19 세우실 2014/06/12 3,606
388649 페이스븍 이용 방법에 대한 문의 2 .... 2014/06/12 1,801
388648 영어고수님 계시면 문장구조 단순한것 하나 봐주셔요~ 3 fnginl.. 2014/06/12 1,744
388647 박근혜정부가 국민을 미개인으로 보나 6 ㅇㅇㅇ 2014/06/12 1,652
388646 갑자기 소름돋는 상상 4 미쳤나봉가 2014/06/12 1,944
388645 내 인생의 터닝포인트 12 스페셜키드 2014/06/12 6,304
388644 82신문입니다 11 ㄷㄷ 2014/06/12 2,622
388643 아이 돌보기가 죽고 싶을만큼 힘드신 분들 계실텐데요... 9 .... 2014/06/12 2,646
388642 문창극,"과거 강연·칼럼 오해소지 유감"(종합.. 13 .. 2014/06/12 1,986
388641 띵띵한 40대 중반 PT가 제일 확실하게 빠지나요? 4 셀룰라이즈?.. 2014/06/12 3,610
388640 차량 CCTV 며칠정도분 저장되나요? 4 아시는분 2014/06/12 2,124
388639 이번 주 인간극장, 보고 있으면 절로 미소가 지어지네요 22 인간극장 2014/06/12 9,861
388638 안희정 지사의 '정의란 무엇인가' 2 힐링 2014/06/12 1,336
388637 대치동에 브런치 맛있는 집 추천 부탁드려요~~ 2 help 2014/06/12 2,168
388636 교유계 분위기 인가봅니다. 1 .. 2014/06/12 1,626
388635 중고등 남녀공학에 대해 여쭤봅니다. 6 베아뜨리체 2014/06/12 1,493
388634 문창극이 제주 4.3 항쟁 언급할 수록 난처한 그네양 4 조작국가 2014/06/12 2,601
388633 대법, 노회찬 '떡값검사' 손배소송 승소 확정 2 세우실 2014/06/12 1,921
388632 이 와중에 죄송..저 행복해요. ^^ 12 홈런 2014/06/12 3,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