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힌 대구?' 이젠 폐쇄의 사슬 끊자
◆20년을 살았지만 난 아직 대구사람이 아니다.
회사원 장모(34)씨는 충청도 출신이다. 지역 고교와 대학을 졸업했지만 그는 대구 사람이 아니라고 말한다. "20년을 넘게 살았으니 당연히 대구 사람이죠. 하지만 저 혼자 그렇게 말하면 뭐합니까? 대구에서 사람들을 만나면 처음 묻는 말이 뭔지 압니까? '고향이 어디예요?'입니다. 충청도라고 말하면 표정이 한번 바뀝니다. 다음 질문은 뻔하죠. '그럼 학교는 어디 나왔죠?' 마치 편가르기 퀴즈를 하는 느낌입니다. ○, ×를 놓고 질문을 하는데 한번이라도 ×에 걸리면 탈락입니다. 그러니 절대 대구 사람일 수가 없죠."
이상규(55) 국립국어원 원장은 대구의 폐쇄성에 대해 "거의 '조폭' 수준"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너무 방어적이고 폐쇄적이며, 특정 고교 출신들이 강력한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문을 열지 않는다"고 했다. 서울대를 졸업한 김호득(58) 영남대 미대 교수는 지난 2006년 본지가 지역 리딩 그룹의 친밀도를 취재한 기사에서 "나는 타지에서 왔는데 대구사람들은 어디 출신, 무슨 학교 몇 회 졸업생 이런거 따지기를 왜 이렇게 좋아하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당시 기사에 따르면, 대구의 리딩그룹에서도 같은 고교 출신과 친밀하게 지내는 경향이 뚜렷했고 특히 경북고, 계성고, 대구상고, 청구고의 경우 이런 경향은 더욱 뚜렷했음을 인맥도를 통해 보여주었다.
인천발전연구원장과 인천대 총장을 지낸 뒤 대구경북개발연구원으로 옮겨온 홍철(54) 원장. 그는 한 세미나에서 '대구와 인천의 닮은점과 차이점'을 발표했다. 대구는 내륙분지라는 지형적 특성으로 폐쇄성이 강하고 실리보다는 의리나 명분을 중시하는 반면, 항구도시인 인천은 개방적이고 실리를 중시하는 경향이 높다는 것. 출신지별 인구 구성에서도 대구는 영남지역 출신이 90% 수준인 '영남 단일도시'인데 비해 인천은 본고장 출신이 20% 미만인 '전국 혼합도시'라고 표현했다.
◆남 탓을 하기는 쉽지만 과연 발전이 있을까?
경북대 한 교수는 익명을 전제로 이렇게 말했다. "공무원들은 교수 욕하고, 교수들은 공무원, 정치인 욕합니다. 특히 대구가 더 심합니다. 남 탓을 하기는 쉽습니다. 공무원들을 만나면 늘 푸념처럼 중앙 정부에 끈이 없어서 일을 못한다고 합니다. 하지만 중앙정부 공무원은 대구 사람들이 찾아와서 부탁하고 자료를 제시하며 설득해야 예산을 줄 것 아니냐고 합니다. 정권이 바뀌면서 분위기가 달라졌는지 모르겠지만 대구가 마르고 닳도록 정권을 잡을 것도 아니고. '잃어버린 10년' 운운할 때 이미 대구는 한물간 겁니다."
일반 기업체의 경우, 대구적 정서는 오히려 도움이 되기도 한다. 강원도 출신으로 대구에서 15년가량 살아온 안모(47)씨는 "빈 손으로 대구 사람 덕분에 사업을 일궜다"고 말했다. '친구'라는 이유 하나로 사업 자금을 빌려주고, 사업이 자리를 잡도록 힘을 보탰다는 것. "남을 딛고 이기도록 돕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을 하도록 도와주는 게 경상도 의리였습니다. 사투리로 말하자면 '한번 붙어는 봐야할 거 아이가?'인 셈이죠. 대구 사람들이 다소 배타적이지만 그런 정서가 폭발적인 힘이 될 수도 있습니다."
모 대기업 홍보담당 최모(40)씨는 "대구 사람들은 타지역 사람들과 함께 프로젝트를 맡겨놓으면 의견 조율부터 추진력까지 엄청난 능력을 발휘한다"며 "다만 자기들끼리 모여있으면 그 힘을 보여주지 못하고, 행여 일이 잘못됐을 때 누군가를 비난하는 경향이 강하다"고 지적했다. 한때 대구에서 모 기관장을 맡았던 한 인사는 "개인의 능력을 보거나 어떤 일에 대한 책임이 주어졌을 때 대구 사람만큼 뛰어난 사람은 찾기 힘들다"며 "다만 소외됐다고 느낄 때 남을 헐뜯고 비방하는 것도 대구 사람이 가장 심하다"고 했다.
김수용기자 ksy@msnet.co.kr
♠ 대구사람 왜 욕먹죠?
인구 250만명의 거대도시에 대한 타 지역사람들의 맹목적 비난은 의아하고 신기할 정도다. 인터넷에서 '대구사람을 왜 욕하죠?'라는 물음에 줄줄이 달린 댓글을 정리해 봤다. '왜 나만 갖고 그래?'라며 반박하기는 쉽다. 비난을 위한 비난일지언정 마음을 열고 호흡을 가다듬고 들어보자. 언젠가 '대구 사람 좀 닮아봅시다. 대구가 정말 부럽네요'라는 인터넷 댓글을 기대하면서.
누리꾼A=대부분 대구 사람들이 본인들만 모르고 타 지역 사람들은 다 아는 성격적인 결함이 있다. 우리 편 아니면 적이라는 것. 친분을 쌓기 힘들고, 한번 친분 쌓으면 아주 좋다가도 틀어지면 원수가 된다. 대구 사람들의 성격장애다. 이해하고 용서하는 게 없다.
누리꾼B=대구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 우리나라에서 가장 폐쇄적이고 보수적이며, 각종 부정부패에 화려한 밤문화를 자랑하며, 유난스레 끔찍하고 참혹한 사건사고가 많다. 성격도 드세고 뻔뻔하며 툭하면 타 도시 사람들 욕하고 비난한다. 기성세대는 꽉 막힌 사고방식에 소통자체를 모르며, 음식은 전국에서 제일 맛없는 도시이다. ○○○을 국회의원으로 뽑은 도시이니 할 말이 없다.
누리꾼C=대구에서 1년반을 산 서울 사람이다. 대구의 40대 이상 특히 문제가 많다. 타협할 줄 모르고, 몰상식하며 보수꼴통에 남을 배려하는 마음이 전혀 없고, 배타적인 텃세가 판을 치는 곳이다. 아직 ○○○ 전 대통령을 남자답다, 의리있다고 미화한다. 60대 이상 노인들은 빨갱이라는 말이 입에 붙었고, 한국은 독재를 해야 발전한다고 공공연히 말하는 곳이다. 기가 막힐 뿐이다.
누리꾼 D='신비의 도시 대구'에 대해 궁금하다. 맹목적인 박근혜 공주 섬기기와 일방적인 한나라당 지지가 궁금하다. 누가 나와도 한나라당이 싹쓸이를 한다. 그럼에도 지난해 대구의 1인당 총생산은 15년 넘게 전국 꼴찌, 5년간 평균 성장률 전국 꼴찌, 살기 좋은 도시에서 전국 최하위였다. 도대체 17년간 변화도 없고 발전도 안 시켜주는 정당을 밀어주는 이유가 무엇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