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송경동 시인이 청운동사무소 새벽에 발표하셨던 시입니다.

송경동 시인 조회수 : 1,593
작성일 : 2014-05-12 23:22:16

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IP : 112.159.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고파
    '14.5.12 11:33 PM (211.108.xxx.160)

    눈물 나네요.

  • 2. ...
    '14.5.12 11:48 PM (61.254.xxx.53)

    송경동 시인...늘 소외받는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시는 고마운 분...
    이 분을 생각하면 늘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 3. 리오
    '14.5.13 5:15 AM (223.62.xxx.117)

    아직도 차디찬 물살속에서 눈도 못감고있는 너희들을
    저 악마들이 언제 엄마한테 데려다 준단 말이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9494 세상에서 가장 슬픈 ‘아들 의 생일’ 22 눈물 2014/05/14 3,958
379493 [바뀐애도로바꿔] 밀회를 보며 느낀 여러 인간들의 군상이랄까.... 1 아쉬움 2014/05/14 1,540
379492 (그네퇴진) 아이가 교육청영재원 힘들어해요 11 카레라이스 2014/05/14 3,254
379491 의원들이 안행부장관에게 분노의 대정부질의뉴스를 보시고 시엄니께서.. 15 빛나는무지개.. 2014/05/14 2,344
379490 여성분들 지하철서 모르는 남자가 자리양보해주면 고맙단생각이 드시.. 14 자리양보 2014/05/14 3,295
379489 ㅌm발효액 2 deco25.. 2014/05/14 1,258
379488 개에게 물리면 무슨 과로 가야 하나요? 5 주사 2014/05/14 1,762
379487 [무능혜처벌] KBS 개념기자들 농성돌입!! 9 개념기자 화.. 2014/05/14 1,647
379486 세월호 참사, 투표의지 높였다…“투표하겠다” 84% 8 경기도분발 .. 2014/05/14 1,664
379485 현실에서는 사람들이 정말 무지하긴하네요 6 알흠다운여자.. 2014/05/14 1,617
379484 약속 지킨 손석희, ‘사진 찍자’던 세월호 유족과 식사 43 크... 2014/05/14 17,676
379483 치매3급..요양원 비용이 얼마나 되는지요? 14 치매 2014/05/14 8,088
379482 실종자 다섯 분이 오늘 가족에게 오셨어요. ㅠㅠ 22 레이디 2014/05/14 8,333
379481 노무현대통령이 안철수를 제대로 봤죠라는 글조심하세요. 11 ........ 2014/05/14 2,518
379480 노무현대통령과 안철수의 일화, 내사람으로 쓰려했다. 3 ... 2014/05/14 2,851
379479 (닭ㄲㅈ)쿡티비 유플러스 에스케이 IPTV보시는분들 다같이 움직.. 2 봉기 2014/05/14 1,276
379478 (박근혜하야) 저도 써보고 싶어서~ 1 ^^ 2014/05/14 533
379477 이중희 민정비서관, 검찰 복귀…편법 인사 교류 논란 4 세우실 2014/05/14 743
379476 청주 축구공원 공사현장서 유골 420여구 발견 7 흠.... 2014/05/14 3,263
379475 그네하야혀) 박원순 시장님만 띄우지말고... 29 무무 2014/05/14 2,437
379474 진도 취재갔던 KBS 기자의 눈물 "자신이 유가족이어도.. 13 lowsim.. 2014/05/14 4,347
379473 (박근혜아웃)방금 전화 여론조사에 응했는데.. 4 2014/05/14 1,649
379472 세모그룹 불매운동이 확산되고 있다네요... 4 불매 2014/05/14 1,789
379471 뉴욕타임즈 광고추진팀 입장 7 2014/05/14 2,109
379470 김현 "안행부, 잠수사 투입인원 대통령에 허위보고&qu.. 3 진실 2014/05/14 1,1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