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송경동 시인이 청운동사무소 새벽에 발표하셨던 시입니다.

송경동 시인 조회수 : 1,617
작성일 : 2014-05-12 23:22:16

엊그제 청와대 앞 청운동 사무소에서 송경동 시인께서 

KBS에게 부당한 대접을 받고 오신 세월호 유족들 앞에서 발표하신 시입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슬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에게

  

엄마 아빠

구조대 아저씨들은 언제 오나요

늠름한 해경은 해군은 언제 오나요

구명정은 언제 오나요

구조헬기는 언제 오나요

그 많은 최첨단 전쟁무기들은 모두 어디에 쓰나요

 

엄마 아빠

이 방을 나가고 싶어요

왜 내 앞의 인생의 문이 모두 닫혀야 하나요

숨이 막혀요

왜 내 인생이 이렇게 갑자기 기울어져야 하나요

누가 나를 이 답답한 시대의 선실에 가두었나요

 

그렇게……

안전한 선실에서

가만히 있어라는 말을 믿다가

착한 아이들이 죽어갔어요

가만히 있어라는 협박과 기만 속에

무수한 노동자민중들이 죽어가고 있어요

더 많은 민주주의가 숨이 막혀 죽어가고 있어요

안전한 것은 늘 저들 자본과 정권의 금고 뿐

 

우리는 어떻게

이 잔혹한 사회의 심해에서 죽지 않고

안전하게 살아 탈출할 수 있을까요

우리는 어떻게 이 참혹한 세월로부터 벗어나

다른 미래를 살아 볼 수 있을까요

 

분명 한 시대가 기울고 있는데

한 세월이 침몰해 가고 있는데

얼마나 더 우리는 가만히 있어야 하나요

얼마나 더 저들에게

이 참혹한 세월의 키를 맡겨야 하나요

 

살려달라고 아직도 아이들이

이 못된 과적의 세상

저 밑바닥에 짓눌려 울부짖고 있어요

저 차디찬 고해의 바다 속에서

놀란 눈을 감지 못하고 있어요

 

침몰해야 하는 것은

이런 우리들의 작은 생의 조각배들이 아니라

저 악독한 자본의 순항함이라고

저 부당하고 무능한 정권의 호화유람선이라고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항로를 바꿔요

이윤이 중심이 아닌

모든 인간의 생명과 존엄이 중심인 세상으로

이제 그만 이 세월호의 선장도 선장도 바꿔요

1%의 안전만을 책임지는 저 더러운 선장이 아닌

모든 평범한 이들의 존엄과 생명을 우선하는 선장으로

우리 모두가 우리 모두의 생의 조타수로

갑판원으로 구조대원으로 나서요

 

저 아이들의 아픈 영혼들이 실려

저 먼 우주의 은하수로 가는 그 배만큼은

안전할 수 있게

평화로울 수 있게

신날 수 있게 기쁠 수 있게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우리 이제 가만히 있지 말아요

 

IP : 112.159.xxx.3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배고파
    '14.5.12 11:33 PM (211.108.xxx.160)

    눈물 나네요.

  • 2. ...
    '14.5.12 11:48 PM (61.254.xxx.53)

    송경동 시인...늘 소외받는 약자들의 손을 잡아주시고
    진심으로 위로해주시는 고마운 분...
    이 분을 생각하면 늘 제 삶이 부끄러워집니다..

  • 3. 리오
    '14.5.13 5:15 AM (223.62.xxx.117)

    아직도 차디찬 물살속에서 눈도 못감고있는 너희들을
    저 악마들이 언제 엄마한테 데려다 준단 말이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6933 도움을 부탁하지 마세요 15 정말 2014/08/14 4,270
406932 4살 조카 여자아이가 침을 뱉었는데 충격이었어요 10 ... 2014/08/14 4,697
406931 ( 옛날 팝송 )Bertie Higgins의 Casablanca.. 1 추억의 팝송.. 2014/08/14 805
406930 총으로 쏘는 유방조직 검사한 후 구멍같은 상처 어쩌죠 1 소소 2014/08/14 2,367
406929 중3 남학생 이제 키는 거의 다 컸나봐요ㅠㅠ 6 청명 2014/08/14 2,948
406928 포도씨유는 유전자 조작 그런거에 안전한 기름인가요? 5 11 2014/08/14 12,242
406927 저는 서태지 이지아 사태보면서 12 vf 2014/08/14 3,609
406926 평양냉면 맛을 잘모르겠어요 8 빛나는무지개.. 2014/08/14 1,938
406925 괜찮아 사랑야 전 넘넘 재밌네요^^ 11 대사의 묘미.. 2014/08/14 3,353
406924 동서 동생이 결혼하는데 제가 한소리 들었네요 9 내가동네북인.. 2014/08/14 5,676
406923 맞선 많이 보신분 .. 14 만신창이 2014/08/13 5,179
406922 불교도가 교황님께 드리는 기도 13 감사드립니다.. 2014/08/13 1,681
406921 미국에서 몇 살부터 아이를 혼자 집에 둘 수 있나요? 10 mi 2014/08/13 6,014
406920 요술때장갑 어디서 사나요? 6 .. 2014/08/13 2,051
406919 교황 물고늘어지는 글 보다 또 부탁 2014/08/13 545
406918 세월호--아이들을 일상에서 기억하는 일 5 8월15일 .. 2014/08/13 607
406917 노란 피부 보정할 CC크림이나 메베 추천 좀 2 누렁이 2014/08/13 1,918
406916 아웅 요녀석은 어느나라 고양이 인가요.. 2 . 2014/08/13 1,258
406915 법무사분 계시면 ~ 6 고민녀 2014/08/13 1,725
406914 영화제목 여쭐게요^^ 6 ~~ 2014/08/13 1,163
406913 혹시..정릉 꿈에그린 아시는 분 계세요?^^ 3 2014/08/13 1,543
406912 옷수선가게는 원래 현찰만 받나요? 11 .. 2014/08/13 3,351
406911 커피 원두 어디서 사시나요? 6 2014/08/13 2,234
406910 능력자님 찾아주세요 90년대 저녁 외화 4 tt 2014/08/13 1,258
406909 형님 직장다니니 시댁일은 제가 거의 다하게되네요 15 zzz 2014/08/13 4,3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