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세월호, 상징과 은유로 경고하다.

4.16 참사 조회수 : 1,162
작성일 : 2014-05-09 10:31:00
오늘 아침 읽은 다산 연구소의 김태희 박사의 글이 4. 16 참사를 잘 정리해 주네요.
---------

“이번 참사는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 없는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선장이 그 자리에 있게 되었던 것도 시스템의 결과였으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다.”

  “어떤 시스템이었더라도 선장이 제구실을 했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동양정치에서 그토록 책임자의 도덕성과 공공성을 강조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스템의 문제냐 사람의 문제냐. 마치 근대 서양정치의 고심처와 전통 동양정치의 고심처가 대립한 형국이 되었다. 한 학회의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4.16 참사 이틀 후인지라, 자연 세월호가 화제가 되었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세월호의 충격은 깊고도 전면적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내버려 둔 참사에 대해 어이없어 놀라면서, 또한 조각조각 너무도 익숙한 모습에 흠칫 놀라고 있다. 부분이 전체 구조를 닮고, 작은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fractal)’처럼, 세월호의 사고, 구조, 수습의 전체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하여 나타난다. 세월호는 대한민국호를 은유하고 상징한다. 그래서 4.16은 향후 여러 논쟁에서 줄곧 회자될 것이다.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과적(過積)과 평형수 부족이 꼽히고 있다. 과적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고 성과와 금전만능을 추구하는 것을 상징한다. 감독·견제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평형수를 뺀 것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제거한 것을 은유한다. 배의 복원력 상실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의 치명적 귀결을 시사한다.

  위기 상황에서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 모두들 임진왜란 때 선조와 6.25 때 이승만을 연상했다. 다만 배의 실질적 책임자는 선장이 아니라 배 밖에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장의 승객 구조보다 회사와의 전화에 바빴던 1등 항해사는 사고 책임에 전전긍긍하는 관료주의 폐해를 은유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실 방송은 비판 기능을 상실한 받아쓰기 언론을 상징한다.

  해경의 보고와 현장조치에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시가 다급한 현장에서 해경은 ‘수상한 업체’ ‘언딘’만을 기다렸다. 공적인 업무를 영리기업에 맡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은 기실 익숙한 모습이다. 때마침 전시작전권 환수를 연기했다. 정부의 무능에 경악하여 오히려 안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장 요구와는 거리가 먼 언딘의 행태에서 동맹국의 행태를 예상해볼 수 있겠다.

  수습단계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다. 대통령이 각료들을 야단치면서 제일 먼저 책임대열에서 탈출했다. 정부 책임자들은 위만 바라보고 보신하면서 진상규명보다 여론단속에 힘쓰는 눈치다. 언론은 현장 사실과 다른 보도로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유가족은 동영상을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와 최승호 피디의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민국호, 희생과 경고에 응답해야

  무릇 일에는 조짐이 있다. 많은 조짐이 세월호 참사를 예견했고, 세월호는 다시 대한민국호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적 조사가 첫 과제다. 진상 규명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위로다. 다음 과제는 대한민국호의 프랙탈을 바꾸는 것이다.

  건강한 시스템의 핵심요소인 ‘견제와 균형’ 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비판기능을, 국가기관은 감독·견제기능과 공평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책임자의 인선과 맞물린 문제다. 고도의 도덕성은 차치하고, 공공의식·책임의식과 직무능력을 갖춘 사람이 공직에 나서고, 공직에 부적합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선거직 인사시스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언론에 의해 포장된 구름 위의 영웅에 몰려가지 말자. 세월호의 박지영, 양대홍, 정차웅, 남윤철, 최혜정 등처럼 영웅들은 우리 곁에 있다. 리더십을 갖춘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 공동체의 일을 맡을 수 있게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택일적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모든 문제를 시스템 탓으로 돌릴 수도 없고, 반대로 모두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도 없다. 더욱이 완벽한 시스템이나 초인적 영웅은 환상이요, 개인에 대한 억압의 논리가 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보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앞장서는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 세월호는 상징과 은유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IP : 141.223.xxx.3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653 그래서 대통령될려고하는거 아닙니까.swf 12 조각배 2014/05/10 2,897
    378652 작금의 사태를 맞이하야 ..근현대사를 공부할 수 있는 책 추천부.. 57 개안 2014/05/10 5,442
    378651 (요약) 김어준의 KFC #7, 세월호, 팬티의 미스터리 33 유튜브 2014/05/10 11,217
    378650 밤샘토론 볼데없나요?? .... 2014/05/10 704
    378649 박근혜 리더쉽 有 2 참맛 2014/05/10 1,760
    378648 우리가 기득권세력을 이길 수 있을까요? 22 이런들 2014/05/10 2,543
    378647 미국입니다 추모집회 갈꺼에요 15 애엄마 2014/05/10 1,892
    378646 고교배정 기준일 알려주세요 감사합니다 5 바람 2014/05/10 1,503
    378645 유시민 전 장관의 개소름돋는 예언... about 그네 박 22 내가 뽑았다.. 2014/05/10 9,684
    378644 여,야-서울시 지하철충돌 사고 박원순, 오세훈 이명박탓 공방 집배원 2014/05/10 1,228
    378643 [김어준의 KFC#7] 세월호, 진도VTS 교신 조작의혹,선장 .. 1 lowsim.. 2014/05/10 2,685
    378642 전현탁군 어머니의 답장 39 연대의 힘!.. 2014/05/10 12,107
    378641 김어준의 KFC #7 - 세월호, 팬티의 미스테리 5 유튜브 2014/05/10 3,505
    378640 민경욱 대변인 "순수 유가족은 120명" 논란.. 10 미친넘 2014/05/10 3,457
    378639 김시곤 보직사퇴도 아니고 순환보직이란 말이 있어요 8 니네가 그렇.. 2014/05/10 2,190
    378638 이 정부의 가장 큰 문제죠... 3 전문가 아닌.. 2014/05/10 1,307
    378637 전국 촛불 집회 지도 1 촛불 2014/05/10 1,122
    378636 길환영이도. 빨리사퇴해라.. ... 2014/05/10 813
    378635 여기는 부산 입니다.. 48 뮤즈82 2014/05/10 8,529
    378634 “세월호 참사 박근혜 대통령 책임” 대구시민 비난 확산 촛불집회.. 30 대구시민 2014/05/10 5,012
    378633 수영 못하 는해경? 5 해경? 2014/05/10 1,472
    378632 역시 손석희, 반전에 대반전!!! 2 참맛 2014/05/10 13,627
    378631 윤상현이란 놈 12 청매실 2014/05/10 3,987
    378630 제안합니다 11 소비자 2014/05/10 1,667
    378629 ‘기레기’ 대신 진실 다가간 ‘비주류’ 언론 5 기레기대 2014/05/10 1,69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