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세월호, 상징과 은유로 경고하다.

4.16 참사 조회수 : 971
작성일 : 2014-05-09 10:31:00
오늘 아침 읽은 다산 연구소의 김태희 박사의 글이 4. 16 참사를 잘 정리해 주네요.
---------

“이번 참사는 견제와 균형(Checks and Balances)’이 없는 시스템에서 비롯되었다. 그런 선장이 그 자리에 있게 되었던 것도 시스템의 결과였으며, 시스템이 바뀌지 않는 한 앞으로 이런 사고는 또 일어날 것이다.”

  “어떤 시스템이었더라도 선장이 제구실을 했다면 결과는 상당히 달라졌을 것이다. 동양정치에서 그토록 책임자의 도덕성과 공공성을 강조했던 까닭이 바로 여기에 있다.”

  시스템의 문제냐 사람의 문제냐. 마치 근대 서양정치의 고심처와 전통 동양정치의 고심처가 대립한 형국이 되었다. 한 학회의 뒤풀이 자리에서였다. 4.16 참사 이틀 후인지라, 자연 세월호가 화제가 되었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세월호의 충격은 깊고도 전면적이다. 사람들은 아이들을 내버려 둔 참사에 대해 어이없어 놀라면서, 또한 조각조각 너무도 익숙한 모습에 흠칫 놀라고 있다. 부분이 전체 구조를 닮고, 작은 구조가 무한히 반복되는 ‘프랙탈(fractal)’처럼, 세월호의 사고, 구조, 수습의 전체 과정에서 일정한 패턴이 반복하여 나타난다. 세월호는 대한민국호를 은유하고 상징한다. 그래서 4.16은 향후 여러 논쟁에서 줄곧 회자될 것이다.

  사고의 직접 원인으로 과적(過積)과 평형수 부족이 꼽히고 있다. 과적은 사람의 생명과 안전을 경시하고 성과와 금전만능을 추구하는 것을 상징한다. 감독·견제기능은 작동하지 않았다. 평형수를 뺀 것은 견제와 균형 장치를 제거한 것을 은유한다. 배의 복원력 상실은 견제되지 않는 권력의 치명적 귀결을 시사한다.

  위기 상황에서 선장이 제일 먼저 탈출했다. 모두들 임진왜란 때 선조와 6.25 때 이승만을 연상했다. 다만 배의 실질적 책임자는 선장이 아니라 배 밖에 있는 인물이라는 지적도 있다. 현장의 승객 구조보다 회사와의 전화에 바빴던 1등 항해사는 사고 책임에 전전긍긍하는 관료주의 폐해를 은유한다. 가만히 있으라는 선실 방송은 비판 기능을 상실한 받아쓰기 언론을 상징한다.

  해경의 보고와 현장조치에는 많은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한시가 다급한 현장에서 해경은 ‘수상한 업체’ ‘언딘’만을 기다렸다. 공적인 업무를 영리기업에 맡기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남에게 떠넘기는 것은 기실 익숙한 모습이다. 때마침 전시작전권 환수를 연기했다. 정부의 무능에 경악하여 오히려 안도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현장 요구와는 거리가 먼 언딘의 행태에서 동맹국의 행태를 예상해볼 수 있겠다.

  수습단계도 비슷한 모습이 반복된다. 대통령이 각료들을 야단치면서 제일 먼저 책임대열에서 탈출했다. 정부 책임자들은 위만 바라보고 보신하면서 진상규명보다 여론단속에 힘쓰는 눈치다. 언론은 현장 사실과 다른 보도로 가족들의 원성을 샀다. 유가족은 동영상을 손석희 앵커의 JTBC 뉴스와 최승호 피디의 뉴스타파에 제보했다. 공영방송에 대한 불신을 드러낸 것이다.

대한민국호, 희생과 경고에 응답해야

  무릇 일에는 조짐이 있다. 많은 조짐이 세월호 참사를 예견했고, 세월호는 다시 대한민국호에 경고를 보내고 있다. 이에 대한 응답으로 진상 규명을 위한 국민적 조사가 첫 과제다. 진상 규명은 희생자와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책임이자 위로다. 다음 과제는 대한민국호의 프랙탈을 바꾸는 것이다.

  건강한 시스템의 핵심요소인 ‘견제와 균형’ 장치를 정비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언론은 비판기능을, 국가기관은 감독·견제기능과 공평성을 회복해야 한다. 이는 책임자의 인선과 맞물린 문제다. 고도의 도덕성은 차치하고, 공공의식·책임의식과 직무능력을 갖춘 사람이 공직에 나서고, 공직에 부적합한 사람들을 걸러낼 수 있도록 인사시스템이 작동되어야 한다.

  선거직 인사시스템도 바뀌어야 하지 않을까. 이제 우리는 더 이상 언론에 의해 포장된 구름 위의 영웅에 몰려가지 말자. 세월호의 박지영, 양대홍, 정차웅, 남윤철, 최혜정 등처럼 영웅들은 우리 곁에 있다. 리더십을 갖춘 우리 주변의 인물들이 공동체의 일을 맡을 수 있게 시스템이 작동해야 한다.

  시스템이냐 사람이냐? 택일적 정답이 있을 수 없다. 모든 문제를 시스템 탓으로 돌릴 수도 없고, 반대로 모두 개인의 문제로 돌릴 수도 없다. 더욱이 완벽한 시스템이나 초인적 영웅은 환상이요, 개인에 대한 억압의 논리가 될 수 있다. 견제와 균형을 통해 끊임없는 자기 보정이 가능한 시스템을 만드는 한편, 공동체와 함께하면서 앞장서는 리더를 길러내야 한다. 세월호는 상징과 은유로 우리에게 경고하고 있다.

IP : 141.223.xxx.32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05844 비대위원장이 다행히 제자리를 찾고 있습니다 9 박영선 2014/08/10 1,655
    405843 여중생 보낼만한 식습관고치기 캠프 없을까요? 3 캠프 2014/08/10 1,254
    405842 약속 어음을 받았는데, 궁금해요. 2 제발답변 2014/08/10 825
    405841 사주에 정관 두개 정인 두개 6 highki.. 2014/08/10 7,236
    405840 한시간 십분 동안 찌개 하나 반찬 세가지... 제가 손이 좀 빠.. 18 이정도면 2014/08/10 5,781
    405839 골반 틀어짐때문에 고생하신 분 계세요? 5 사과 2014/08/10 3,540
    405838 지금의 정치를 바라보며.. 8 .. 2014/08/10 1,048
    405837 가스레인지 생선굽는 기능이 3 ㄴㄹ 2014/08/10 1,407
    405836 밥해먹기 너무 힘들어요 5 자취 2014/08/10 2,290
    405835 걷기운동이 좋긴한데 3 워킹 2014/08/10 3,599
    405834 개업해야하는 여자 전문직인데요.. 47 전문직 2014/08/10 14,938
    405833 고2, 중3 어쩌면 좋을까요? 7 고2 ,중 .. 2014/08/10 2,660
    405832 긴병에 효자없다? 12 ---' 2014/08/10 4,195
    405831 카카오톡계정 신고접수? 스팸이죠? 1 2014/08/10 2,129
    405830 휴대폰 조건 좀 봐주세요 5 ........ 2014/08/10 1,025
    405829 물로만 샤워하시는 분 계세요? 67 .. 2014/08/10 41,060
    405828 5분마다 살려달라 빌어도 3 2014/08/10 1,752
    405827 남이 챙겨주는 밥은 쉽게 배가 불러요. 1 2014/08/10 1,720
    405826 남자인데요 눈이 나이드니까쳐져서 수술할려고하는데요 무쌍커풀로 눈.. 5 아이린뚱둥 2014/08/10 2,384
    405825 재미있는 이인강을 들어보자 쿡쿡쿡828.. 2014/08/10 2,938
    405824 중딩1 딸아이가 남친과 만나고싶대요 3 Blanc 2014/08/10 1,728
    405823 정웅인씨 셋째딸 다윤이 너무 귀여워요. 4 아빠어디가 2014/08/10 3,868
    405822 여기 하늘엔 무지개가 떴네요 1 양천 2014/08/10 990
    405821 작한 장터카페 소개해주세요 1 혁이맘 2014/08/10 920
    405820 지금 빨리 하늘 한번 보세요~ 4 대낮같다 2014/08/10 1,8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