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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노스페이스 사달라던 아들에게... 그 돈이면 한달 생활비다.

노스페이스 조회수 : 5,209
작성일 : 2014-05-09 09:40:09


7일 전 故 전현탁군 어머니와의 인터뷰를 편지 형식으로 전한다. 

수학여행 가는 날이 우리 아들의 생일이었습니다. "생일날 수학여행을 간다"며 뛸 듯이 기뻐했죠. 여행을 떠나기 며칠 전부터 현관에 여행가방을 놓고 갖고 갈 물건을 하나씩 정리했습니다. 웃으며 떠나는 모습이 마지막이었어요. 당분간 많이 울 것만 같습니다. 아들이 보고 싶어서요. 그래도 현탁이가 웃던 그 모습을 위안 삼고 있습니다. 세탁소 일도 조금씩 다시 시작하려 합니다.

아들을 보내고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다시 펼쳐봤습니다. 아들에게 해준 게 너무 없었습니다. 진도에서 엄마들끼리 수학여행 보내면서 용돈을 얼마 줬는지 서로 물어봤습니다. 대부분이 '10만 원씩 줬다'는데 저는 2만 원밖에 못 줘 미안해 또 울었습니다. 그런데 현탁이를 찾았을 때 지갑에 2만 원이 그냥 있었습니다. "제주도는 물도 맛있으니까 맛있는 것 많이 사먹어"라고 했는데 용돈도 쓰지 못한 채 갔습니다.

우리 아이는 300mm짜리 신발을 신을 정도로 덩치가 컸습니다. 하지만 형편이 넉넉지 못해 유명 메이커 옷도 못 사줬습니다. 수학여행 가기 전에 아들 몸에 맞는 옷 사느라 아웃렛 매장을 몇 번이고 돌아다녔습니다. 아들이 언젠가 노스페이스 잠바를 사달라고 했어요. 그런데 가격이 50만 원이나 됐습니다. "그 돈이면 한 달 생활비라 안 된다"고 잘라 말했죠. 아들은 떼 한 번 안 쓰고 포기했어요. 그런데 사고 후 진도를 내려가니까 그 잠바 입고 다니는 사람이 너무 많아 또 눈물이 났습니다.

현탁이는 여느 아이처럼 "엄마 배고파"라는 말을 많이 했어요. 그럴 때마다 "너는 엄마가 밥으로 보이냐"고 타박했죠. 점심시간에 세탁소로 달려와 자장면 시켜먹고 가고, 친구들과 놀러갈 때도 돈 달라고 하고 그랬었습니다. 현탁이가 단원고 1학년 때 세탁소를 학교 주변으로 옮겼습니다. 아들이 혹시나 엄마가 세탁소를 한다고 부끄러워하진 않을까 걱정했더니 "엄마 난 괜찮아"라고 하더군요. '아들이 의젓하게 잘 자랐구나'라는 생각에 대견했죠.

수학여행 전날, 이상하게 아들에게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생전 처음이었어요. 쓰다가 마음에 안 들어 찢어버렸던 종이를 아직 갖고 있습니다. 겨우겨우 편지를 써 아들 몰래 가방 앞주머니에 넣었습니다. '듬직하게 잘 커줘서 고맙고 엄마는 네가 있어 정말 행복하다'라고 적었죠. 출발하던 날 지나가는 말로 "현탁아, 가방에 손수건이랑 다 넣었으니까 도착하면 어디에 뭐가 들었는지 꼼꼼히 봐"라고 했습니다. 그날 밤 통화에서 못 참고 제가 먼저 물었어요. "편지 봤어?"라고 했더니 아들은 무뚝뚝하게 "응"이라고 답하더군요. 고마우면서도 쑥스러웠던 모양입니다.

현탁이는 엄마를 편하게 해준 아들이었어요. 특별히 아픈 데도 없이 밥만 먹고 잘 컸습니다. 팽목항으로 내려갔을 때 캄캄한 바다를 향해 '행복은 이걸로 끝이다. 이놈아!'라고 소리를 질렀습니다.

여러분이 보내주신 따뜻한 마음들 정말 감사하고 고맙습니다. 그 말밖에 드릴 말이 없네요. 아직 제 마음에는 현탁이가 자리 잡고 있어 사연들을 미처 다 읽지 못했습니다. 현탁이 방에 두고 천천히 읽어볼게요.

생각조차 하기 싫은 이 비극은 아직도 진행 중입니다. 아직도 바다에서 자식을 기다리는 부모가 많습니다. 이들이 하루빨리 돌아오도록 기도해주세요. 그래서 보내는 길이라도 온전할 수 있도록 기도해주세요. 부탁드립니다. 그 마음들, 정말 고맙습니다.

현탁이 엄마 올림

전남 진도  팽목항 에 있는 엄마들은 실종된 아이를 찾은 뒤에도 마음 놓고 울지 못합니다. 
아직 바다에 침몰한 세월호에 남아 있는 자식을 찾지 못한 가족의 마음을 알기 때문입니다. 
금방 얼굴 볼 줄 알았던 우리 현탁이도 보름이 다 돼서야 겨우 찾았습니다. 
억지로 울음을 참고 아들을 데리고 안산으로 돌아왔는데 세탁소 주변에 노란 편지가 가득했습니다.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러곤 한참을 울었습니다. 
'못난 엄마지만 그래도 우리 아들을 잘 키웠구나. 내세울 것 없는 부모지만 부끄럽지 않게 잘 키웠구나'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고맙습니다. 정말 고맙습니다. 
IP : 14.53.xxx.177
1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목울대가
    '14.5.9 9:43 AM (203.247.xxx.210)

    막힙니다............

  • 2. 엄마
    '14.5.9 9:49 AM (118.47.xxx.16) - 삭제된댓글

    오늘은 왜 이리도 는물이 나는지요
    아이들이 좋은 곳에 있기를 기도 합니다
    웃음과 행복으르만 차 있는 걱정도 슬픔도
    절대로 없는 곳.,.

  • 3. 현탁이 누나가 올린....
    '14.5.9 9:51 AM (112.185.xxx.218)

    현탁이 누나가 올린 댓글입니다.
    ---------------------------------
    안녕하세요 현탁이 누나에요...
    제가 왠만해서는 여기에다 글을 잘 남길려고 하지 않는데요.. 참... 그러내요...
    저희 엄마가 잠깐 가게 여시자마자 동아일보 기자들이 찾아왔다고 기사좀 쓰면 안돼냐고 양해를 구하셔서 엄마께서는 아직 진도에 나오지못한 친구들때문에 미안하다고 지금 이런기사보면 어떤 마음이겠내면서 다끝난다음에 하자고.. 내보내지말자고 말씀하셨는데... 또 이렇게 허가없이 기사를 내보내네요....


    자세한 건 링크에....

    http://www.ppomppu.co.kr/zboard/view.php?id=freeboard&no=3436440

  • 4. ...
    '14.5.9 9:52 AM (115.143.xxx.210)

    말로도 글로도 표현 할수없는 슬픔 아픔이 있네요.......아................

  • 5. 아이들이..
    '14.5.9 9:53 AM (112.155.xxx.39)

    우리부모님들 살펴달라고 계속 우리를 부르는듯 해요..

  • 6. ..
    '14.5.9 9:54 AM (175.223.xxx.189)

    동아일보 ㄱㅅㄲㄷ 하는짓이 변하질 않네요!!!

  • 7. ..
    '14.5.9 9:56 AM (1.235.xxx.157)

    현탁아....현탁아...영혼이 있다면...엄마 잘지켜줘...
    얼굴도 모르는 아줌마가 정말 미안하구나..

    지금은 오히려 경황이 없어 담담하시겠지만...앞으로가 더 지옥이고 힘드실텐데...어쩌나요..
    눈물이 멈추지 않네요..

  • 8. ..
    '14.5.9 9:56 AM (175.255.xxx.253)

    그 아이군요 ㅠㅠ

  • 9. 또 눈물이
    '14.5.9 10:02 AM (123.213.xxx.209) - 삭제된댓글

    뽐뿌에서 유니세프팔찌나눔 했던 아이...
    아~ 2만원...

    아이들이 너무 아까워요.ㅠㅠ

  • 10.
    '14.5.9 10:07 AM (112.151.xxx.81)

    현탁이... 기억납니다.. 일워에서도.. 많은 형들이 현탁이 돌아오라고 기다리던 그 아이..

    노스페이스 잠바 못 사줬는데 그 잠바 입고 다니는 사람이 왜 그리 많던지...라는 부분이 너무 마음이 아려요..

  • 11. 흐억
    '14.5.9 10:17 AM (119.70.xxx.159)

    가슴속이...가슴속 어딘가가 찌르는듯 통증이...
    아아ㅡㅡㅡㅡㅡㅡ
    어머님, 어머님, 부디 힘 내시기를...
    눈물이 하염없이 흐릅니다...

  • 12. 결국
    '14.5.9 10:44 AM (222.239.xxx.146)

    다시 또 눈물이 납니다
    가슴이 너무 아프네요
    어찌하여 저희에게 이런 잔인한 일이 일어날까요

  • 13. ........
    '14.5.9 2:03 PM (116.38.xxx.201)

    오늘은 폭풍눈물이 쏟아지는 날입니다..
    어찌 이리도 착한 아이들이 있을까요..
    목이 메어 죽고싶습니다...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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