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내탓이오?

내탓? 조회수 : 860
작성일 : 2014-05-09 05:52:30
'내 탓이요'를 주장하는 그대에게 

절대적인 종교 권력의 유지를 위해서 무능한 정치 권력의 비리와 야합하여 인간적 권리와 최소한의 생존권을 무참히도 유린하던 시대가 있었습니다.

14세기 이후 4백년. 신성을 앞세워 강요된 종교권력에 저항해서 인간 본연의 자유와 권리를 주장했던 의식있는 지식인과 900만명의 민중을 이단의 마녀로 몰아 이루 표현할 수 없이 무참하게 학살했던 가톨릭과 개신교는 인류의 역사앞에 그 존엄한 인간성 앞에 아직 겸허하고 솔직한 사과를 하지 않았습니다. 

저는 고교시절, 이 잔인했던 역사를 만난 순간, 사제가 되어 세상의 미숙한 인간성을 신성으로 이끌어 보려던 순수한 꿈을 가차없이 버렸습니다.

지금 저 세월호 사건에서 목격하는 이 시대의 불의와 모순을 탓하는 저에게, 어떤 신부와 교인은 '내 탓이요'를 권하며 오로지 죽은자를 위한 기도만을 권유하고 있습니다. 여러분께도 아마 그럴 것 입니다.

그 내면의 온유한 뜻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나 세월호의 참사가 주는 인간사회의 충격이 너무나 커서 국가란 과연 무엇인가, 정부와 개인 그리고 종교의 태생적 본질과 역할에 대해 한없이 깊은 회의에 빠져들게 하므로 이에 대한 제 뜻을 펴지 않을 수 없습니다. 

'내 탓이오'는 종교적 캠페인이지만 이번 사태처럼 목불인견의 무능과 헌법의 가장 기본적 의무조차 수행치 못하는 정부를 놔두고 모든 것을 내 탓으로 돌리자는 주장은 올바른 판단이 아닐 것입니다. 

'내 탓이오'는 아무런 힘도 없는 민중과 법치대로 살아가는 시민에게 우선되는 복음과 계율이 될 수 없습니다. 

그것은 책임있는 사회 지도층의 의무와 책임을 분산하고 대형참사의 교훈 마저 잃게 해서 또 다시 그런 일을 반복하게 만드는 중요한 오류를 부르게 됩니다.

정부 수립이후 처음, 이런 생생한 참사의 시각적 진행에 전 국민의 가슴에 불을 지피도록 만든 어이없는 정부의 시스템과 언론의 작태를 보고 어찌 '내 탓이요'로 돌리며 삭힐 수가 있겠습니까.

사고 직후 현장에 와서 차에서 내리는 대통령의 저 환한 미소를 보십시오. 유족과 국민의 눈물을 먼저 닦아 줘야 할 일선 종교 지도자인 자승 총무원장의 득의만면한 미소를 보십시오. 
저것이 이 시점 종교지도자의 국민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고 표정일까요? 
더구나 로마에 체류중인 염수정 추기경은 유족과 국민에 대해 단 한 마디의 직접적인 위로 전문 조차 아직 없습니다. 
 
'네 탓이오'가 대통령을 비롯한 정치 경제 종교 권력과 무능한 정부관료, 이들을 비호하고 방관한 언론에게 내리칠 국민의 단호한 채찍일 뿐입니다.

식당에서 품을 팔아 31만원이라는 돈을 힘겹게 만들어 손에 쥐어 준 후 기뻐하다 단 며칠만에 자식의 유해를 돌려받은 유족에게 우리 모두 '내 탓이요'라니요? 

더구나 양심에 따라 이들의 인간적 권리를 대변하고 정부의 잘못을 질책하는 지식인에게 이제 그만하고 '내 탓이요'를 말하자는 것은 사리 에 맞지 않을 뿐더러 본의와 달리 권력의 무능과 실패를 면죄하고 핵심을 흐리게 해 또다시 이런 참사를 반복하는 결과를 주게 될까 두렵습니다.

우리 시대의 '내 탓이오'는 셀 수도 없이 많이 반복되었습니다.서해 페리호, 삼풍백화점, 성수대교, 대구지하철, 씨랜드, 경주코오롱 등.그러나 사고의 본질과 구조역량은 달라진게 전혀 없습니다.

'내 탓이오'는 책임분산과 정권보호 효과가 있을지는 몰라도 반복된 국가적 오류와 시스템의 근본적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못한 관용과 자비의 허구임이 입증된 셈이죠. 

사고 발생 직 후, 일부의 생명을 구할 수 있었던 그 골든타임에 '전원 구조'라는 방송을 믿고 모두 긴장을 풀었습니다.그러나 그게 아니라는 사실을 안 후 우리는 내내 기도만 했습니다. 

저는 후회합니다. 행동하지 않은 것을. 기도 뒤로 쉽게 숨었던 양심의 면피를. 그때 청와대와 해경, 방송사에 강력한 항의 전화라도 더 보태야 했을 것을.

가만 있으면 안됩니다. 또 당합니다
반드시 끝까지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것이 끝까지 어른을 믿었던 영령들의 뜻입니다.

(극동대학교 석좌교수 노화욱)
IP : 115.136.xxx.220
0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385 女버스기사, 홀로 강도 제지한 승객에 내리라 더니[펌] 6 .. 2014/05/11 5,320
    378384 전화할 곳이 자꾸 늘어요 1 이제일어나 2014/05/11 1,249
    378383 원룸생활 5 .. 2014/05/11 2,737
    378382 정말 기이한 나라.... 대한민국...BBC 기자라면... 2 .... 2014/05/10 3,403
    378381 언딘? 궁금해 미치겠어요. 9 닭공주아웃 2014/05/10 2,085
    378380 서초구민이 지방선거전 꼭 봐야할 동영상입니다. 32 ... 2014/05/10 3,289
    378379 그것이 알고싶다 보세요!!! 6 .... 2014/05/10 4,268
    378378 달님이 대통령이었다면 전원구조 됐겠죠? - 댓글은 여기에 34 부탁 2014/05/10 2,976
    378377 박그네 정부의 장관들의 세월호를 대하는자세 모음 3 망치부인방송.. 2014/05/10 1,139
    378376 서울시장 후보 박원순 정몽준 지지율격차 더 벌어져 11 집배원 2014/05/10 4,040
    378375 [스크랩] 전우용 역사학자글인데요. 월드컵기간 붉은티셔츠대신 .. 37 황도 2014/05/10 5,186
    378374 남경필이 승리해서 우리 박근혜대통령 지켜내겠답니다. 37 슬픔보다분노.. 2014/05/10 4,558
    378373 진짜 가슴아프세요? 4 녹색 2014/05/10 1,889
    378372 하루하루 산다는게 4 .. 2014/05/10 1,539
    378371 돌아가신 민간잠수사분도 보상금 받을수 있을까요? 4 ***** 2014/05/10 1,133
    378370 바른 방송을 위한 프로젝트 진행 중입니다. 15 추억만이 2014/05/10 1,497
    378369 지하철 합정역 불 소동 17 ㅇㅇ 2014/05/10 4,701
    378368 종합소득세신고 처음인데요 4 ... 2014/05/10 1,912
    378367 LG다니는 분들 출장비요. 궁금해요. 10 궁금 2014/05/10 3,000
    378366 여행 글 삭제합니다. 9 ... 2014/05/10 1,637
    378365 "친구들과 갑판으로 올라가" 딸 살린 아버지 .. 16 열정과냉정 2014/05/10 15,364
    378364 촛불집회다녀왔어요 36 겨울나무 2014/05/10 5,306
    378363 응답하라 미디어, 현재 제작중입니다. 9 바른 언론 .. 2014/05/10 1,640
    378362 펌) 불순 세력에 의한 난동, 어린 것들이 선동되고 있다 7 ... 2014/05/10 1,536
    378361 알바론 - 알바인 것이 문제일까 행위가 문제일까? 46 루나틱 2014/05/10 1,3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