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Banner

[스크랩] 중앙대생 김창인씨 ‘자퇴 선언’ 전문

읽어보세요 조회수 : 1,582
작성일 : 2014-05-08 09:08:31

오늘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정의(正義)가 없는 대학(大學)은 대학이 아니기에.

나는 두산대학 1세대다. 2008년, 두산은 야심차게 중앙대를 인수했다. 명문의 반열에 올려놓겠다고 선언했다. 당시 수험생이었던 나는 중앙대 학생이 되고 싶었다, ‘사람이 미래다’라는 두산 기업의 말처럼 나는 내 자신의 미래를 만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공부했다. 그리고 합격했다. 하지만 두산재단과 함께 시작한 대학생활은 녹록치 않았다.

박용성 이사장은 대학이 교육이 아닌 산업이라 말했다. 대학도 기업식으로 바뀌어야 한다고, 중앙대라는 이름만 남기고 모든 것을 바꾸겠다고 했다. 그리고 불과 5년 만에 그의 말은 실현되었다. 정권에 비판한 교수는 해임되었고, 총장을 비판한 교지는 수거되었다. 회계를 의무적으로 배우면서, 성공한 명사들의 특강을 의무적으로 들어야 했다. 비용 절감을 이유로 교양 과목은 축소되었고, 이수 학점은 줄어들었다. 학과들은 통폐합되었다. 건물이 지어지고 강의실은 늘어났지만, 강의 당 학생 수는 줄어들지 않았다.

진리의 상아탑이라는 대학에서 대자보는 금지되었다. 정치적이라고 불허됐고, 입시 행사가 있다고 떼어졌다. 잔디밭에서 진행한 구조조정 토론회는 잔디를 훼손하는 불법 행사로 탄압받았다. 학생회가 진행하는 새터와 농활도 탄압받았으며, 지키는 일이 투쟁이 되었다. 중앙대는 표백되어갔다.

대학은 함께 사는 것을 고민하는 공간이라고 생각했다. 학문을 돈으로 재단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치열하게 고민하고, 처절하게 싸웠다. 2010년 고대의 한 학우가 대학을 거부하고 자퇴라는 선택을 했을 때, 나는 무기정학을 받았다. 한강대교 아치위에 올라 기업식 구조조정을 막기 위해 분투한 대가였다. 대학을 바꿀 수 있다고 믿었다. 순진하게도 그 것이 가능하다고 믿었다.

하지만 기업을 등에 업은 대학은 괴물이었다. 그 대가는 참혹했다. 5차례의 징계위원회에 회부되었고, 3차례의 징계조치를 받았다. 무기정학 처분이 부당하다는 법원의 판결을 받아내자 대신 유기정학 18개월의 처분을 내렸다. 유기정학 기간이 채 끝나기도 전에 구조조정 토론회를 기획했다는 이유로 근신처분을 받았다. 이러한 징계이력은 낙인찍기였다. 받았던 장학금은 환수요청을 받았으며, 학생회장으로 출마할 피선거권을 박탈당했다. 학교본부는 나의 피선거권을 박탈하기 위해, 각 과 학생회장들을 징계처분, 학군단과 교환학생 자격박탈, 학생회비 지원중단 등 갖가지 방법으로 협박하였다.

그렇게 난 블랙리스트 대상이 되었다. 학생들은 날 종북좌파라 어느 교수는 나를 불구덩이에 타죽으러 가는 사람이라 했다. 그렇게 나는 절벽 앞으로, 불구덩이로 내몰렸다. 비단 나 혼자만의 문제였을까.

대학에 더 이상 정의는 없다. 이제 학생회는 대의기구가 아니라 서비스 센터다. 간식은 열심히 나눠주지만, 축제는 화려하게 진행하지만, 학생들의 권리 침해에는 입을 닫았다. 학과가 말도 안 되는 이유로 폐과되고, 청소노동자들이 부당한 대우를 받아도, 학생회는 움직이지 않는다.

교수들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민주주의가 후퇴한다고 시국선언을 했던 교수들이 학내에서는 아무도 말을 하지 않는다. 아니, 탄압의 선봉을 자처하게 된 교수들도 있다. 대학의 본질을 찾는 학생들에게 교수들은 다치지 않으려면 조심하라는 말밖에 해주지 못했다. 자기 몸 하나를 건사하기 위해 모두가 비겁했다.

내가 이 대학에서 배운 것은 정의를 꿈꿀 수 없다는 것이다. 현실의 벽은 너무나 거대하고 완고해서 무너지지 않을 것이고, 때문에 그저 포기하고 순응하며 살아가라는 것이다. 모두의 문제가 아니라 개인의 문제를 고민하고, 경쟁을 통한 생존을 요구했다. 그렇게 대학은 세일즈하기 편한 상품을 생산하길 원했다. 하지만 대학은 기업이 아니고 나 또한 상품이 아니다. 난 결코 그들이 원하는 인간형이 되지 않을 것이다. 그래서 마지막 저항을 해보려한다.

나는 대학을 그만둔다. 중앙대를 사랑하지 않기 때문이 아니다. 그 누구보다 중앙대를 사랑하고, 중앙대가 명문대학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으로 내가 할 수 있는 선택을 통해 말하고자 한다. 대학은 대학으로서 가져야할 최소한의 품위가 있어야 한다고. 진리와 정의에 대한 열정이 있어야 한다고.

나는 비록 중앙대를 자퇴하지만, 나의 자퇴서는 끝이 아니라 시작이 되어야 한다. 대학을 복원하기 위해 모두에게 지금보다 한걸음씩의 용기를 요구하는 재촉이기도 하다.

‘의에 죽고 참에 살자’ 중앙대의 교훈이다.

떠나더라도 이 교훈은 잊지 않으려 한다.

우리 모두가 기억했으면 한다. 지금 대학엔 정의가 필요한 시기이다.


http://www.vop.co.kr/A00000751971.html

 
IP : 114.205.xxx.213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리때는
    '14.5.8 9:11 AM (114.205.xxx.213)

    꽃놀이 하던때 맞네요
    그때도 세상이 어두우니 부조리 하니 했는데
    지금은 .. 학생회가 존재하는게 이상한데요

  • 2. 마음
    '14.5.8 9:12 AM (116.36.xxx.132)

    가슴이 너무나 아픔
    하루하루네요

    신자유주유주의
    인간에게 독이네요
    소비 향락에 매몰되어
    벌고 쓰고 생각하지 않은채
    처절하게 죽어가는 인간군상
    슬픈 현실입니다

  • 3. 알럽윤bros
    '14.5.8 9:15 AM (39.7.xxx.244)

    선배로서 미안합니다 ㅠ.ㅠ 사는 게 바쁘다는 이유로 핫교가 어떻게 돌아가는지 몰랐습니다... 미안합니다...

  • 4. 퓨쳐
    '14.5.8 9:35 AM (180.70.xxx.213)

    이런 친구가 남아 있다는게 더 놀랍네요.
    그리고 학교 당국의 찌질하기가 80학번 보다 더 한 거 같습니다.

  • 5. 저도
    '14.5.8 9:37 AM (64.104.xxx.40)

    선배로서 미안합니다.
    졸업하고 나서 두산이 인수한다고 해서 우리학교도 좀 좋아지려나.. 낡은 공대 건물도 좀 새로지어지려나
    기대했던게 사실이에요.
    가끔 가보면 새건물지어져서 좋아했었는데..
    후배들이 학과 이름이 바뀐다며 얘기할때도 어떤 분위기인지 잘 몰라서 그러려니 했었는데
    사는게 바쁘다고 모른척 하고 살아온 시간동안 이런 일이 있었네요.
    부끄럽습니다. 미안합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8411 김어준 kfc11회 박원순 조희연은 출연안했나요? 3 kfc 2014/06/06 3,395
388410 미디어 토크(6/6) - "朴 대통령, KBS 김용진.. lowsim.. 2014/06/06 1,513
388409 글 내렸습니다. 10 ... 2014/06/06 1,647
388408 요즘 안희정님이 hot!하네요 3 2014/06/06 3,303
388407 일본은 앞으로 얼마나많은 소아암환자가 발생하길레... 8 。。 2014/06/06 3,380
388406 저 몽즙 분류기 멈추게 한 여자에요. 80 //// 2014/06/06 12,550
388405 이윤성..홍지호 29 질문 2014/06/06 22,192
388404 댓글에 가슴이 벌렁벌렁 합니다. 34 ... 2014/06/06 6,990
388403 내가 아는 이광재에 대해... 18 어느가을날 2014/06/06 3,805
388402 지갑잃어버린꿈 그것도 연달아 3 겨울 2014/06/06 2,663
388401 이럴 경우 어떻게 하는게 현명할까요. 4 ㅊ초5 2014/06/06 1,509
388400 결혼 정보회사의 재혼남? 7 고민 2014/06/06 3,692
388399 장롱(가구)에 지폐를 붙이는 행위는 어떤 이유로 하는건가요? 1 미신 2014/06/06 1,520
388398 서른 후반.. 평생을 할 운동이 뭐가 좋을까요? 17 운동 2014/06/06 6,453
388397 보수에 가까운 내가 진보교육감을 뽑은 이유 /펌 9 진짜있었을듯.. 2014/06/06 2,570
388396 언론개혁프로젝트가 많이 힘드네요... 7 추억만이 2014/06/06 1,393
388395 마른오징어 물에 몇시간 정도 불리나요? 2 부침개 2014/06/06 2,191
388394 일반글) 남편에게 맞은 기억은 지워지지 않나요? 13 언제쯤 2014/06/06 3,546
388393 전년 대비 국세 수입 실적- 법인세 2조천 , 근로소득세 +2조.. 참맛 2014/06/06 1,342
388392 마트에서 파는 자장면 맛있는거 추천요! 17 그네하야 2014/06/06 3,916
388391 퇴직연금제도 잘 아시는 분 조언 부탁드려요! 2 노후가 중요.. 2014/06/06 1,429
388390 안양시장 재검해서 새누리됫다는데 경기 부산 뭐하나요 3 새누리는가능.. 2014/06/06 2,700
388389 퍼즐연산 잘푸는분~풀어주세욤 6 수학연산 2014/06/06 1,167
388388 안철수 대표를 귀하게 여기시는 안철수 지지자님들께... 71 체면 2014/06/06 2,779
388387 [펌] 김준엽 전 고대총장님 변(辯).jpg 10 저녁숲 2014/06/06 2,3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