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사람들과의 대화는 "세월호"다
심지어 가족 지간에도 화제는 바뀌지 않는다
잊기엔 너무나 미안하고 염치가 없어서다
마치 독방이 따로 내어져있는 것처럼 맘은 그렇게 철저히 분리된 채 움직인다
대화 중간중간 씩씩거리며 입에 거품 물다가
스파게티 한 접시가 싹싹 비워진다
사는 게 기적이지... 정말 하루하루 감사하며 살아야 해 하면서
커피 포인트 적립 안 된다고 막 따져물어지는 친구와 나...
재수 없으면 우리도 언제든 골로 간다고 말하고는
휘핑크림이 넘어갈 때 그 달작지근한 행복에 미소가 번지고 그런다
널 뛰는 친구와 난 절대 그 널판지에서 떨어지지 않으리란 확신이 있는 거다
사실 그 무모한 낙관이 없다면 일 분 일 초도 못 산다
얼마 전 사고가 난 지하철 구간을 지나면서도 두려움은 없다
도착해야 할 목적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떨어진 샴푸 사고 조카 먹일 우유 사야하고 오늘까지 카드 결제해야 한다
어버이날 선물은 뭘 해야 하나 고민한다
들려오는 소식에 귀 기울이면서도 그 분노와 일상의 나가 철저히 분리된다
분향소 가 먹먹한 맘 바치고 오는 길이 그나마 가벼웠던 건
죄책감에 대한 자위 같은 거였다
그래도 살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