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광고가 요즘 들어 새로 만들어진 광고인가요?
광고를 파리에서 보았대요..
광고 속 아기가 매고 있는 턱받이의 문구가 눈에 들어온 순간, 이 카피가 한국의 현재 상황을 절묘하게 풍자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이것은 어쩌면 의도적인 컨셉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턱받이에 씌어진 영문은 "KEEP CALM AND SAVE THE QUEEN" 즉 "침착하게 있어라, 그리고 여왕을 구하라" 이다. 포스트 속의 소재로 볼 때, 프랑스인들이 의례적으로 그러하듯 영국의 왕실을 비꼬는 컨셉으로 읽힐 수도 있다. 그러나 최근 세월호의 침몰과 수백명의 희생자들로 정신적 고통을 함께 겪고 있은 한국인들에게 "침착하게 있어라" 혹은 "가만히 있어라"는 말은 바로 침몰하는 세월호에서 학생들을 향해 울려퍼졌던 바로 그 방송의 내용을 즉각 상기시킨다. 동시에 이 말은 현재 한국에서 국민들로 하여금 반대 의견에 제갈을 물리고 무조건 복종을 강요하는 정권과 언론의 목소리로 비유되고 있는 중이다. 따라서 여기서 '여왕'은 당연히 박근혜가 된다.
아이의 방석 아래로 광고의 핵심문구가 보이는데 그 내용은 "마찬가지로 정보(나라) 백성들에게도 암호해독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다소 뜬금 없는 듯 하지만 이것도 의미심장 하다. 표면적으로 이 문장이 가지는 의미는, 이 광고가 TV 유료 정보 채널의 광고이기 때문에, '국민들에게도 알아들을 수 있게 해설해 줄 필요가 있다'는 의미다. 그런데 DECRYPTAGE는 암호해독이라는 의미도 되지만, 넓게는 무엇인가 잠겨있는 것을 풀어내거나 갇힌 상태에서 벗어난다는 의미도 된다. 예를 들어 우리가 "아이폰을 탈옥했다"라는 말을 프랑스어로 표현하자면 바로 이 '데크립타쥬'라는 표현을 쓸 수 있는 것이다. 굳이 세월호의 상황에 빗대면, '배에 갇혀 있는 사람들이 탈출할 수 있게 해 주어야 한다'는 의미와 연결된다.
모든 배경들과 오브제들과, 그리고 등장인물의 의상까지도 모두 붉은 색이다. 붉은 색은 바로 한국의 집권여당인 새누리당의 상징색이자, 이들이 시도 때도 없이 사용하는 "빨갱이 타령"을 의미할 수도 있다.
왕자로 보이는 이 인물이 두른 검은 어깨띠는 국상이나 중요한 장례 기간 중임을 읨한다. 그런데 "여왕을 살려라"는 문구로 봐서 여왕이 아직 죽지는 않은 모양이다. 그렇다면 이미 죽은 사람은 누구인가?? 여왕을 대신해 죽은 사람, 혹은 국가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수 없는 사고나 사건 때문에 죽은 사람들일 것이다.
그는 그다지 슬퍼하는 것 같지도 않으며, 턱에 팔을 괴고 무기력하고 불만스런 표정으로 앉아 있다. 실질적으로 그는 아무것도 할 능력도, 의지도 없는 인물로 보인다. 그럼에도 습관인듯 그저 아기만은 붙잡고 있다. 이는 무능력하고 무감각하며, 그저 가장 손쉬운 방법으로 권력을 유지하려 하는 현재의 한국 정부와 집권여당의 상태와 절묘하게 맞아들어 간다. 그가 할 수 있는 것은 그저 아기에게 "가만 있어라"라고 말하는 것 뿐이다. 여왕을 위해서! 그런데..
여왕은 어디에??
세월호에서 시신을 인양했던 잠수부들의 증언에 따르면 물에 빠져죽은 시신들은 한결같이 손을 뻗고 있다는 말이 생각 났던 것이다. 마치 '빨리 나를 데려가 주세요' 하는 것처럼. 물론 그 모습은 물속에서 살기 위해 마지막 발버둥을 치던 모습일 것이다.(기도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이런 글을 쓰기 너무 힘들다). 광고 속 아기의 이 모습은 바로 바로 물에 빠져 죽어가며 손을 내뻗었던 시신들의 모습과 같았던 것이다. 특히 몸이 불은 시신! 가장 순수한 인간으로서의 아기의 모습을 물에 빠져 죽은 시신들에 비유하는 것이 엽기적인 연산인지 모르겠다. 그러나 물에 빠져 죽은 대부분이 바로 아기와 같은 우리의 순수하고 착한 아이들이었음을 생각하면, 차라리 시신의 모습을 아기의 모습으로 환원시켜준 이 광고 작가의 발상에 경의를 표하고 싶어진다.
다소 억지스런 해석이라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정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