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고은 시인의 추모시.(줌인줌아웃에서 퍼옴)

쭉정이는가라 조회수 : 1,565
작성일 : 2014-05-04 06:44:59

추모시가 좋아서 옮겨 놓습니다.

오랫동안 옮은 말하며 충직하게 살아오신 분들이 한말씀 해주시는게 얼마나 큰 힘이 되는지요.

 

지금 나라초상입니다.

얼굴도 모르는 상감마마 승하가 아닙니다.

두 눈에 넣어둔

내 새끼들의 꽃 생명이 초록생명이

어이없이 몰살된 바다 밑창에

모두 머리 박고 있어야 할 국민상 중입니다

세상에

세상에

이 찬란한 아이들 생때같은 새끼들을

앞세우고 살아갈 세상이

얼마나 몹쓸 살 판입니까

지난 열흘 내내

지난 열며칠 내내

엄마는 넋 놓아 내 새끼 이름을 불러댔습니다

제발 살아있으라고

살아서

연꽃봉오리 심청으로 떠오르라고

아빠는 안절부절 섰다 앉았다 할 따름

저 맹골수도 밤바다에 외쳤습니다

나라의 방방곡곡 슬픔의 한사리로 차올랐습니다.

너도나도 쌍주먹 쥔 분노가 치밀었습니다

분노도 아닌

슬픔도 아닌 뒤범벅의 시꺼먼 핏덩어리가

이내 가슴속을 굴렀습니다

나라라니오

이런 나라에서

인간이라는 것 정의라는 것이

얼마나 허약한 것인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무슨무슨 세계1위는

자살 1위의 겉이었습니다

무슨무슨 세계 10위는

절망 10위 앞장이었습니다

사회라니오

그 어디에도 함께 사는 골목이 남아있지 않습니다

신뢰라니오

그 어느 비탈에도

서로 믿어 마지않는 오랜 우애가 자취 없어지고 말았습니다

흔히 공이 없고 사만 있다 합니다

아닙니다

사도 없습니다

제대로 선 사만이 공을 낳습니다

신성한 사들이 다 썩어문드러진 것입니다

이런 사로

권세를 틀어쥐고

부귀를 꽉 움켜잡고 있는 죽음의 세월입니다

오늘도 저 남녘 앞바다 화면 앞에 있습니다

아무리 땅을 친들

땅을 쳐

피멍들 손바닥뿐인들

내 새끼의 환한 얼굴이 달려올 리 없건만

밤 지새울

멍한 아침바다를 바라봅니다

어찌 엄마아빠뿐이겠습니까

이 나라 풀 같은 나무 같은 백성 남녀노소라면

저 과체중의 선체가 기울었을 때부터

하루 내내 실시간의 눈길이 꽂혀왔습니다

그 선체마저 잠겨

겨우 꼬리만 들린 채

나라와 세상살이 갖은 부실 갖은 비리

하나하나 드러내는 통탄의 날들을 보냈습니다

이런 역적 같은

이런 강도 같은 참변 앞에서

과연 이 나라가 나라 꼬라지인가 물었습니다

이런 무자비한 야만이 저지른 희생 앞에서

이 사회가

언제나 청정한 하루하루일 것인가를 따졌습니다

인간이 인간에 대하여

얼마나 인간이었던가를 뉘우쳤습니다

영혼이라는 말

양심이라는 말이

왜 있는지 몰라야 했습니다 알아야 했습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야

꽃들아 초록들아

이토록 외치는 이 내 심신 차라리 풍덩 내던져

우리 모두 빵(영)으로 돌아가

다시 하나둘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나도 너도

나라도 무엇도 다시 첫걸음 내디뎌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이른바 고도성장의 탐욕으로 마비된 것

이른바 무한경쟁으로 미쳐버린 것

이른바 역대권력에 취해버린 것

하나하나 각고로 육탈로 떨쳐내야 하겠습니다

그리하여 1인과 10인의 향연이 아닌

만인의 영광을 누려야 하겠습니다

못 박아야 하겠습니다

이 사태는

올가을이면

내년 봄이면 파묻어버릴 사태가 아닙니다

1백년 내내 애도해야 합니다

죽은 꽃들을 그 앳된 초록들을

이 내 피눈물의 새끼들을 망각을 물리치고 불러내야 하겠습니다

허나 지금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IP : 99.226.xxx.236
3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가슴으로
    '14.5.4 8:20 AM (220.87.xxx.169)

    가슴으로 쓴 시라는 느낌입니다. 또 눈물이 나는데 가족들의 마음은 상상도 못하겠습니다.

    아 이 나라는 울음 복 울부짖음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이 나라는 분노의 복이 터진 나라입니다
    내 새끼야
    내 새끼야
    내 새끼들아

  • 2. 역시
    '14.5.4 8:27 AM (121.130.xxx.112)

    시인의 언어는 강하고..또 우리를 강하게합니다

  • 3. 미안해요
    '14.5.4 10:00 AM (14.48.xxx.238)

    날이 좋네요

    이런 좋은날 그분들 참담한 마음이 생각나면 울컥 눈물이 쏟아집니다
    좋은곳에 분명 갔을거라고 믿지만
    그렇게 멀리 떠나보내서 너무 미안하고 참담합니다
    그래서 앞뒤없이 가슴이 아프고 괴롭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426630 계절밥상 올림픽점 어떻던가요? 6 부페 2014/10/13 1,946
426629 옷 직구하면서 생긴 궁금증 2 옷사요 2014/10/13 1,479
426628 일본 남자들 대상 회사 기념품..뭐가 좋을까요? 9 고민 2014/10/13 1,134
426627 제주 항공권 어디서 발권 해야 제일 저렴할까요? 2 ,,, 2014/10/13 1,535
426626 고등맘님들께 여쭤요 7 궁금 2014/10/13 1,615
426625 이상호 기자, 사측 항소심도 해고 무효 2 ... 2014/10/13 861
426624 우리 서로 라면 레시피 좀 뽐내볼까요? ㅋㅋ 22 라면조아 2014/10/13 3,190
426623 초상집 처음 가는데요.. 5 .. 2014/10/13 1,415
426622 이 원피스 어디껀가요? 넘 이쁘네요...! 2 찾아주세요 2014/10/13 2,200
426621 회사에서 열통터져 미치겠습니다(뒷담화 싫어하는 분 읽지 마세요).. 6 어흐 2014/10/13 1,878
426620 나이 많은 아래 시누이와는 서로 존대 쓰나요? 21 .... 2014/10/13 3,200
426619 동유럽, 크로아티아 쪽 11월 ,12월 중 어느때가 좋을까요? 2 눈올까 2014/10/13 5,270
426618 답례품 ... 2014/10/13 404
426617 담배피는 고딩들 112 눌러서 신고했는데요 15 목격자 2014/10/13 12,559
426616 코스피 조만간 1900깨지겠는데요. 2 오늘도 하락.. 2014/10/13 2,246
426615 화 억누르는방법좀 알려주세요.. 7 ㅜㅜ 2014/10/13 1,485
426614 공인중개사 따면 먹고(?)살수 있나요? 16 부동ㅈ산 2014/10/13 29,678
426613 와.. 요즘 의료기술 진짜 경이롭네요. 2 what 2014/10/13 2,014
426612 골절이나 골다공증에 유황홍화씨 효험 보신 분 계셔요? 1 희망 2014/10/13 1,820
426611 오사카 계신분? 1 걱정 2014/10/13 720
426610 뭐든 강요해야 하는 남편.... 2 00 2014/10/13 808
426609 삼각김밥 머리 조언 좀 해주세요 1 머리 2014/10/13 884
426608 김치냉장고 김치냉장고 2014/10/13 488
426607 가슴 저릿저릿한 노래들 추천해 주세요.. 8 ㅇㅇ 2014/10/13 1,444
426606 40살에 테솔듣는거 어떨까요? 11 ST 2014/10/13 8,0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