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월드리포트] 알 살람98호..이집트에도 '세월호'가 있었다

우유좋아 조회수 : 1,442
작성일 : 2014-05-03 15:26:09
[월드리포트] 알 살람98호..이집트에도 '세월호'가 있었다너무도 너무도 닮은…참사가 된 침몰사고SBS | 윤창현 기자 | 입력 2014.05.03 11:45

몇 해전부터 가끔 저를 괴롭혀 온 수면장애가 몇 주전부터는 고질병이 돼 버렸습니다. 몸은 한국에서 수천 킬로미터 밖에 있지만 한시도 마음이 떠나지 않는 가슴저린 세월호 참사의 고통은 이 곳 카이로까지 고스란히 전해집니다. 한국과는 7시간이나 시차가 나는 곳이라 조금이라도 희망적인 소식이 있을까, 한 명의 아이라도 구할 수 있을까 하며 새벽마다 손을 더듬어 스마트폰을 열게 되더군요. 수많은 전쟁터와 피해자들을 만나고 취재해 왔지만 20년 가까운 기자생활 동안 언론인으로서 이렇게 무력감과 분노를 느끼게 한 참사는 없었던 것 같습니다

주변의 이집트인 지인들도 만날 때마다 위로의 말을 건네면서도 한 편으로는 놀랍다고 얘기합니다. 이집트보다 30년 가까이 앞서 시민혁명을 이뤄내고 민주주의와 경제에서는 한참 앞서있다고 생각했던 한국에서 어떻게 이런 후진적 참사가 일어날 수 있느냐는 것이죠. 그러면서 자신들도 8년 전에 비슷한 선박 침몰로 천 명이 넘게 희생된 적이 있는 데, 지금 한국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꼭 당시 이집트의 상황을 보는 것 같다고 말했습니다.

너무나 빼닮은 두 참사…이집트판 세월호 "알 살람 98호"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집트인들이 세월호 참사를 비교하는 지 궁금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인터넷과 과거 이집트 언론 자료들을 이리저리 뒤적여 봤습니다. 참사의 발단과 정부의 대응까지 세월호 참사와 너무나도 빼닮아 있었습니다.

최악의 침몰사고…최악의 대응

8년 전인 지난 2006년 2월 3일, 천 4백여명의 승객과 승무원이 탑승한 여객선 알 살람 98호는 사우디를 출발해 이집트로 향하던 도중 홍해상에서 침몰합니다. 388명이 구조됐지만, 대다수가 사우디로 돈 벌러갔던 노동자들이던 이집트인들을 포함해 무려 천여명이 몰살당하는 참사가 벌어진 것입니다.

알 살람 98호는 1970년 이탈리아에서 건조한 여객선이었는 데, 21년 뒤인 91년에 당초 설계였던 승객 천명과 차량 2백대가 승객 천 3백명과 차량 320대를 태울 수 있도록 대폭 변경됩니다. 무리한 설계변경으로 무게중심이 높아지고 복원력이 떨어진 세월호와 비슷한 설계변경이 이뤄진 것이죠.

사고의 원인은 지금까지 알 살람 98호의 엔진 화재로 추정되고 있습니다. 몇몇 생존자들이 엔진실에서 나오는 검은 연기를 목격했고, 이후 재판과정에서는 출항 전 엔진이상이 있었고 선사와 선주에게 보고가 됐지만 이를 묵살하고 출항하라는 지시가 내려졌던 것으로 밝혀지기도 했습니다.

승객의 생사보다 중요했던 무바라크 심기 경호

이 사고가 이집트 국민들의 분노를 산 결정적 이유는 무바라크 정권의 무책임한 대응이었습니다. 사고 당시 무바라크 대통령을 포함해 정권 수뇌부는 아프리카 네이션스컵 축구 경기가 벌어지고 있던 카이로 경기장에 있었습니다. 한창 경기의 흥이 오른 상태에서 살아 있는 파라오로 불리던 무바라크의 심기를 건드리기 주저했던 관료들은 알 살람호 침몰 사고에 대한 긴급 보고를 제대로 하지 못했고, 이집트 당국은 결국 천 여명이 수장될 때까지 거의 아무런 구조활동도 하지 않았습니다.

당시 구조활동은 수에즈 운하 통과를 위해 홍해를 지나던 외국 배들이 주도했습니다. 또 이스라엘 당국이 구조활동 지원 의사를 이집트 정부에 타진했지만, 국민들의 반이스라엘 정서를 두려워했던 무바라크 정권은 이스라엘의 도움을 단 칼에 거절했습니다.

권력과 결탁했던 부패한 선주

이런 한심한 정부의 대응에 희생자 가족들의 절규와 국민들의 분노가 들끓자 놀란 무바라크 정권은 부랴부랴 알 살람 98호의 선주인 이스마일 맘두를 처벌하려 했지만 맘두는 사고 발생 직후 런던으로 도주해 버렸습니다. 이집트 최대 해운회사의 소유주였던 이스마일 맘두에겐 궐석상태에서 7년형이 선고됐지만, 사고의 규모와 파장에 비해 터무니없는 판결이어서 국민들의 분노를 더 자극했습니다. 알고 보니 맘두는 당시 무바라크 정권 집권당인 국민민주당 소속 국희의원으로 무바라크가 직접 의원으로 지명한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81년 사다트 대통령 암살 후 비상 계엄령 속에 집권한 무바라크 정권 하에서는 의회 의원의 일부를 대통령의 지명에 의해 선출하는 독재적 방식을 유지하고 있었습니다. 70년 대 한국의 유신체제를 모방한 모델인 것입니다.)

하지만 서슬퍼런 독재권력에 의해 완전히 장악된 이집트 언론은 침몰 참사의 진상규명과 무바라크 정권의 무책임한 대응에 눈감았고, 희생자들은 8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진상규명을 요구하는 활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천 여명의 희생자를 낸 참사가 벌어졌지만, 무바라크 대통령은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았고, 참사 2년 뒤, 관영 언론이 마련한 시민과의 대화 과정에서 어처구니없는 농담까지 늘어놓습니다.

참사를 농담으로…드러난 권력의 민낯

카이로를 관통하는 나일강의 통근용 여객선이 안전에 취약한 것 같다는 시민의 건의에 무바라크는 "홍해에서 침몰한 그 배를 타고 다니는 것은 아닙니까?."라고 농을 던지고 웃음을 터뜨리는 장면이 고스란히 방영됐습니다. 최근 만난 이집트의 한 대학교수는 당시 사건이 5년 뒤 벌어진 시민혁명의 직접적 동인은 아니지만, 가슴 한 켠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은 시민들에겐 무바라크의 독재를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는 이유 중 하나로 알 살람 98호 참사가 기억된 것은 분명하다고 말했습니다.

알 살람 98호 참사의 기록을 돌아보면서 마치 타임머신을 타고 온 것처럼 빼닮은 참사가 수 천킬로미터 떨어진 한국에서 재연된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8년 전 이집트 홍해 앞바다에서 벌어진 엉망진창인 구조활동과 권력자들의 무책임은 고스란히 진도 앞바다에서, '컨트롤 타워'가 아님을 거듭 강조하는 최고 권력과 잇단 공직자들의 황당한 처신으로 투영돼 있는 듯 합니다. 돈벌이를 위해 안전을 무시한 채 선박을 개조하고 낡은 배를 사들여 침몰 위험에 승객들을 제물로 내모는 기업의 행태 역시 두 사고가 조금도 다르지 않습니다. '사고'는 언제라도 일어날 수 있지만, '참사'가 될 지 '극적인 구조 드라마'가 될 지는 권력이 국민을 대하는 방식과 그 사회를 지탱해 온 '도덕성'에 달려 있다는 점 역시 두 참사는 공통적으로 보여주고 있는 것 같습니다.
윤창현 기자chyun@sbs.co.kr
IP : 119.64.xxx.114
4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우유좋아
    '14.5.3 3:26 PM (119.64.xxx.114)

    http://media.daum.net/foreign/others/newsview?newsid=20140503114507195

  • 2. 헐~
    '14.5.3 3:30 PM (125.182.xxx.31)

    소름끼치게 판박이네요

  • 3. 거기도
    '14.5.3 3:35 PM (1.243.xxx.106)

    이명박근혜같은게 있었나봅니다.

  • 4. 어쩜 아바타네요.
    '14.5.3 3:38 PM (124.5.xxx.133)

    권력과 결탁했던 부패한 선주 
    도움거절 어찌 이리 같은지
    가슴 한 켠에 분노를 차곡차곡 쌓이는 국민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1416 중국에서 밤 10경에 발마사지 받으러 갈 수 있나요? 1 중국 사시는.. 2014/06/26 851
391415 타투 해보신분 계신가요 12 2014/06/26 2,604
391414 닥*독 사료 강아지 먹이시는 분? 1 푸들푸들해 2014/06/26 877
391413 따라하기 2 이웃 친구 2014/06/26 1,039
391412 임신전 유아용품 미리 갖고있는거 괜찮을까요? 7 친구 2014/06/26 2,949
391411 "저 사람은 질이 별로 안좋은 사람인 거 같아".. 16 질문 2014/06/26 5,530
391410 정홍원 총리..사표 반려, 유임 26 방금 2014/06/26 3,568
391409 육아고민 어떤 조언도 겸허히 받아 들이겠습니다. 도와주세요..ㅠ.. 8 육아의 폐인.. 2014/06/26 1,290
391408 태아보험 실비보험은 무조건 100세 만기로 들어야 하나요? 12 ... 2014/06/26 2,033
391407 새치 마스카라 사둠 유용할까요?? 2 .. 2014/06/26 2,451
391406 학교폭력으로 의심되는상황 조언부탁드립니다. 14 고민중 2014/06/26 1,709
391405 서울무역전시장 모양이 어떻게 생겼나요 2 서울 2014/06/26 695
391404 사시는 지역도 대한통운 택배가 대세인가요? 10 , 2014/06/26 1,273
391403 만약 직장생활 도중 1년 간의 휴직이 가능하다면 뭘 하실 건가요.. 6 리버티~ 2014/06/26 1,599
391402 선행 전혀안된 중1 대치동 수학학원 추천좀해주세요 1 걱정맘 2014/06/26 2,048
391401 쪽파도 제철이 있나요? 2 김치초보 2014/06/26 2,505
391400 제가 집을 살때마다 폭락론이 있었지만... (서울 소형 위주로 .. 29 __ 2014/06/26 4,528
391399 파이낸셜타임스, 세월호 희생자들에게 많은 빚지고 있어 2 뉴스프로 2014/06/26 859
391398 베이킹소다 말고 그냥 소다로도 청소되나요? 2 소다 2014/06/26 1,333
391397 대학생들 방학때 주로 무슨 아르바이트 하나요? 2 아르바이트 2014/06/26 1,500
391396 김용민의 조간브리핑[06.26] 김명수 '반띵수업' 파문...그.. lowsim.. 2014/06/26 701
391395 초4 아들이 먹지않고 잠만 자려하는데요 2 2014/06/26 1,480
391394 전세끼고 아파트 살려면 어디가..? 1 여쭙 2014/06/26 1,706
391393 새로 산 베개 바꿀 수 있을까요? ㅜ 2 유자 2014/06/26 894
391392 어제 mbn 신세계 보신분요 ㆍㆍㆍ 2014/06/26 4,8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