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도 책사서 읽으려구요.
우리는 알고 있어도 공부해야 되요. 우리의 잘못을 다음세대에게 전하지 않으려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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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대선 이후 1년이 된 시점에 출간된 이 책은 한국 사회가 더이상 과거에 발목 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기 위한 필수적인 직면의 과정이요, 지금 우리의 모습과 마음을 되비추고 성찰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줄 것이다. 요즘 사람들의 낯익은 결론 ‘희망 없음’에 대한 새로운 대안으로 이 책을 권한다.
애완의 시대란?
물리적 전쟁을 경험한 부모 세대와 IMF로 정신적 내상을 겪은 자식 세대. 이들은 모두 국가와 권력,
혹은 돈과 외적 성공에 길들여져 있으며 안정을 희구한다. 더불어 몸은 자랐지만 마음은 성장하지 못한
애완의 세대이다. 저자들은 권력의 손에 강압적으로 길들여진 ‘애완’의 세대와 부모의 품을 벗어나지
않으려는 또다른 ‘애완’의 세대가 공존하는 우리 시대를 ‘애완의 시대’라 명명한다.
---책속으로
공부만 잘하면 다 된다고 해서 한눈팔지 않고 외길을 걷듯 열심히 좇아왔는데, 이제 와 기성세대는 이 길이 아니라며, 왜 그동안 새로운 길을 찾지 않았느냐고 비난만 한다며 항변한다. 다른 길을 막은 것은 기성세대면서 자신들의 잘못에 대해서는 그 어떤 사과도 하지 않고 책임도 지지 않고는, 젊은이가 패기가 없다느니 의지도 없고 나약하다느니 자신들에게 모든 잘못을 덮어씌우고 잘못했으니 반성하라는 것이 말이 되느냐고 했다. ---p.25「시뮬레이션에 갇힌 그들」
삶이라는 것은 사람이 된다는 것은 무엇인가 하는 의문과 씨름하는 것, 어떤 사람이 될 수 있는지에 대한 혼란스러움과의 싸움인지도 모른다. 어쩌면 ‘대리인’의 삶이란 이런 질문을 해본 적도, 받아본 적도 없는 삶을 말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대리인의 삶은 가장 효율적으로, 가장 효과적으로 주인의 의도를 이뤄내는 것이니 말이다. 대리인의 삶은 주인의 뜻을 거스르지 않고, 주인의 의지대로 고분 고분하게 말 잘 듣는 애완견과 다르지 않다. 애완견은 나이는 먹지만 성장하지 않는다. 애완견은 보살핌은 받지만 존엄의 대상은 아니다. 그렇게 태어났고, 그렇게 길러졌으며 그 이상 성장하지 않는다. 그들은 정서적인 지체와 정신적인 미숙함의 문제를 제대로 성찰해보지 못한 채 미성숙한 어른으로 살아가게 될 것이다. 그들의 부모처럼. ---p.72「대리인의 삶」
명자씨나 명자씨의 오빠는 이 모든 일을 먹고살기 위해, 잘살아보기 위해 견디고 참으며 겪어냈다. ‘빈곤의 시대’를 살아낸 1950년대생에게 ‘민주주의’나 ‘인권’ ‘자유’ 같은 단어는 어떻게 다가왔을까? 그것은 명자씨에게는 ‘중학교’, 그녀의 오빠에게는 ‘대학교’와 같은, 애증을 넘어 혐오와 갈망이 합쳐진 그 무엇이었을 것이다. 그들에게 민주주의나 인권에 대한 요구는 ‘배부른 자의 노래’였을 테고, 쌍용자동차 투쟁처럼 부당한 해고에 대항하는 정당한 파업이나 비정규직의 고용안정을 위한 투쟁, 그리고 인권을 위한 시위도 모두 ‘먹고 할 일 없는 놈들의 철딱서니 없는 짓’에 불과했다. ---p.84「마음이 궁핍한 부모의 자식」
이 사회의 부모가 살아온 방식은 후대에 물려줄 정신적, 문화적인 유산을 제대로 마련하지 못한 사람들의 단면이다. 적응이냐 부적응이냐, 생존이냐 낙오냐를 판단해 후대를 평가하려는 어른들은 그만큼 자신의 정신적인 빈곤함과 마주해야 한다. 그럼으로써 이것이 다시 후대에 대물림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성장하길 거부하는 사람, 본받을 만한 어른이 없는 사회, 개인의 성장을 용납하지 않는 사회, 그런 대한민국의 민얼굴을 마주해야 한다. ---p.122「대한민국에서 살아가는 일은 왜 슬픈가?」
자수성가한 아버지 덕에 경제적으로 많은 혜택을 받았지만 그만큼 구속도 컸다. (……) 윗세대의 고생스러움과 과오를 지켜봐온 그들은 눈치껏 그 사이에서 ‘그렇게까지는 하지 않겠다’고 생각한 것이다. 그렇게까지 고생하지 않고, 그렇게까지 망가지지 않고, 그러나 그렇게까지 얻고 싶은 것이다. 하지만 자신들도 부모 세대나 이전 세대가 만든 틀에 여전히 갇혀 있다는 사실은 자각하지 못한다. 무엇보다 자신들이 식민의 경험과 전쟁을 경험한 부모 밑에서 자란 불안한 유년의 자녀이며, 부모 세대가 그랬던 것처럼 자신들도 안정을 절대적으로 원한다는 사실을 말이다. ---p.138「짧은 역사의 기록」
조국 근대화의 기수, 산업역군, 우리가 그렇게 이 나라를 만들었지. 1980년대 부흥을 이끈 것은 전두환이 아니라 우리가 뼈빠지게 일했기 때문이지. 그렇게 살 만한 나라로 만들어놓았더니 어쭙잖게 민주화 어쩌고 하면서 김대중과 노무현이 나라를 흔들어놓지 않았나. (……)그들에게 과거의 상처는 너무나 악착스럽고 미래의 걱정은 갈수록 커져 눈빛을 흐리게 할 뿐이다. 현재의 가능성은 그만큼 줄어들고 눈앞의 삶을 깊이 있게 누리는 것마저도 허락하지 않는다. 그들은 여전히 과거에 사로잡혀 있다. ---p.166「명호씨의 11월 27일」
지난 대선에서 가장 높은 투표율을 보인 50대는 1970년대 공동체가 남아 있던 시절에 대한 향수와 함께 근대 산업 사회를 거쳐 최첨단 정보통신 시대까지 경험한 세대다. (……) 누구보다 열심히 살았다고 자부하지만 그들을 고통스럽게 하는 것은 중요한 과제를 아직 끝내지 못했다는 ‘미완수감’이다. 아직 ‘잘살아보세’를 이루지 못한 안타깝고 분한 감정이다. 더 잘살기 위해 떠난 고향은 가슴에 남았지만, 그들은 여전히 잘살지 못하고 있다(고 믿는다). 그들은, 그 과제를 함께 수행하고 있다고 믿던, 아니 그 과제를 완수하게 해줄 것이라고 믿었던 박정희의 갑작스러운 죽음을 지금 자신들이 겪고 있는 가난(결핍)의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p.177「박정희 애도하기」
이번 대선에서 바야흐로 50대 초중반이나 이미 60대를 넘어선 그들은 사회적 ‘잉여’(아, 이 얼마나 위험한 말인가!)가 되려는 찰나에 있었다. 다시 소외의 망령이 그들을 괴롭히고 있었다. 비유적으로 말하자면, 그들은 허겁지겁 그들의 증명서, 즉 투표용지에 자기 이름을 적어, 나 여기 살아 있다며 존재를 인준받으려 했다.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기 위해 국가를 자처한 사람의 딸에게 투표용지를 들이민 것이다. ---p.187「마음속으로 사라진 고향」
우리의 과거는 늘 주변을 떠돈다. 과거는 전통이나 명예가 되지 못한 채 완전히 받아들여지지 않은 그 무엇으로, 쿡쿡 쑤시는 신경통처럼 하나의 상처(통증)로 남아 있다. 과거는 친숙하지만 낯선 그 무엇, 우리가 알고 있지만 알고 싶지 않은 무언가로 변해버렸다. 그것을 제대로 마주하지 못한다면 그것은 언제든 다시 소환될 기회를 찾아 우리의 발목을 잡을 것이다. 과거와 현재를 벗어나 빨리 미래에 도달해야 한다고 했지만, 막상 미래에 가서 뒤돌아보면 항상 우리의 발목을 잡는 무엇인가가 있지 않았던가. ---p.221「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우리는 항상 더 나은 삶을 원한다고 했지만, 사실 우리가 원한 것은 더 많이 가진 삶이었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풍요로운 재산이었지 풍요로운 정신은 아니었던 것 같다. 더 많이 갖고 싶은 것은 배려심이나 삶의 기품이 아니었다. 많은 이들이 더 힘센 사람이 되고 싶어하며, 그런 사람을 숭배하고 그와 동일시함으로써 자신이 보호받는다고 믿는다. ---p.222「부끄러움을 모르는 사람들」
우린 정말 사악해진 것일까? 우리는 살기 위해 서로에게 얼마나 잔인해지고 처절해질 수 있을까? ‘만인의 만인에 대한 투쟁의 상태’는 이런 것을 두고 한 말이리라. 우린 언제부터 이렇게 불행해진 것일까? 우리가 좋았던 시절이라 회상하던 그 가난하던 때는 뒤로 물러갔고, 사실 그 언제보다 우리 사회는 풍요로워졌는데 우리의 마음은 그 어느 때보다 궁핍하고, 우린 가장 ‘가난한’ 삶을 살고 있다. ---p.228「우리가 가지 않은 길」
우린 여전히 국민이라는 ‘상상의 공동체’ 밖에서는 우리 자신을 상상하지 못한다. 우린 여전히 ‘지배받지 않는 삶’을 상상하지 못한다. 자신이 다른 선택을 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개발이나 성장 말고는 미래를 말하는 다른 이름을 알지 못한다. 다른 삶을 선택할 수 있다는 것을 알지 못한다. 그러면서 여전히 손쉬운 대안이나 전망을 바란다. 결국 우린 낡은 시대의 한계를 모두 확인한 다음에야 대안을 만들어낼 수 있음을 직면하게 될 것이다. ---「우리가 가지 않은 길」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