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지는 부실 구조 의혹
차 타고 배 타고 오다 늦어
헬기로 안 보낸 것도 궁금
2~3분간 배 위에 머문 해경
객실 쪽은 쳐다보지도 않아
세월호가 침몰한 지난 16일 오전 9시44분. 해양경찰 1명이 왼쪽으로 60도쯤 기울어진 세월호 갑판에 서 있다.
급파된 경비정 123정 승조원인 이모 경사다. 세월호 옆에 있는 해경 고속단정(소형 고무보트)에서 방금 세월호에
오른 듯하다. 위치는 배 앞도 뒤도 아닌 한가운데. 승객들이 있는 선미 쪽은 거들떠보지도 않은 채 앞쪽으로
뚜벅뚜벅 걸어갔다.
배가 크게 기울었지만 갑판에 수직으로 된 배 옆 난간이 바닥 역할을 해 걷는 데 전혀 어려움이 없는 모습이었다.
배 앞쪽 구명뗏목에 다다른 이 경사는 배에 묶여 고정된 뗏목을 손으로 풀려고도 하고 잘 안 되는 듯 발로 차기도 했다.
이런 행동은 2~3분간 이어졌다.
지난 28일 해경이 공개한 세월호 침몰 당시 동영상에 나온 내용이다. 배 안에서 별 지장 없이 다닐 수 있었던
이 경사가 왜 객실 쪽으로 가서 탈출하라고 하지 않았는지는 미스터리다.
해경이 공개한 동영상이 또 다른 의구심을 낳고 있다. 구조활동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의혹들이다.
이 경사부터 그렇다. 123정에 탄 해경들은 현장 도착 전에 "세월호 안에 400~500명이 있다"고 상황실로부터
전달받았다. 그럼에도 이 경사는 승객이 있다는 사실을 전혀 모르는 것처럼 배에 오른 뒤 뒤돌아보지 않고
객실 반대쪽으로 걸어갔다. 이에 대해 해경은 뚜렷한 해명을 하지 못하고 있다.
동영상엔 또 인명구조에 필수인 잠수요원이 나오지 않는다. 잠수요원은 오전 11시24분 해경 1508함을 타고
도착했다. 오전 8시52분 첫 구조 요청이 들어오고 2시간32분 뒤였다. 또 세월호가 뱃머리만 남겨 놓은 채 완전히 가라앉고 6분이 지나서였다.
해경은 "구조 신고를 받은 즉시 전남 목포해경 전용부두에서 비상 대기하던 잠수요원 7명을 출동시켰다"고 했다.
진도 팽목항으로 1시간 넘게 차를 타고 가서 다시 배를 타고 1시간 걸려 현장에 도착했다. "그게 가장 빠르다고
판단했다"는 게 해경 측 설명이다. 하지만 목포엔 최고 38노트(시속 70㎞)로 달릴 수 있는 고속보트가 비상 대기 중이다.
이걸 타면 바닷길로 86㎞ 거리인 사고지점까지 1시간11분 만에 도착한다. 해경은 "고속보트가 단거리 구조용이어서
사고 현장까지 가기 어렵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했다. 그렇더라도 1분1초를 다투는 상황에서 왜 헬기로 출동하지
않았는지 의문이다. 한국해양대 이은방(해양경찰학) 교수는 "헬기 출동체계가 아예 없었을 것"이라며 "일본처럼 비상
상황 때 헬기를 타고 출동하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오전 9시38분 현장에 도착하자마자 3층 갑판에 있던 승무원 5명을 구해내면서 배 안 어디에 승객들이 있는지
묻지 않은 것 또한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물었다면 6분 뒤 배에 오른 이 경사가 객실 쪽으로 가지 않았을 리 없다.
세월호가 과속 급선회하면서 기울었던 사고 순간에 이준석(69) 선장이 뭘 했는지 역시 미스터리다.
구조 당시 이 선장은 아래에 속옷 말고 아무것도 입지 않았다. 자다가 웃옷만 걸치고 나온 듯한데, 밤샘 근무도
하지 않은 이 선장이 사고 순간인 오전 8시48분에 잠을 잤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 선장은 애초 검경 합동수사본부에서
"사고 순간에 담배를 피우러 조타실 밖으로 나갔다"고 진술했다. 그러다 나중에 속옷 차림이었던 사실이 알려지자
"선실에서 바지를 갈아입으려는데 배가 기울어 급히 달려왔다"고 말을 바꿨다.
조타실에서 선장을 비롯한 선원들이 줄줄이 빠져나와 해경에 구조될 때, 조타실에 중년의 한국 여성과 필리핀
여가수 등이 함께 있었던 것 또한 의문이다. 이들은 문에 '통제구역'이라 찍힌 조타실 안에 있다가 이 선장이 구조된
직후인 오전 9시48~49분 구출돼 해경 경비정에 올랐다. 해경은 이들이 왜 조타실에 머물렀는지 파악하지 못한 상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