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족엔 사과 않고 조문만…시기·형식 부적절 지적
박근혜 대통령이 29일 세월호 참사에 대해 "사고로 희생된 분들께 깊은 애도를 표한다"며 대국민 사과를 했다. 참사 14일째다.
박 대통령은 이날 오전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서 "사전에 사고를 예방하지 못하고 초동대응과 수습이 미흡했던 데 대해 뭐라 사죄를 드려야 그 아픔과 고통이 잠시라도 위로받을 수 있을지 가슴이 아프다. 이번 사고로 많은 고귀한 생명을 잃게 돼 국민 여러분께 죄송스럽고 마음이 무겁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은 앞서 이날 아침 경기도 안산시 화랑유원지에 마련된 '세월호 사고 희생자 정부 합동분향소'를 찾아 조문했다.
박 대통령이 참사 14일째에, 그것도 정기 국무회의 자리에서 장관들을 앞에 두고 '착석사과'를 한 것에 대해선 내용과 형식 모두 적절하지 못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세월호 침몰사고로 숨진 경기도 안산 단원고 학생 110여명의 유족들이 꾸린 '세월호 사고 유가족 대책위원회'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의 국민은 국무위원뿐인가? 몇천만명의 국민이 있는데 겨우 몇몇 국무위원들 앞에서 하는 비공개 사과는 사과가 아니다. 진정 이 나라 대통령, 우리가 바라는 대통령의 모습이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을 정면으로 비판했다. 박 대통령은 희생자 분향소를 찾은 자리에서는 유족들을 만났을 때 사과는 하지 않았다.
박 대통령은 국무회의에서 "과거로부터 쌓인 적폐를 바로잡지 못해 너무도 한스럽다", "집권 초 악습과 잘못된 관행을 바로잡는 노력을 더 강화했어야 하는데 안타깝다"고 말해 사고의 근본 책임을 이전 정부의 잘못으로 돌리는 듯한 언급도 했다. "문제들이 어디서 시작됐는지, 무엇이 잘못됐는지 반드시 밝혀내야 한다"면서도 사고 수습 과정에서 숱하게 제기된 청와대와 박 대통령 자신의 책임에 대해선 별다른 언급을 하지 않았다.
대신 박 대통령은 현 안전행정부 중심의 재난대처체계를 바꿔 '국가안전처'를 신설하겠다는 구상을 제시했다. 그는 "국가 차원 대형사고에 대해 지휘체계에 혼선이 발생하지 않도록 총리실에서 직접 관장하면서 부처간 업무를 총괄조정하고 지휘하는 가칭 '국가안전처'를 신설하려고 한다. 정부조직 개편안을 만들어 국회와 논의를 시작하도록 준비해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청와대 국가안보실을 지금처럼 여전히 정보취합형 조직으로 남겨두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신설될 국가안전처가 급박한 재난 때 각 부처를 효율적으로 통제할 수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생길 수밖에 없는 대목이다.
박 대통령은 이어 "이번에야말로 대한민국의 안전시스템 전체를 완전히 새로 만든다는 각오를 가져야 한다. 내각 전체가 모든 것을 원점에서, 다시 '국가 개조'를 한다는 자세로 대책을 마련해달라"고 당부했다. 이와 함께 공무원 사회에 대해서는 지난 21일 내놓은 '복지부동 공무원 퇴출론'을 넘어서 "소위 '관피아'나 '공직 철밥통'이라는 용어를 추방하겠다는 신념으로 관료사회의 적폐를 해결하고, 공무원 임용과 보직관리, 평가, 보상 등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해 확실한 개혁방안을 마련해달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이날 박 대통령이 내놓은 후속 대책에는 사고 수습과 관련해 빚어지고 있는 혼선을 어떻게 정리하겠다는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인 내용이 없다. 또 '국가 개조'처럼 정부가 국민을 대상화하는 듯한 1970년대식 슬로건을 어떻게 2014년에 적용하겠다는 것인지도 모호하다. 석진환 김일우 기자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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