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껍데기의 나라를 떠나는 너희들에게
-세월호 참사 희생자에게 바침
권혁소(시인. 강원 고성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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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선 운행 나이를
서른 살로 연장하여
일본에서 청춘을 보낸
낡은 배를 사도록 하고
영세 선박회사와 소규모 어선을 보호한다는 명목으로
엉터리 안전 점검에 대기업들이 묻어가도록 하고
4대강 물장난으로 강산을
죽인 것은 이명박 정권이었다
차마 목 놓아 부를 수도 없는 사랑하는 아이들아
너희들이 강남에 사는 부모를 뒀어도 이렇게 구조가 더뎠을까
너희들 중 누군가가 정승집 아들이거나 딸이었어도
제발 좀 살려달라는
목멘 호소를 종북이라 했을까
먹지도 자지도 못하고 절규하는 엄마를 전문 시위꾼이라 했을까
집권 여당의 국회의원들이
막말 배틀을 하는 나라
너희들의 삶과 죽음을 단지 기념사진으로나 남기는 나라
아니다, 이미 국가가 아니다
팔걸이 의자에 앉아
왕사발 라면을 아가리에
쳐 넣는 자가 교육부 장관인 나라
계란도 안 넣은 라면을 먹었다며 안타까워하는 자가
이 나라 조타실의 대변인인 나라
아니다, 너희들을 주인공으로 받드는 그런 국가가 아니다
그러니 이것은 박근혜 정부의 무능에 의한 타살이다
이윤만이 미덕인
자본과 공권력에 의한 협살이다
너희들이 제주를 향해 떠나던 날
이 나라 국가정보원장과 대통령은
간첩 조작 사건에 대해
국민에게 사과했다
머리를 조아렸다,
얼마나 자존심이 상했을까, 그래서였나
그래서 세월호의 파이를
이리 키우고 싶었던 걸까
아아, 미안하다 정말 미안하다
이제 막 피어나는 4월의 봄꽃들아
너희들의 열일곱 해는
단 한 번도 천국인 적이 없었구나
야자에 보충에 학원에,
바위처럼 무거운 삶이었구나
3박 4일 학교를
벗어나는 것만으로도
세상을 다 가진 것처럼
흥분했었을 아이들아
선생님 몰래 신발에
치약을 짜 넣거나
잠든 친구의 얼굴에
우스운 낙서를 하고
베개 싸움을 하다가
선생님 잠이 안 와요,
삼십 분만 더 놀다 자면 안 돼요
어여쁜 얼굴로 칭얼거리며
열일곱 봄 추억을 만들었을
사랑하는 우리의 아이들아
너희들 마지막 희망의 문자를 가슴에 새긴다
학생증을 움켜쥔
그 멍든 손가락을 심장에 심는다
이제 모래 위에 지은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거기엔 춥고
어두운 바다도 없을 거야
거기엔 엎드려 잔다고
야단치는 선생님도 없을 거야
거기엔 네 성적에 잠이 오냐고
호통 치는 대학도 없을 거야
거기엔 입시도 야자도
보충도 없을 거야
거기엔 채증에는 민첩하나 구조에는 서툰 경찰도 없을 거야
거기엔 구조보다 문책을,
사과보다 호통을 우선 하는 대통령도 없을 거야
어여쁜 너희들이
서둘러 길 떠나는 거기는
거기는 하루, 한 달, 아니 일생이 골든타임인 그런 나라일 거야
따뜻한 가슴으로 꼭 한 번
안아주고 싶었던
사랑하는 아이들아
껍데기뿐인
이 나라를 떠나는 아이들아
미안하고 또 미안하다
눈물만이 우리들의 마지막 인사여서 참말 미안하다
우리 다시 만날 때까지 부디 안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