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실무진은 올 2월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붕괴 사고 당시 국민 안전 분야의 컨트롤타워를 정비해야 한다는 보고를 올렸지만 윗선에서 묵살한 것으로 알려졌다. 세월호 참사에 앞서 재난안전 관리 분야를 종합 점검할 기회를 청와대 스스로 날려버린 셈이다.
28일 여권 관계자에 따르면 대통령정무수석실 실무진은 2월 경주 참사가 빚어지자 재난안전 분야 종합 대책 보고서를 만들어 제출했다. 보고서의 핵심은 '재난안전청'과 같은 별도의 기구를 만들어 재난 예방과 훈련, 대응 등 관련 업무를 총괄하도록 해야 한다는 내용이다. 정부 부처 내 재난 대책기구가 분산돼 효율적인 운영이 힘든 현실을 개선하자는 취지였다. 세월호 참사 이후 재난 대책기구를 통합해야 한다는 전문가들의 지적과 대동소이한 것이었다.
세월호 참사 이후 드러난 것처럼 안전행정부 내 고위직 안전 전문가가 없는 만큼 민간 전문가를 영입해 안전 분야 업무를 전담토록 해야 한다는 내용도 당시 보고서에 담겨 있었다.
당시 이 보고서는 정무수석실 내부에서 잠시 논의된 뒤 사실상 폐기됐다. 오히려 보고서를 작성한 실무진은 "우리 업무도 아닌 것을 왜 보고했느냐"며 핀잔만 들은 것으로 알려졌다. 안전행정부의 업무를 분리해 재난안전청을 신설하려면 정부 조직을 개편해야 하는 만큼 민감한 현안을 굳이 꺼낼 필요가 있느냐는 질책이었다. 여권 관계자는 "2월 실무진의 보고가 사실상 묵살된 뒤 두 달도 안 돼 세월호 참사가 벌어지자 실무진의 자책감이 상당히 크다"고 전했다.
지난해 초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도 안전 분야 업무를 별도로 맡는 조직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있었다고 한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 당선인이 '국민안전'을 국정목표의 하나로 제시하자 인수위에서는 안행부의 안전 기능과 소방방재청의 방재 기능을 통합해 별도의 부처를 만드는 방안이 논의됐다. 하지만 당시 부처 신설에 부정적인 의견이 많은 데다 안행부도 반대하면서 무산됐다는 것이다.
이처럼 사전에 대형 재난 상황에 대비할 기회를 놓친 청와대도 문책론에서 자유롭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여권 관계자는 "내각보다는 청와대 중심으로 국정이 운영됐다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인데 청와대가 책임을 지지 않는다면 국민이 납득하겠느냐"고 반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