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부터 이 드라마 보는 중간중간 오싹오싹 한기가 느껴지곤 했어요.
뭔가 심상치않은 기운을 지닌 드라마같다는 느낌...
근데 그 와중에 세월호 사건이 터졌고
그동안 드라마고 티비고 다 멀리하다가 오늘 아침 마지막회를 보면서는 온몸에 소름이 돋았습니다.
네 물론 드라마에요.
대놓고 말하기 힘든 현실을 애둘러 말하느라
드라마속의 대통령은 그냥 암것도 모르는 정의로운 양반으로 묘사되었고
장르물의 특성상 어찌나 비비꼬고 암시와 복선을 깔아놨는지
이해하기 힘드신 분도 많았다고 들었습니다.
근데 거기 나오는 등장인물 하나하나가 어떤 집단,어떤 계층,
어떤 입장, 의 상징 그 자체에요.
자신들의 죄를 은폐하기 위해 어린 국민의 목숨을 쥐고 장난치는 영부인과 비서실장,
어떨결에 공범이 되어 침묵으로 그들을 도왔던 재벌, 연예인, 고위공직자,
그리고 약점 하나씩 잡혀서 꼼짝없이 끌려가는 하수인들,
자신의 한을 풀려고 기꺼이 권력의 개가 된 충복 등등...
예를 들어,
인권변호사입네 하면서 뒤로는 아내후배와 불륜 저지르고
자신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딸의 안전을 놓고 흥정까지 벌이다가
마침내 딸이 진짜 위험에 처하자 비로소 제정신 차리고
뒤늦게 아비노릇하려 미쳐 뛰어다니는 김태우를 보면 그가 어떤 집단의 상징인지
쉽게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의 끔찍한 현실을 소름끼치게 보여주던 이 드라마는
최종회에서 정확하게 세월호와 겹치는 은유들을 쏟아냅니다.
사실은 살아있는 아이를 죽은것처럼 보이게 만들어서
조작된 기억이 주입된 남자주인공이 아이를 물속에 수장시킬 뻔했던 부분에서
오열이 터져나오려고 하더군요.
14일전으로 타임워프된 엄마는 그 모든 것들의 실체를 밝혀내고
결국 아이를 살려내서 운명을 바꿉니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진행되는 학살의 현장에서 꼼짝없이 슬픔과 고통의 고문을 당하는 중이죠.
현실이 드라마보다 훨씬 잔혹한 세상을 우리가 살아가고 있습니다.
드라마의 마지막 장면, 측근들의 잘못이지만 그것은 결국 내 잘못이라며 하야하는 대통령의 모습도
우리로선 꿈조차 꾸기 힘든 판타지일 뿐이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