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제 한동안은 마음 아파서 바다 보러 못 갈 것 같아요..

... 조회수 : 1,271
작성일 : 2014-04-29 00:17:57

예전에는 마음이 힘들면 늘 바닷가에 가서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적 드문 바닷가 모래사장에 하루 종일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파도소리만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너댓 살 무렵에 아버지 근무지 때문에 2년 정도 작은 어촌에 가서 산 적이 있는데,

가끔씩 아빠 퇴근하실 시간 되면 바다 옆으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서

아빠를 마중나가곤 했어요.

그럴 때면 아빠는 저를 등에 업고 집까지 가셨어요. 

아빠 등에 기대서 아빠가 주신 쥬시후레쉬 껌 씹으면서

해 지는 바다를 보면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참 행복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당일치기로라도 바다를 보러 갈 때가 많았어요.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 새벽의 차가운 바다, 비 내리는 회색 바다, 눈이 녹아드는 어두운 바다, 붉게 노을 지는 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 바다를 보면 슬플 것 같아요.

 

바다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거에요.

바다가 얼마나 막막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인지...

 

그 막막함과 비현실적인 느낌이 좋았는데

누군가에게는 그 막막함이 끝없는 고통이 되리라는 것....

 

저 안에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누워 있다는 걸 아는데,

너무나 거대한 공간이기에

뭘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무기력한 고통만이 이어진다는 것...

 

물은 생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것.

 

오늘 핸드폰에서 얼마 전 이른 봄에 당일치기로 잠깐 다녀온 서해 바다 사진을 보는데,

이 바다에 갇혀서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갔구나...이 바다에 아직 아이들이 갇혀 있구나...생각하니

그 사진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어요.

 

 

 

 

IP : 61.254.xxx.53
11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저두요...
    '14.4.29 12:19 AM (211.201.xxx.173)

    바다는 커녕 파란색만 봐도 몸서리가 처집니다. 시간이 많이 필요할 거 같아요.

  • 2. 저두요 ㅠㅠ
    '14.4.29 12:21 AM (115.140.xxx.27)

    바다만 보면 눈이 찔끔 감아지네요 그 아이들이 생각나서요 미안하고 미안한 마음에 눈조차 마주치지 못하겠어요
    흑흑 ㅠㅠ

  • 3. ...
    '14.4.29 12:21 AM (1.232.xxx.239)

    저도 일요일날 한강을 지나는데
    불시에 단원고 아이들이 생각이 났어요
    그 부모들은 진도 앞바다에서 어찌 그 바닷물을 바라보고 계셨을지
    조금이나마 헤아려지더군요~ 그 맘 다 안아드리고 싶네요.

  • 4. 저도요
    '14.4.29 12:24 AM (112.151.xxx.81)

    전 국민이 물에 대한 트라우마가 생겼네요.. 에휴..

  • 5. 아프다
    '14.4.29 12:24 AM (1.240.xxx.41)

    저도 이번 연휴에 바다 근처 여행 취소했어요…
    바다만 보면 아직 차가운 물 속에 있을 아이들이 떠올라 차마 바다를 바라볼 수가 없을거 같아서요

  • 6. ....
    '14.4.29 12:26 AM (115.140.xxx.27)

    지나가는 고등학생들도 못쳐다보겠어요 전 ㅠㅠ

  • 7. ~~
    '14.4.29 12:27 AM (58.140.xxx.106)

    물..이 무서워요. 첨단기술로 달나라 왔다갔다하고 위성이니 뭐니 아이티강국이니 뭐니 물밑에 조금만 내려가면.. 다 우습네요.ㅠ

  • 8. 그러네요..
    '14.4.29 12:29 AM (129.69.xxx.43)

    빨리 전부 데리고 나와야 할텐데.. 한명이라도 바다속에 남겨져있는 한 앞으로 바다를 볼때마다 마음이 많이 아릴 거에요.

    어서 나와서 엄마 아빠 품에서 잠들어야지.. 그곳은 너무 어둡고 춥잖니..

    바다에 용왕님이라도 계셔서 아이들 찾아주셨으면..하는 생각까지 드네요.

  • 9. 몇 달전 제주도
    '14.4.29 12:50 AM (112.159.xxx.14)

    몇 달 전 제주도를 다녀왔습니다.
    계절이 애매했지만 날씨가 좋아 운좋게 잘 보고 왔고,
    제주의 예쁜 바다를 보았는데

    저도 시려서 한 동안 못 보겠습니다.

  • 10. --
    '14.4.29 2:04 AM (217.84.xxx.111)

    잡지에 바다 풍경이랑 여객선 사진, 보트 사진 이런거 많이 보이는데..볼 때마다 착잡해요. 불안하고;;
    배 여기저기 탈만큼 타봤기에 망정이지...앞으로 배 못탈 거 같음...

  • 11. ㅜ.ㅜ
    '14.4.29 2:21 AM (58.224.xxx.167)

    전 바다뿐만 아니라 물만 봐도 신경이 예민해지네요. 오버 같지만 아침에 쌀 씻다가 애들 생각나서 넘 힘들었어요. 물만 봐도 무서워요. 평생 바다는 못 갈거 같아요. 배도 못타지 싶어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9518 제주도 고즈넉한 숙소 알려주세요^^ 4 다즐링 2014/06/19 2,199
389517 유시민님이 김대중대통령을 대하는 자세 30 궁금 2014/06/19 4,154
389516 팔순친정엄마 일본여행 괜찮을까요? 17 고민 2014/06/19 3,084
389515 얼마전 히트친 인터넷운동들 보고 - 몸치에다 저질체력이신 분들 95 귀염아짐 2014/06/19 5,156
389514 김용민의 조간브리핑(14.6.19) - 중앙일보 민망한 단독 주.. 1 lowsim.. 2014/06/19 1,148
389513 수학의 정석 인강은 어디가 좋나요? 2 고등인강 2014/06/19 2,185
389512 한국 경제의 원흉은 새누리당과 이명박근혜지요. 단연코.. 6 진실 2014/06/19 951
389511 표절·평판 등 기본조사도 안 해…”청와대 검증팀 있기는 한가” 4 세우실 2014/06/19 1,136
389510 아파트 매매시 잔금입금시 그날 바로 이사 아닌가요? 9 궁금해요 2014/06/19 6,753
389509 美 배우 조지 클루니, 주지사 거쳐 대통령을 꿈꾸다 12 조지 클루니.. 2014/06/19 2,873
389508 모르는 문제 선생님께 여줘보면 안되나요? 29 중학 과학 2014/06/19 2,903
389507 아픈데 이게 무슨 병인지 감도 안오네요; 3 ㅜㅜ 2014/06/19 1,218
389506 위례 하남...전망이 있을까요? 4 .. 2014/06/19 4,876
389505 참극과 동반사퇴 당하면 진짜 실세가 전면에 드러난다 5 김기춘이 2014/06/19 1,912
389504 이사때 점심값 어떻게 하세요? 21 ㅇㅇ 2014/06/19 5,339
389503 편의점이야기 2 ㅎㅎㅎ 2014/06/19 1,185
389502 형광등을 깼어요 ㅠ 1 ... 2014/06/19 1,250
389501 네이버 카페의 매니저들이 회원들 주민등록번호 조회 할수 있나요?.. 2 ... 2014/06/19 1,800
389500 백금세팅 큐빅팬던트 어디서 사면 좋을까요 .. 2014/06/19 859
389499 어제 오후에 다리 다친 길고양이 관련 문의하셨던 글.. 1 kreato.. 2014/06/19 1,127
389498 대구경북에 명바기의 축복이 엄청나네요 11 참맛 2014/06/19 2,534
389497 전우용 역사학자 트윗 3 역사를 잊은.. 2014/06/19 1,356
389496 축구응원 아이들 동원된게 맞네요 15 ㅇㄹ 2014/06/19 3,052
389495 항일 생존 독립운동가 및 후손들 문 총리 지명 반대 성명 1 뉴스프로 2014/06/19 1,056
389494 한복스팀다리미로다려도되나요 1 다리미 2014/06/19 2,78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