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에는 마음이 힘들면 늘 바닷가에 가서 파도소리를 듣고 싶다는 생각을 했어요.
인적 드문 바닷가 모래사장에 하루 종일 앉아서
아무 생각없이 멍하니 파도소리만 들으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
너댓 살 무렵에 아버지 근무지 때문에 2년 정도 작은 어촌에 가서 산 적이 있는데,
가끔씩 아빠 퇴근하실 시간 되면 바다 옆으로 난 시멘트길을 따라서
아빠를 마중나가곤 했어요.
그럴 때면 아빠는 저를 등에 업고 집까지 가셨어요.
아빠 등에 기대서 아빠가 주신 쥬시후레쉬 껌 씹으면서
해 지는 바다를 보면서 집으로 돌아올 때가 참 행복했어요.
그래서 시간이 날 때면 당일치기로라도 바다를 보러 갈 때가 많았어요.
눈부시게 빛나는 바다, 새벽의 차가운 바다, 비 내리는 회색 바다, 눈이 녹아드는 어두운 바다, 붉게 노을 지는 바다
바다는 언제 보아도 좋았어요.
그런데, 이제 바다를 보면 슬플 것 같아요.
바다를 본 적이 있는 사람은 알 거에요.
바다가 얼마나 막막하고 비현실적인 공간인지...
그 막막함과 비현실적인 느낌이 좋았는데
누군가에게는 그 막막함이 끝없는 고통이 되리라는 것....
저 안에 내가 사랑하는 아이가 누워 있다는 걸 아는데,
너무나 거대한 공간이기에
뭘 어떻게 해 볼 수도 없이 무기력한 고통만이 이어진다는 것...
물은 생명의 상징이기도 하지만
죽음의 상징이기도 하다는 것.
오늘 핸드폰에서 얼마 전 이른 봄에 당일치기로 잠깐 다녀온 서해 바다 사진을 보는데,
이 바다에 갇혀서 아이들이 그렇게 죽어갔구나...이 바다에 아직 아이들이 갇혀 있구나...생각하니
그 사진이 더 이상 아름다워 보이지 않았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