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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십니까? 대통령님. 저는 대구에 위치한 고등학교에 다니는 3학년 여학생입니다.
이번에 모든 국민들의 가슴을 찢어지게 만들었던 세월호 사건에 대해서 글을 올리고자 합니다.
처음에 진도에서 여객선이 침몰하기 시작했다고 봤을 때는 그저 구해내겠지....라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시간이 흐를수록 상황은 달라질 기미가 보여지지 않았고 결국엔 사망자가 실종자의 수를 넘어서는 상황까지 이르고 말았습니다.
대통령님. 제가 글을 올리고자 하는 것은 이번 세월호 사건을 계기로 제가 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에 실망했기 때문입니다.
세월호가 침몰하고 그 안에 탄 아이들이 두려움에 떨면서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로 바다에 갇힐 위기에 처해있을때 정치인들이 어떤 발언을 하셨는지 다 읽어보셨는지요.
어떤 분은 좌파발언을 하셨고, 어떤 분은 사진을 찍으려고 하셨고, 어떤 사람은 정치인이 온다고 학부모님에게 어서 일어나라고 했고, 세월호 사건이 좋은 공부의 기회라고 하셨고, 이곳은 경기도 지역이 아니라며 책임을 회피하는 발언을 하셨습니다.
이것이 정녕 제가 사는 나라인 대한민국인가요?
정치인들은 국민들의 손으로 뽑는거지요.
누군가가 그랬습니다. 선거를 하지도 않으면서 선거를 통해 당선된 정치인들에게 왈가왈부 하지 말라고 말입니다.
그런데 국민들의 손으로 직접 뽑은 정치인들이 저런 발언을 했습니다.
좋은 공약을 내세워 정치인이 되신 저 분들이 세월호 사건에 저런 발언을 하셨습니다.
우리가 선택한 정치인들의 모습이 바로 저거란 말입니다.
나라가 위험에 빠지고 급박한 환경인데 지금 기사에는 온갖 세월호 사건에 관한 의혹거리만 나오고 있습니다.
언딘을 비롯하여 민간잠수부와 충돌이 있었는가 없었는가, 언딘에게 특혜를 준 것이 아닌가? 라는 등등의 기사들을 봤었죠.
이게 정말 올바른 일인가요?
나라가 이렇게 되고 아이들이 빠져나오지 못하는 상황에서 특혜의혹, 충돌의혹이 말이 된다고 보십니까?
많은 정치인들이 진도에 방문하셔서 위로의 말을 남겼다고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것이 위로의 말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않습니다.
진짜 그 분들을 위해서라면 정치인들은 최대한 그곳에 가는 것을 자제해야 된다고 생각합니다.
정치인 한 명이 가시는데 동원되는 그 인력은 다 어떻게 하실겁니까?
정홍원 총리께서 모든 책임을 지고 물러난다고 하셨습니다.
저는 여기에도 반발을 합니다.
무엇을 책임지고 가시겠다는건지요? 총리께서 그 자리에서 물러나신다고 죽은 아이들이 살아오나요?
그저 정치적으로 누군가가 책임을 지고 물러나는 것이 보이게 하라. 국가가 이렇게 책임을 진다. 저는 그 정도로 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정말로 이번 사건에 학부모님들을 안타깝게 여기고 아이들을 가엾게 여긴다면 이런 방식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님.
국가는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해야 될 의무가 있다는 조항이 있습니다.
대통령이라는 지위에 앉아계시니 아실거라 생각합니다.
그런데 뭐가 보호되었나요?
대한민국은 선진국이 아니었습니까? 선진국. 도움을 받는 나라에서 도움을 주는 나라. 그렇게 자랑을 하던 대한민국이 배가 침몰하는데 아무것도 못하고 재난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지 못했습니다.
배에 탄 승객들이 구해주기를 기다리고 있었을 때 국가는 그 책임을 다하지 못했습니다.
물론, 갑자기 일어난 상황이라 처리하는데 시간이 걸리고 작전을 짜는데 어느 정도가 걸릴 수는 있습니다.
하지만, 선진국이라는 타이틀을 건 나라에서 이런 후진국과 같은 사태가 나온 것이 저는 이해가 가지 않습니다.
어떤 동영상에 나오신 학부모님은 지금 뉴스에 나오는거 다 거짓말이라고, 자기가 청와대로 가게 해달라고 연락을 해달라고 해도 전혀 그렇게 해주지 않았다고. 자기가 다 말할 수 있는데 청와대와 연락이 안 된다고 하셨습니다.
대통령은 귀를 열어 국민들의 말을 듣고 수렴해야 되는 자리가 아닌가요?
어째서 그들의 말을 들으려고 하지 않으시나요?
저도 알고 있습니다. 지금도 잠수부들이 생명을 걸고 차디찬 바다로 들어가 생존자가 있다면 생존자를 구해내고, 최소한 시체라도 구해오려고 하신다는 걸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닙니다.
세월호 사건이 일어났는데, 정치인들의 발언과 뉴스에서 내보내는 내용들이 잘못되었다는 말.
저는 이것이 불만이라는 겁니다.
옛날부터 정부와 관련된 기사가 나면 이를 덮기위해 다른 큰 기사를 내거나 한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저는 뉴스를 그다지 신뢰하지 않습니다.
그런데, 세월호 사건에서 뉴스에서 보도되어지는 내용이 실제와 다르다는 것을 얼핏들었을 때는
설마, 설마 했습니다.
그런데 그 설마가 사실이 되었습니다.
교신한 내용이 없다고 보도된 것이 후에는 보도가 되었다고 나오고, 학부모님들이 잘못된 보도내용이라고 말을 한 것을 봤을 때 저는 이 나라에 실망했습니다.
내가 사는 나라가 정말 민주주의가 맞는가?
대통령님.
저는 누군가를 탓하는 것이 아니라 실망하는 것입니다.
저는 아직도 바랍니다. 그 배 안에 생존자가 한 명이라도 있기를 제 친구들과 같이 바라고 있습니다.
대통령님. 제발 부탁드립니다.
그 차디찬 바다에 있을 아이들을 생각해서라도 조금만 더 세월호 사건에 눈과 귀를 기울여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