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해진해운 문 닫게 하고, 선장과 선원들을 엄벌하고, 배 탈때는 꼭 신분증 제출하고, 선박 안전점검 철저히 하면서
수백억짜리 해상관제시스템 새로 설치한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될 것 같진 않습니다.왜냐구요?
이 침울한 분위기가 조금 걷히고 나면
얼마 안가 아마 2000여 선사들의 모임인 해운협회는 슬며시 정부에 이렇게 말할 겁니다.
"이대로 가면 여객 관광업 다 죽습니다.나쁜 놈은 나쁜 놈이고 그게 내수 경기에 악영향을 끼쳐서야 되겠습니까?"
전경련 역시 나지막히 정부에게 속삭일 겁니다.
"이렇게 되면 돈이 안 돌잖아.규제완화해서 경제 살린다며? 경제는 심리인데…심리적으로 이렇게 위축돼서야…"
그럼 정부는 몇 개월 뒤 이런 모호한 화법으로 화답하겠지요.
"새로운 도약을 위한 이번 정부의 경제활성화 방안에는 안전도 최우선 과제로 설정했습니다.
그러나 무조건적인 규제가 국민 경제에 악영향을 미친다는 사실도 함께 고려했습니다"
함께 고려했다고는 말하면서
기존의 경제 활성화,경영여건 개선,국민 편익 증진,규제 개혁에 국민 안전 최우선 정도를 삽입하겠지요.
사실 지금도 박근혜 정부의 레토릭 가운데 하나가 국민 안전 뭘 겁니다.
그리고 거기서 조금 더 나아가면 아마 정부 부처의 장관을 바꾸거나 이름을 바꾸고
부처 권한을 또 이리저리 조정해보면서 이것이 혁신이라고 들이댈 겁니다.
그렇게 해서 우리 생활이 바뀌는 것은? 없습니다.
그런 방식으론, 그런 상투적인 레토릭으로는 절대 우리는 우리의 시스템을 개혁할 수 없습니다. 왜냐구요?
우리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정부의 가치관이 변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대통령의 가치관이 그대로이기 때문입니다.
여러분의 가치관도 크게 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대충대충.안면으로.지연으로.학연으로.우리끼리.... 슬그머니.형식적으로.위선적으로.그렇게 그렇게 살았어도
재수만 나쁘지 않으면 정말 사회적으로 크게 성공하고 뻐길 수 있는 정신적,가치적 세뇌가
우리의 뇌 속에 옹고히 자리잡고 있기 때문이죠.
앞으로 6개월 뒤, 우리가 여객선 세월호 참사를 기억할까요? 기억할 겁니다.
그러나 그 참사가 주는 교훈이 우리 가슴 속에 아로새겨 있을까요?
그 교훈에 따라 우리는 우리의 생각을, 행동을, 문화를, 시스템을 바꿀 수 있을까요?
의지는 금방 사라집니다.분노도 순간입니다.
그러나 우리의 의지가 6개월의 습관이 되면, 6년의 제도가 되면, 60년의 문화가 되면…
그 때 우리는 새로운 시스템을 가진 나라가 되어 있을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또 똑같은 일이 반복되겠지요. 귀찮으시면 바꾸지 않으셔도 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