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들의 신호
올해는 꽃이 많이도 피었잖니
늘 순서가 있었는데
산수유, 목련, 진달래, 벚꽃, 개나리, 제비꽃...
피는 순서가 있었는데
세상 어디에 나 모르는 좋은 일이 터져
보는 사람 숨 막히도록 무더기로 필까
꽃멀미가 나
걷다 멈추어 등대 같은 목련나무를 바라보기도 했어
귀가 먹었지
조심해라
조심해라
목숨 걸고 보내는 꽃들의 신호를 못 들었어
세상에 귀하고 그리운 것
너희 말고 무엇이라고
고운 꽃배 태워도 아까운 새끼들을 썩고 낡은 배에 태웠어
살려 주세요
우리 살아 있어요
물 차오른 배에서 몸 추스르며 보낸 신호도 못 들었어
그 소리 들으면 엄벌에 처한다기에
듣다말고 지웠어
영아, 웅아, 희야, 우야, 운아, 나리야
그리운 열일곱 살 아이들아
이름도 낯선 팽목항 포구에서 담요 한 장 어깨에 덮고 기다리는
엄마를 향해
물 위로 걸어오는 그림자들아
엄마
엄마 나야
더 이상 버틸 수가 없어
이 땅에 남은 모든 벚꽃은
선실 벽을 긁던 너의 손톱
학생증을 움켜쥔 너의 두 손
잘 가라, 미안하구나
악한 세월 휘몰아쳐
순서 없이 떨어진
꽃잎들아
조 정(고양환경운동연합 공동의장)
이 시는 조정 시인님의 허락을 받아서 옮겨왔습니다. ㅠㅜ
며칠을 기사만 보고도 울고, 툭 하면 눈물이 솟아요.
아...우리 죄를 어찌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