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갔을 때 시신이 딱딱하게 굳어 있을 줄 알았어. 근데 너무 부드럽더라. 애 엄마가 너무 놀랬어. 어떻게 그렇게 될 수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하다 이거야. 분명히 질식으로 죽었을 것 같애."
그는 딸의 시신이 너무 깨끗하고 부드러웠다는 데 대해 의문을 품고 있었다.
"부검하실건가요?"
한참동안 멍하니 땅바닥을 응시하던 김씨는 금세 정신이 들었는지 고개를 세차게 가로저었다.
"최대한 버티다 버티다 저체온증으로 죽었을 거야. 나는 애가 얼어서 죽었는지, 질식해서 죽었는지 알고 싶어. 그런데 하지 못하는 이 심정을 누가 알겠냐고. 두 번 배 가를 수는 없잖아. 얼마나 무서워서 엄마, 아빠 찾다가 죽었을까…. 그런데 또 칼을 댄다? 말도 안 되지."
차마 부검을 결정할 수 없는 자신의 얄궂은 처지를 원망하는 듯했다. 그는 "분하고 억울하다"는 말을 수십번도 더 되뇌었다.
그가 분풀이를 할 수 있는 곳은 마땅히 없었다. 그는 "정부한테 가장 분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