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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략)
잠시 상기해 보시라.
태안에 삼성 선박 기름 유출 사고가 났을 때, 노무현 전 대통령이 했던 말 중에 분명히 이런 언급이 있었던 것을 기억하실 것이다.
(하소연하는 어민에게) “정부는 동원할 수 있는 자원을 총동원 할께요. “
(비용 문제로 인한 어려움을 말하는 청장에게) “그런 게 어디 있어요? 청장이 모든 비용을 혼자 좌우할 수 없기 때문에 조심스러운건 알겠는데, 그러면 안 됩니다. 나중에 비용을 받는 것은 받는 거고, 못 받는 것은 못 받는 것이니, 그것은 재판에 맡길 일이고, 필요 없는 것은 나갈 필요가 없겠지만, 필요한 만큼은 관계없이 다 동원하라는 겁니다. “
최고 권력권자가 동원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동원하라는 말을 명시적으로 현장 책임자에게 얘기를 해 주고 있다. 이러면 관료는 움직인다. 돈을 얼마를 쓰던지 현직 대통령이 직접 쓰라고 했는데, 못 쓸 일이 없다. 이로 인해 자신이 짤릴 이유가 없어진다.
그러면 관료들은 움직이기 시작한다.
태안에 유출된 기름이 퍼지는 것을 막고, 해안가에 떠내려온 기름을 제거하는 것에 수많은 자원봉사자들이 투입되었지만, 그들에게 주어진 방제복, 장갑, 흡착포 등은 아낌없이 관청에서 나왔고, 순식간에 기름은 제거 되었다. 물론 모래 속에 파묻혀 있는 것이 아직도 나오고 있지만, 그것은 불가항력적인 문제였고.
이런 것이다. 관료는 마음대로 일을 할 수가 없다. 확실하게 권한이 주어져야 일을 하는 것이 관료다. 이 점은 비난해서는 안될 일이다. 공무원으로 복무하는 것도 힘든 지경인데, 아무리 급박한 상황이라 해도 자신의 권한을 넘어 자원과 돈을 동원하지는 못한다. 이럴 때 분명히 상급 결정권자, 최고 권력자가 명확한 지시를 해 줘야 한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박근혜는 그러지 않았다. 그저 지키기 힘든 애매한 약속만을 남발하고서는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는다면 여기 있는 모든 관료들이 옷 벗을 줄 알라고 협박을 한다. 이렇게 되면 돈 쓰지 말라는 얘기이다. 아무것도 규정에 의하지 않고서는 할 수가 없게 된다.
그래서 해경은 못 움직였다. 나아가 돈하고 관계없는 자발적인 민간 구조요원들의 투입도 막게 된다. 저들이 언제 비용을 청구할지 모르는 일 아닌가.
아직 우리 정부는 이런 사고가 터졌을 때 아무런 지시나 보장 없이 자발적으로 움직여서 문제를 해결할 만한 장비와 자금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런 완벽한 시스템은 아직 우리에게 없는 것이다. 그러나 사고는 터졌고 해결을 해야 한다면, 대통령이나 장관들이 해 줄 수 있는 것이 명확해진다.
“지금 너에게 없는 장비와 인력을 마음껏 동원해서 써라. 뒷감당은 내가 해 주겠다.”
이 한 마디면 충분하다. 이게 권력자가 해야 할 일이며, 해야 할 일의 전부이다. 그러나 박근혜는 하지 않았다. 그리고 관료는 움직이지 않았다. 움직일 방법이 없었다. 더 분통이 터지는 것은, 그래놓고 관료들에게 온갖 비난의 화살을 돌려 버리고 자신은 책임을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현장에서 피해자 가족들 앞에서 라면을 먹는 장관, 중대본에서 밤에 몰래 치킨을 시켜 먹는 것, 복지부 직원들이 앰뷸런스를 타고 다니는 것, 이런 짓들은 오히려 애교에 가까운 일이다. 오히려 지원되는 차량도 없어서 앰뷸런스를 타야 하는 공무원들에게 연민이 느껴질 정도다. 물론 절대 잘했다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일을 잘 하는데 관료들 기강이 해이해져서 안 움직인 것이 아니다. 그건 프로퍼갠더에 불과하고, 박대통령을 신으로 모시는 분들에게나 통할 얘기이다.
우리는 관료를 움직이는 방법을 모르는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 같다. 이게 아니라면, 진짜로 그 수많은 어린 생명들보다 몇 십억, 몇 백억 예산이 더 중요해서 아끼려 드는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인지도 모른다.
양쪽 모두 마찬가지다 .
우리는 참으로 나쁜 대통령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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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는 당시 동영상입니다.
http://mlbpark.donga.com/mbs/articleV.php?mbsC=bullpen2&mbsIdx=24489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