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트윗.twt

참맛 조회수 : 2,102
작성일 : 2014-04-25 11:01:35
정신과 전문의 정혜신 박사 트윗.twt


정혜신 ‏@mindjj  4시간

1. 진도에서 이틀째 밤. 오늘도 팽목항은 뜨거웠습니다. 날씨도, 자원활동가들의 열기도. 실종자 가족이 1백명이라면 자원활동가들은 5,6백명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단 맘들이 진도에 모여 진도를 터질 듯 채우고 있습니다


2. 장례를 치루는 안산과는 달리 진도는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어 안산과는 많이 다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기를 돌볼 여력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하루종일 바다에서 시신이 올라오기만 기다리다 내 자식인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3. 가장 치유적인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는 우리같은 심리상담자들이 아니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장례지도사 신도분들이었습니다. 1주째 바다에서 올라오는 시신들을 정성껏 닦아주고 계셨습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니가요..


4.실종자 가족을 상담할 단계가 아니라서 오늘은 저도 시신 수습하는 곳에서 신도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곳은 자식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는 부모들에게 죽어야 없어질 상처가 각인되는 곳..함께 있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5. 신도분들이 아이들의 손가락,발가락까지 얼마나 정성껏 닦아주던지. 갓난 아이 목욕시키듯, 시집가기 전날 딸과 함께 목욕탕에 간 엄마들 같았습니다. 마지막엔 아이들이 다 예뻐졌습니다. 고마워할만한 어른을 아이들이 세상 떠나기 전엔 만난거 같습니다


6. 트친들이 제게 '가족들을 꼭 위로해달라'는 당부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지 않았(못)했습니다. 오늘의 진도는 위로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우리가 인정할 수 있으면 그때부턴 다른 차원의 위로가 시작될 지도 모르지만요..


7.국민적인 트라우마는 어떻게 하냐구요. 정신질환이나 심각한 신경증이 있지않다면 이 슬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길 권합니다. 우선 분향소부터 찾으시길요. 함께 슬퍼할 수 있으면 많이 슬프지 않습니다.

많이 힘들다면 혼자 슬퍼해서일 수 있습니다


8. 시신확인 중에 엄마들은 거의 실신합니다. 아빠는 쓰러지는 아내 돌보느라 제대로 울지도 못합니다. 

아빠라고 슬프지 않을까요, 쓰러질 것 같지 않았을까요.. 충격받은 우리들도 지금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아빠들'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합장.


9. 어릴적 자전거 배울때 듣던, '넘어지려하면 핸들을 넘어지는 방향으로 꺾어야한다. 반대쪽으로 꺾으면 넘어진다..' 참 이상했던 그 원리는 사람 마음의 원리와도 같습니다.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할 수 있으면 종래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IP : 59.25.xxx.12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5 11:16 AM (175.209.xxx.77)

    눈물만 계속...

  • 2. redpear
    '14.4.25 11:27 AM (112.221.xxx.141)

    사무실인데.. 계속 눈물만 납니다...
    잊지말자...잊지말자....

    지금 제가 그들을 위해 할 수 있는 건...
    잊지 않는 것입니다.

    잊지 않고.. 생각하고...
    고민하고... 행동하고...
    그렇게 하나씩 바꿔나가는 것인 것 같습니다.


    잊지 말자...

  • 3. ...
    '14.4.25 11:30 AM (165.194.xxx.7)

    정말 가슴이 아프네요.

  • 4. ...
    '14.4.25 11:30 AM (61.4.xxx.65)

    저도 울고 있습니다 ...

  • 5. 정말
    '14.4.25 11:39 AM (175.125.xxx.133)

    가슴이 아프고 이렇게 무력감이 느껴지기도 처음입니다.
    봉사자분들에게 감사하고 또 감사합니다.

  • 6. 인간이라면
    '14.4.25 11:47 AM (124.50.xxx.5)

    그럴수없었습니다. 그걸 지켜보고 시간만보낸 니들이 인간이라면 누군가에 부모라면 말이다. 천벌받을놈들 벼락맞을놈들....이 슬픔을 어떻게 이겨내야할지 나 조차 모르겟는데 가족들은 어찌할까요........눈물만 납니다........

  • 7. 울지 않았는데...
    '14.4.25 12:06 PM (123.111.xxx.173)

    눈물 납니다.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1208 노회찬·진중권·유시민 팟캐스트 27일 첫 방송 33 --- 2014/05/21 2,933
381207 여당, 서울대교수 시국선언에 '선동·분열시키지 말라' 16 1111 2014/05/21 2,547
381206 수직증축 아파트 너무 위험합니다 5 나꼽살 2014/05/21 3,158
381205 우리 해군과 해경도 수백억 원대의 포화 잠수 장비를 가지고 있다.. 5 구조제로 2014/05/21 1,175
381204 (박근혜퇴진)저혈압인분들 아침을 어떤식으로 보내시나요 6 . 2014/05/21 1,474
381203 김부겸님 갑자기 지지율 떨어진거에요? 30 ㄹㄹㄹ 2014/05/21 8,995
381202 목동 초등 영어학원 추천 부탁드립니다 5 현정권아웃 2014/05/21 4,108
381201 고객의 신용카드를 남에게 줘 버리고 나몰라라 하는 기막한 아시아.. 2 아시아나.... 2014/05/21 1,576
381200 충격-선장 3년형, 해경은 무죄..세월호판박이 남영호 판결 10 1111 2014/05/21 3,682
381199 바지... 허벅지 늘릴 수 있나요? 2 .... 2014/05/21 2,179
381198 [이병완] 이제야 당신의 그 마음을 알겠습니다 10 우리는 2014/05/21 1,564
381197 구원파 의혹 - 충격 상쇄용 기사에 놀아난건가요? 8 흐음 2014/05/21 1,850
381196 정몽준 선대위 발족 첫마디 ”박원순 무능하고 위험” 24 세우실 2014/05/21 3,184
381195 사고 하루 전.. 2 아마 2014/05/21 2,062
381194 파리공항 대기만 열시간.. 도와주세요... 7 난감.. 2014/05/21 4,279
381193 [도움요청] 기륭농성장 침탈 - 구로구 신대방동 가까이 계시면 .. 10 독립자금 2014/05/21 863
381192 초등6 영어 넘 늦은거지요? 17 .. 2014/05/21 3,219
381191 박근혜 대통령, 네이버뉴스 정치분야 점유율 1위 1 샬랄라 2014/05/21 917
381190 초등학교 한국사, 세계사 책 추천 부탁드릴꼐요 42 과객 2014/05/21 8,205
381189 서영석의 라디오 비평(5.21) - 안철수 쇠퇴의 이유 / 박원.. 2 lowsim.. 2014/05/21 1,066
381188 길환영, 제작거부-파업에 어느 사장보다 강력대응 천명 18 1111 2014/05/21 3,044
381187 [단독]사고 이후 단원고·분향소에 ‘정보 경찰’ 총 801명 투.. 15 흥신소다 2014/05/21 2,758
381186 회갑에 오신 손님들께 드릴 선물 추천 부탁 드려도 될까요? 13 회갑 2014/05/21 1,401
381185 kbs 노조 트윗이에요.3시간전. 길환영 사장이 나가지 않겠다는.. 15 슬픔보다분노.. 2014/05/21 3,271
381184 건강보험료 너무 많이 내요 4 ... 2014/05/21 3,20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