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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어제 분향소 다녀왔습니다.

불굴 조회수 : 1,386
작성일 : 2014-04-25 10:21:20
오가며 네 시간...서울에서 안산이 그리 먼 곳이었는지.... 새삼 깨달았습니다.

 
역에서 분향소까지 운행되던 셔틀버스 안에는 홀로 오신 분들이 참 많았습니다.
몸이 불편하신분도, 젊은이들도, 학생들도, 우리와 같은 어머니와 아버님들도....

분향소에 늘어서 줄 선 모든분과 허리굽혀 수백번 절을 해주셨을 자원봉사자 여러분의 얼굴이
우리는 모두 같은 마음이라는걸 알게 해줍니다.

슬픔의 바다라는것이 얼마나 가늠할 수 없이 큰지 겹겹히 쌓아올려진 단상을 보면서 절절히 느낍니다.
영정은 겨우 아래 두세줄이 다인데.. 
무섭고 섬뜩하기까지한 빈 자리가 너무 많아서 다녀오신분들 모두 느끼셨을겁니다.
슬픔뒤로...분노와 울화가 그들의 명복을 빌어드려야 하는 경건한 자리에서 마구 솟아오름을요.
이자리가 다 채워지기를 기다려야 하는 이 상황이 목이 메이도록 아픕니다.

자원봉사가 아니라면 결코 이뤄내지 못하고 있을  임시 분향소, 의료지원센터등의 모습을 보면서
미개하지 않은 우리 국민을 보았고,  한달음에 달려와 사죄하고 명복을 빌어주는 우리 사람속에서 희망을 보았습니다.

서로 지탱해주고, 손잡아주고, 팔짱을 단단하게 끼워 더는 어떤 희생도 나지 않도록 우리끼리 버텨봐요.

우리국민의 힘이 결코 약하지 않다는것을  최선을 다해  서로에게 느끼게 해줍시다.

분향에 참여해주신 모든분들의 가슴속에 이 많은 생명들을 하나씩 간직하고 그 삶까지 같이 간다 생각하고

길게길게 같이 살아가주시길....

어제의 네시간은 제 인생을 처절히 반성하게 하는 길고긴 시간이 되었습니다.


사족:
마당 한가득 천막에 성인의 큰키만큼 쌓여있는 라면과 생수...기타 음료수블럭을 보면서
말은 분향객들에게 제공한다고 하지만, 거기가  컵라면을  먹을 사람이 얼마나  많다고 이렇게 쌓아놨을까.
다들 눈물을 훔치면서 돌아가는데 그게 그리 크게 소용이 있는 것인지 의아했습니다.
적십자며, 공동모금회며 (알만한) 큰 단체들이 국민들의 귀한 성금을 다른  꼭 필요한곳에 써야하는데....
휴지 한장도 아껴 좀 다른곳에 써줬으면 하는 마음이 들었습니다.
음식물을 배달하는 차로 영켜진 보도를 걸으면서
굳이 쓰지 않아도 되는 피같은 돈을 이런 음식들을 제공하는데 쓰여지는것이 아까왔다면 제가 아직 정신을 덜 차린걸까요.

IP : 58.122.xxx.54
6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데네브
    '14.4.25 10:28 AM (221.157.xxx.103)

    원글님 마음 너무 공감갑니다.
    저도 안산까지 왕복 열시간 되는 곳에 살고 있지만 어떻게든 가보려고 생각중입니다.
    그리고 사족글...너무 좋은 말씀입니다.
    누가 거기서 라면을 먹는다고...!!!
    우리가 서** 장관입니까?
    딱 필요한건 생수나 휴지 정도 아닐지...
    그런데 제발 귀한 돈 좀 안썼으면 좋겠는데...그건 어디에 건의를 해야할까요?
    누구에게 보이기 위한 행정은 이제 그만좀 했으면 좋겠습니다.

  • 2. 투덜이농부
    '14.4.25 10:30 AM (112.184.xxx.238)

    대신 감사드립니다....

  • 3. 정말
    '14.4.25 10:41 AM (1.238.xxx.75)

    거기서 무슨 요기거리를 대접 한다고 그러는건지;;이 푸른 봄날에 펴보지도 못하고
    간 청춘들 수십 수백명이 영정사진으로 줄줄이 걸린 곳인데..헌화 하고 나와서 라면
    먹으라는건가요?무슨 걸신이 들린 것 도 아니고 참.

  • 4. ....
    '14.4.25 10:43 AM (112.220.xxx.100)

    배고픈 장관님들 쳐 드시라고 놔둔 모양....

  • 5. 혹시
    '14.4.25 11:14 AM (182.209.xxx.89)

    라면, 생수등의 업체에서 물자지원한 거 아닐까요?
    그런거였음 좋겠네요.

  • 6. ...
    '14.4.25 11:34 AM (175.197.xxx.129)

    저도 오후 7시쯤 혼자 다녀왔어요.
    분향소 근처에 가니 택시에서 자녀와 함께 내리는 어머니같아 보이는 분들도 많으시더군요.
    혼자 오신 분들도 꽤 되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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