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정혜신 박사의 트윗, 꼭 읽어보세요

... 조회수 : 4,400
작성일 : 2014-04-25 08:13:16
1. 진도에서 이틀째 밤. 오늘도 팽목항은 뜨거웠습니다. 날씨도, 자원활동가들의 열기도. 실종자 가족이 1백명이라면 자원활동가들은 5,6백명 쯤 되는 것 같습니다. 뭐라도 해야겠단 맘들이 진도에 모여 진도를 터질 듯 채우고 있습니다



2. 장례를 치루는 안산과는 달리 진도는 여전히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있어 안산과는 많이 다릅니다. 실종자 가족들은 자기를 돌볼 여력이 손톱만큼도 없습니다. 하루종일 바다에서 시신이 올라오기만 기다리다 내 자식인지를 계속 확인하고 있습니다



3. 가장 치유적인 일을 하는 자원봉사자는 우리같은 심리상담자들이 아니라 천주교 광주대교구에서 오신 장례지도사 신도분들이었습니다. 1주째 바다에서 올라오는 시신들을 정성껏 닦아주고 계셨습니다.

부모가 자기 자식인지 확인할 수 있어야 하니가요..



4.실종자 가족을 상담할 단계가 아니라서 오늘은 저도 시신 수습하는 곳에서 신도분들과 함께 했습니다. 그곳은 자식의 마지막 모습을 확인하는 부모들에게 죽어야 없어질 상처가 각인되는 곳..함께 있어주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인 것 같았습니다



5. 신도분들이 아이들의 손가락,발가락까지 얼마나 정성껏 닦아주던지. 갓난 아이 목욕시키듯, 시집가기 전날 딸과 함께 목욕탕에 간 엄마들 같았습니다. 마지막엔 아이들이 다 예뻐졌습니다. 고마워할만한 어른을 아이들이 세상 떠나기 전엔 만난거 같습니다



6. 트친들이 제게 '가족들을 꼭 위로해달라'는 당부를 많이 하셨습니다. 그런데 저는 하지 않았(못)했습니다. 오늘의 진도는 위로가 가능한 상황이 아니었습니다. 그걸 우리가 인정할 수 있으면 그때부턴 다른 차원의 위로가 시작될 지도 모르지만요..



7.국민적인 트라우마는 어떻게 하냐구요. 정신질환이나 심각한 신경증이 있지않다면 이 슬픔에 더 적극적으로 참여하시길 권합니다. 우선 분향소부터 찾으시길요. 함께 슬퍼할 수 있으면 많이 슬프지 않습니다.

많이 힘들다면 혼자 슬퍼해서일 수 있습니다



8. 시신확인 중에 엄마들은 거의 실신합니다. 아빠는 쓰러지는 아내 돌보느라 제대로 울지도 못합니다.

아빠라고 슬프지 않을까요, 쓰러질 것 같지 않았을까요..

충격받은 우리들도 지금은 피해자와 그 가족들에게 '아빠들'이 되어주면 좋겠습니다. 합장.



9. 어릴적 자전거 배울때 듣던, '넘어지려하면 핸들을 넘어지는 방향으로 꺾어야한다. 반대쪽으로 꺾으면 넘어진다..' 참 이상했던 그 원리는 사람 마음의 원리와도 같습니다.

슬플 때 충분히 슬퍼할 수 있으면 종래 넘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IP : 175.223.xxx.75
1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14.4.25 8:16 AM (218.51.xxx.5)

    미치겠다ㅠㅠㅠㅠㅠㅠ잘 읽었습니다.감사합니다.

  • 2. anab
    '14.4.25 8:20 AM (175.223.xxx.75)

    예츠님!! 그랬군요. 그래도 못보신 분 계실까봐 그냥 둘게요.

  • 3. ........
    '14.4.25 8:21 AM (152.149.xxx.254)

    아.... 정말.........

    정혜신 선생님 글로 또 한 번 사람 심금을 울리는군요.

  • 4. ........
    '14.4.25 8:21 AM (152.149.xxx.254)

    이런 글이 베스트가야하지 않을까요?

  • 5. 눈물나요
    '14.4.25 8:21 AM (223.62.xxx.44)

    아이들이 바다속에서 얼마나 무섭고
    고통스러웠을까.
    자식의 시신을 봐야하는 부모는
    얼마나 가슴이 메이고 찢어질까..
    왜 뭣때문에 애들못살리고 죽게만들었는지
    마음이 너무도 아픕니다

  • 6. ........
    '14.4.25 8:22 AM (152.149.xxx.254)

    가장 인상적인 말이...


    정신질환이나 심각한 신경증이 있진 않은 이상 모두가 이 슬픔에 동참해야한다....


    겉은 멀쩡한척 하면서도 일부 정신질환자들 집합소인 새누리....
    수장이라 행세하는 그 아줌마
    지금같은 와중에 봄옷입고 쇼하러 다닌 다는 그 아줌마..

    정신질환의 다른 이름 아닌가요?

  • 7. .....
    '14.4.25 8:23 AM (152.149.xxx.254)

    맞아요. 이런 글은 반복해도 좋아요.

    전 지금 여기서 처음봅니다.

  • 8. ...
    '14.4.25 8:35 AM (180.227.xxx.92)

    좋은 말씀 감사합니다

  • 9. ..ㅇ
    '14.4.25 8:41 AM (210.124.xxx.125)

    그저 웁니다...

  • 10. greentea
    '14.4.25 9:01 AM (220.94.xxx.190)

    감사합니다 원글님!! 제게 꼭 필요한 글이에요. 이번주부터 일년 동안 나몰라라 했던 성당 다시 다니고, 분향소도 찾아가고 올바른 언론 지원도 시작하고, 다가오는 선거 준비하며 기다리고 있으렵니다.

  • 11. ......
    '14.4.25 9:04 AM (183.98.xxx.168) - 삭제된댓글

    모두 감사드립니다.
    생업을 포기하고 봉사하고 계신 봉사자님들, 정말 감사드립니다...
    글 올려주셔서 감사드립니다..
    예뻐진 아이들, 아무 걱정없이 천국에서 편히 쉬기를.....

  • 12. 정혜신선생님
    '14.4.25 9:17 AM (1.246.xxx.37)

    늘 존경하고 있습니다.
    이번엔 그곳에서 애쓰시는군요, 고맙습니다.

  • 13. 에휴..
    '14.4.25 10:40 AM (125.177.xxx.190)

    그저 눈물만..ㅠ

  • 14. ...
    '14.4.25 2:50 PM (116.38.xxx.201)

    선생님 따뜻한 마음 항상 생각하고 존경해요..
    앵무새같은 정신과의사 말과 달리 진심이 느껴집니다..
    감사해요...

  • 15. 아무리
    '14.4.25 9:34 PM (211.206.xxx.57)

    훌륭한 의사라도 유부남환자랑 바람펴서 가정파괴하고 유부남이혼시켜 결혼한 정혜신의사 라고 들었어요..ㅠㅠ 전 그런사람 완전 내숭같고 비호감!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8495 연좌중인 유족들에게 누가 죽이라도 좀 가져다 드리면 좋겠어요 11 ~* 2014/05/09 3,435
378494 [아이디어] KBS 본관앞 또는 정부청사 앞에 분향소 만들어야 .. 3 지금 할 수.. 2014/05/09 1,274
378493 사고후 2-3 일간 구조활동은 실질적으로 전혀 안했다는게 사실이.. 2 조작국가 2014/05/09 1,164
378492 16일 오후 6시38분 학생 촬영 동영상” 유가족 공개 경악… 3 쳐죽일 것들.. 2014/05/09 3,385
378491 동대문경찰서에 아직 대학생들 있어요. 2 불면증 2014/05/09 1,230
378490 유가족들 "16일 오후 6시38분까지 살아 있었다&qu.. 7 아~ 정말.. 2014/05/09 2,669
378489 GO발뉴스 5월8일23시 뉴스 다시보기입니다.- 이상호 진행 lowsim.. 2014/05/09 1,226
378488 언딘--이제와서 손떼겠다. 우린 구조업체 아냐 19 다 죽여놓고.. 2014/05/09 3,012
378487 청운동사무소 현재 상황과 호소문입니다. 4 독립자금 2014/05/09 2,748
378486 쿠* 전기밥솥에 물이 흥건해요ㅜㅜ 6 아기엄마 2014/05/09 2,215
378485 모여주세요. 유가족들옆으로, 1 행동 2014/05/09 1,411
378484 동대문 경찰서에 연행된 대학생들 석방을 위한 2차 전화투쟁에 대.. 21 델리만쥬 2014/05/09 2,659
378483 kbs에 오늘 강력히 항의해야 합니다 23 원칙 2014/05/09 2,888
378482 어제 바로 KBS 수신료 거부 신청했습니다. 5 KBS OU.. 2014/05/09 2,405
378481 어젯 밤엔 생각을 못했는데, 3 유가족분들께.. 2014/05/09 2,144
378480 사고 당일 저녁 동영상은 파일복사 시간일수도 6 조작국가 2014/05/09 2,053
378479 청운동 사무소 앞으로 와주세요. 5 현재 2014/05/09 2,383
378478 케이비에스에 전화했더니 사과 했다는데요? 12 케이 2014/05/09 5,788
378477 16일 저녁에 배 안의 동영상 1 ㅇㅇ 2014/05/09 2,188
378476 [함께해요]수신료 거부 6 말랑 2014/05/09 1,447
378475 긴급생중계 - 세월호 유가족들 청와대 앞에서 경찰과 대치 중.... 1 lowsim.. 2014/05/09 1,751
378474 공무원이고 뭐고...어떻게, 어떻게 사람이 이럴 수 있나요..... 7 oops 2014/05/09 1,682
378473 예전에 김재규라는 장군이 있었다 4 르몽드아 2014/05/09 2,546
378472 지금 가족분들 상황이 어떤지요..? 4 .... 2014/05/09 4,340
378471 2014년 5월 9일 경향신문, 한겨레, 한국일보 만평 세우실 2014/05/09 1,46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