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정갈하고 담담한 목소리로 후배 앵커의 잘못에 대해 어떤 변명이나 해명도 필요치 않다며,
그것은 선임자이자 책임자인 자신이 후배에게 제대로 알려주지 않은 탓이 가장 크다고 했다.
많은 사람들은 감동했다.
한 조직의 수장이 부하의 잘못으로 사과한 것을 본 기억이 거의 없었기 때문이다.
언젠가부터 우리에게는 상사의 잘못을 대신 떠안고 희생당하는 부하의 모습이 훨씬 더 익숙해졌다.
MB정부 이후 굵직한 정치 사건들 대부분 말단 직원 개인의 일탈적 행위로 만들어서 끝냈다.
그 일을 지시했을 윗선은 사법 처리는커녕 검찰이 기소조차 하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검찰 결과를 믿지 않았고, 불신의 시대가 시작되었다.
대한민국은 책임자가 자신의 안위만 책임지는 사회가 되어 버렸다.
그러니 부하의 허물을, 그를 제대로 이끌지 못한 자신의 책임이라고 진솔하게 말하는
손석희 아나운서의 모습은 낯설었다.
그것이 원칙이자 상식이었던 시대도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