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구명조끼 끈으로 묶은채 함께 떠난 두아이"

.. 조회수 : 2,404
작성일 : 2014-04-24 08:39:41

http://media.daum.net/issue/627/newsview?issueId=627&newsid=20140424061707124

 

침몰한 여객선 세월호 선체 내부에서 구명조끼 끈으로 서로를 묶은 남녀 고교생 시신 2구가 발견됐다. 이들은 발견 당시 뒤집힌 세월호 우현 통로 계단을 올려다보는 형태로 잠겨 있었다. 위, 아래로 각각 1개씩 달린 구명조끼 끈 가운데 위쪽 끈은 각자 허리에 묶었지만 아래쪽 끈은 서로 연결돼 있었다.

지난 22일 이들을 물속에서 처음 발견한 ㄱ씨(58)는 "어린 학생들이 (죽음의 공포 앞에서) 얼마나 무섭고 힘들고 괴로웠겠느냐"며 "나름대로 함께 공포에 맞서려고, 살려고 서로의 몸을 끈으로 묶지 않았겠느냐"고 추정했다.

잠수경력 35년째인 ㄱ씨는 이날 5번이나 잠수했다. 수심 37m 바다에 동북 방향으로 비스듬히 뒤집혀 누워 있는 세월호에 갇힌 실종자를 찾기 위해서였다. 3번째 잠수 때였다. "생존자 한 명이라도 찾아야겠다"며 거센 급물살에 빨랫줄처럼 날리는 몸을 가누며 5분여 만에 구명용 로프(라이프 라인) 끝부분에 어렵사리 멈췄다. 그 지점에서 그는 갖고 들어간 25 로프를 잇는 작업을 하면서 수색 범위를 넓혀갔다.

ㄱ씨는 새 줄을 잡고 선체 오른쪽을 찾기 시작했다. '서치라이트'를 켰지만 시계는 30~40㎝에 불과했다. 눈앞에 손바닥을 펼쳐도 잘 안 보일 정도였다. 더듬더듬 선체를 훑으며 30여분쯤 돌아다니다 선체 안으로 몸이 슬쩍 휩쓸려 들어갔다. 물 흐름이 잦아든 공간이 나왔다. 살펴보니 승객들이 다니는 통로였다. 위쪽에는 거꾸로 선 계단이 보였다.

잠시 숨을 고른 후 몸을 안쪽으로 돌리던 그때, 신발 두 짝이 눈에 들어왔다. 부유물을 모두 밀쳐내니 남학생 주검이 드러났다. 청바지 차림에 구명조끼를 입고 있었다. 이번 구조작업에서 만난 첫 시신이었다.

그는 눈을 감고 두 손을 모아 고인에 대한 예의를 표한 후, 시신 수습 관행대로 남학생을 밀어 배 밖으로 나오려고 했다. 그런데 묵직한 느낌이 들었다. 길이 1m가량 되는 구명조끼 아래쪽 끈에 뭔가가 연결돼 있었다. 끈을 당기자 맨발 상태의 여학생 주검이 나타났다.

ㄱ씨는 잠수 시간이 10여분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두 사람을 한꺼번에 끌고 나가기에는 너무 무거워 연결된 끈을 조심스럽게 풀었다. 남학생을 먼저 배 밖으로 밀어낸 후 여학생을 데리고 나왔다.

ㄱ씨는 "그 순간 일생에서 가장 놀랍고, 가슴 뭉클한 순간을 물속에서 맞이했다"고 전했다. 웬일인지 남학생 시신이 수면 위로 떠오르지 않았던 것이다. 그는 "보통 시신은 물속에서 떠오르게 마련"이라며 "'이 아이들이 떨어지기 싫어서 그러는 건가' 하는 생각이 들어 눈물이 났다"고 말했다.

그는 "너무 가슴이 아팠고, 머리가 멍했다"며 "갑자기 온몸에 힘이 빠져 두 사람을 물속에 놓고 다시 수면으로 나올 수밖에 없었다"고 했다. 그는 후배 잠수부들을 불렀다. 그들이 두 사람을 수습하는 사이에 울음이 터져나왔다. 그는 "물속에서 본 장면을 혼자서는 감당하기 어려웠다. 딸에게 전화를 걸어 '딸 잘 있지. 가슴이 아프다'고 하면서 물속에서 만난 두 사람의 이야기를 전해줬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팽목항으로 옮겨진 두 사람의 주검은 가족들에 의해 제각각 안산으로 이송됐다. ㄱ씨는 "두 사람이 평안한 마음으로 떠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IP : 122.203.xxx.2
9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참맛
    '14.4.24 8:41 AM (59.25.xxx.129)

    이런 비극이 얼마나 잠자고 있을지.....

  • 2. ..
    '14.4.24 8:41 AM (122.203.xxx.2)

    이건 침몰후에 배안에 갇혀서 서로 끈을 묶었다의 가능성이 크죠?

    탈출할거라고 믿는 상황에선 저렇게 끈을 묶지 않잖아요..이동성에 제한을 받는데..

    물속에서 아마 여자아이가 정신을 잃고 몸이 떠내려 갈까봐 끈으로 묶은걸로 보여요...

    비극적인 사건인데 이아이들의 이야기는 아름답네요..ㅠ.ㅠ

  • 3. ㅠㅠㅠ
    '14.4.24 8:45 AM (175.223.xxx.79)

    ㅠㅠㅠㅠㅠㅠㅠㅠㅠ

  • 4. 명복을
    '14.4.24 8:51 AM (74.101.xxx.101)

    빕니다.
    R.I.P

  • 5. ....
    '14.4.24 8:59 AM (115.137.xxx.155)

    아침부터 눈물이....
    얼마나 무서웠을까요..
    그래도 아이들이 어른보다 낫네요.
    마지막까지 서로에게 힘이되려고 했으니...
    부끄럽고 미안하고....

    부디 좋은 곳에서 행복했으면 좋갰어요.

  • 6. ㅠㅠㅠㅠ
    '14.4.24 9:22 AM (121.186.xxx.147)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7. ㅠㅠㅠㅠ
    '14.4.24 9:23 AM (121.186.xxx.147)

    좋은곳에서
    그곳에선 두려움 아픔 다 잊고
    행복해지세요

  • 8. ㅠ.ㅠ
    '14.4.24 9:39 AM (58.237.xxx.3)

    ㅠ.ㅠ ㅠ.ㅠ ㅠ.ㅠ ㅠ.ㅠ ㅠ.ㅠ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 9. 눈물이..
    '14.4.24 10:03 AM (203.247.xxx.203)

    눈물이 나네요...착한 아이들....나라가 죽이는군요....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4401 이번연휴때 다들 어떤계획들이 있으신지?? 2 ㅇㅇ 2014/06/02 1,090
384400 김기춘 실장, 대통령 행사 또 불참…거취 정했나 3 세우실 2014/06/02 1,989
384399 호주 ABC, 정부의 제주 해군기지 시위 엄중단속 보도 light7.. 2014/06/02 791
384398 단체카톡에 박근혜를 구하라~ 25 황당 2014/06/02 3,717
384397 오늘 삼성서비스노동자들의 저녁밥-한남대교남단으로함께해주세요~ 3 끝까지함께 2014/06/02 768
384396 제가 애안생겨 눈물바람으로 출근하던사람인데요 30 2014/06/02 11,136
384395 고씨 엄마가 이해 안 되는데요 154 부모 2014/06/02 16,071
384394 정몽준연설~~참 들을게없네요 4 정?영~~~.. 2014/06/02 977
384393 얼마전에50대남편글올렸는데요. 이혼하려합니다. 4 더이상은못참.. 2014/06/02 2,678
384392 선거 바로 전 날이 세월호 희생자 49재입니다! 5 조희연/이재.. 2014/06/02 1,049
384391 50세 회사원 남편들 휴일엔 주로 뭐하며 지내나요? 12 50 2014/06/02 2,818
384390 보온병 5 ... 2014/06/02 1,441
384389 시사통 김종배입니다[06/02am] 이들을 잊지 말아야 한다 lowsim.. 2014/06/02 605
384388 (교육감 조희연)스타일 난다 너무하는것 아닌가요? 1 2014/06/02 1,332
384387 정몽준 문용린 새누리당 참 할말이 없다. 농약의 진실은? 4 ㅇㅇㅇ 2014/06/02 1,130
384386 청소노동자에게 눈을 부라리던 "김태흠"을 기억.. 4 구걸중인 김.. 2014/06/02 1,085
384385 외신, 미국 초등학교 학생들 세월호 추모 보도 light7.. 2014/06/02 1,107
384384 고승덕 진짜 웃기네요 4 기자회견 2014/06/02 4,210
384383 김기춘 사퇴반대 -진중권 노회찬, 유시민, 한홍구 정치다방-2회.. lowsim.. 2014/06/02 1,286
384382 고승덕 2 bbk 2014/06/02 773
384381 정권나팔수 뉴스엔 1 ㅋㄱ 2014/06/02 471
384380 펌...고승덕.조희연 교육감 후보에게 질의서보내고 답변받았습니다.. 4 Drim 2014/06/02 1,370
384379 (확인요망) 핸폰 문자나 카톡으로 각후보 비방글은 캡춰합시다 긴급 2014/06/02 403
384378 도와주세요 2 김무성 2014/06/02 580
384377 누군 증조외고조할아버지까지 들먹이고, 박원순 아버지이름은 61 1급비밀 2014/06/02 5,44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