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유머 유꽁일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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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범한 고3이 분노한 다른 분들께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 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서부터 잘못된 건진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지난 며칠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의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 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 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4.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