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수원의 고3 학생 조회수 : 1,049
작성일 : 2014-04-23 01:34:55
인터넷뉴스  신문고의 발언대에 수원의 고 3 학생이 손편지를 올려서 옮겨봅니다.  

http://www.shinmoongo.net/sub_read.html?uid=55400§ion=§ion2=

====================================================================

"죽어가는 이는 배 밖에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 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일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 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모든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는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 4. 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IP : 112.144.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3 1:41 AM (24.209.xxx.75)

    어린 고등학생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맘편히 꿈을 키우고 나아가게 해줘야 할 우리가,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이런 몹쓸 슬픔을 갖게 보고도 방치한,
    성인인 우리가 부끄러워 할 일은 맞습니다.

    분노하고 부끄러워 하는건, 그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이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뼈아프게, 어린 여러분을 속절없이 잃고서야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 분노하고, 더 차욕스러워 하고, 더 밤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잊고 넘어간다면, 그때는 진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흑으로 치닫을거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2. 수원의 고3 학생
    '14.4.23 1:57 AM (112.144.xxx.5)

    성인인 우리가 보였던 행태는 분노하고, 치욕스러워하다 무기력에 빠진... 그래서 어쩔 수 없다가... 그래서 이런 사태가 났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도 충분히 암흑이고 그 이유가 분노하지만 조직되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하여 이런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해주는 지도자와 조직이 없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저 부탁이 무기력을 딛고 일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옮겨왔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4031 참 편견이란 게 무섭군요 4 2014/07/04 1,889
394030 인생의 즐거운 이벤트인데..서글픕니다ㅜ.ㅜ 1 슬푸당 2014/07/04 1,250
394029 초등학생 지유가 억울하게 죽었습니다 9 퍼온글 2014/07/04 3,532
394028 뮤뱅보는데 빅토리아 넘 이쁘네요 2 .. 2014/07/04 1,744
394027 설리가 이뿌내요 5 .. 2014/07/04 2,173
394026 천정형 에어컨 쓰시는 분들 장단점 좀 알려주세요. 대리점 갔더니.. 3 soss 2014/07/04 19,435
394025 손해배상 조언부탁드려요... 2 .. 2014/07/04 760
394024 영유 그냥저냥 다니는 가운데 싫다는 아이는 어째야 할까요 5 지니여니 2014/07/04 1,363
394023 재수생과 어머님들 3 힘내요 2014/07/04 1,979
394022 성인용 기저귀요 생리할 때 써도 될까요? 7 ........ 2014/07/04 2,934
394021 새정치 의원 30명 "기동민 전략공천 철회하라".. 샬랄라 2014/07/04 1,077
394020 빨주노초파남보 1 ㅎㅎㅎ 2014/07/04 917
394019 아이 둘 키우는 게 겁이 나요. 4 ........ 2014/07/04 1,915
394018 심재철 "세월호 유가족이 국회를 모독, 참관 제한&qu.. 15 ... 2014/07/04 2,076
394017 겔4미니요 글자가 보여요? 1 데이터 요금.. 2014/07/04 926
394016 프랑스 사시는 분...드골공항 8 .... 2014/07/04 2,287
394015 같은옷 다른느낌 4 .. 2014/07/04 1,947
394014 집에 먹을 게 없네요. 오늘 뭐 해드시나요? 21 // 2014/07/04 5,702
394013 아이가 하루종일 삑삑이신고 돌아다니네요‥ 8 에휴‥머리야.. 2014/07/04 1,616
394012 리스인데 사이 좋은 부부는 없나요? 39 bradK 2014/07/04 10,633
394011 집에 있을때 자주 뭐가 물어요. 모기는 아닌데요...헬프미ㅜㅜ 7 엄청알고싶어.. 2014/07/04 4,811
394010 콩국수용 믹서기 사려는데요... 7 ㅐㅐ 2014/07/04 2,764
394009 수건에서 퀴퀴한 냄새 안 나게 하는 방법 9 마니또 2014/07/04 5,054
394008 빈대같은 동생 10 .... 2014/07/04 3,275
394007 영국인들 오후티타임 아직도있나요 10 모라도 2014/07/04 2,55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