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수원의 고3 학생 조회수 : 1,036
작성일 : 2014-04-23 01:34:55
인터넷뉴스  신문고의 발언대에 수원의 고 3 학생이 손편지를 올려서 옮겨봅니다.  

http://www.shinmoongo.net/sub_read.html?uid=55400§ion=§ion2=

====================================================================

"죽어가는 이는 배 밖에도 있습니다" 



안녕하세요. 고등학교 3학년 학생입니다. 

고민끝에 서툰 솜씨지만 펜을 듭니다. 

제 진심이 단 한 분께라도 닿는다면 그걸로도 충분하다 생각합니다. 

매해 수능에 응시하는 인원은 대략 70만명으로 단순히 계산해봐도 대한민국에는 
200만명이 넘는 고등학생들이 이날 하루를 위해 사는 것처럼 보입니다. 

맹렬한 치기는 미뤄둔 채 불확실한 미래에 모든 것을 걸고 우리는 책상 앞에 앉아 있습니다. 

돼지처럼 등급이 매겨지고, 등수가 떨어지면 아무 잘못도 없는데도 스스로를 쓰레기라 부르며 

'죽고싶다'는 말을 서슴치 않습니다. 


죽어가는 아이들은 어쩌면 배 밖에도 있을 지 모릅니다. 


무언가 잘못되었지만 우리들보다 커다란 이 세상이 어디부터 잘못된 건지 알 수 없습니다. 

정답이 정해진 논술평가와 대본이 주어진 토론 수업에서 우리는 생각하는 법을 잊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난 몇일 동안 우리는 우리가 사는 세상이 썩어문드러진 그 내장까지 들여다 볼 수 있었습니다. 
동시에 우리가 살아있음을 볼 수 있었습니다. 

용돈을 모아 구호물품을 보내는 모습에서, 어른을 믿을 수 없다 분노하는 목소리에서 변화의 열망이 보입니다. 

본인조차 누가 누구인지 알 수 없는 학교라는 무지의 베일 속에서 우리는 무엇이 옳은지 알고 있습니다. 


우리는 나아갈 수 있습니다. 


이젠 듣기도, 외치기도 어려운 말이지만, 대한민국을 사랑해주세요. 


미개할 지언정, 미약하게나마 우리는 약진하고 있습니다. 


분노하는 모든 분들, 실컷 우셔도 좋습니다. 


부끄러움이란 우리의 몫이 아닙니다. 


다만, 여러분들의 분노가, 불신이, 무기력함이 스스로를 좀먹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분노하는 우리들을 들어주세요. 


꿈도 필요없으니 살아있게는 해달라는 저희 말을 들어주세요. 


마지막으로, 생존자분들의 빠른 쾌유와 희생자 분들의 명복을, 그리고 기적을 빕니다. 


                       2014. 4. 22  수원의 고등학교 3학년 학생

IP : 112.144.xxx.5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3 1:41 AM (24.209.xxx.75)

    어린 고등학생은 부끄러워 할 일이 아닙니다.
    오히려 맘편히 꿈을 키우고 나아가게 해줘야 할 우리가, 그렇게 해주지 못하고 이런 몹쓸 슬픔을 갖게 보고도 방치한,
    성인인 우리가 부끄러워 할 일은 맞습니다.

    분노하고 부끄러워 하는건, 그만큼 애정이 있기 때문이고,
    바뀌어야 한다는 생각이 이제서야 뼈아프게, 어린 여러분을 속절없이 잃고서야 들었기 때문입니다.

    대한민국 국민은 더 분노하고, 더 차욕스러워 하고, 더 밤잠을 설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이걸 잊고 넘어간다면, 그때는 진짜 대한민국의 미래는 암흑으로 치닫을거라는게 제 개인적인 생각입니다.

  • 2. 수원의 고3 학생
    '14.4.23 1:57 AM (112.144.xxx.5)

    성인인 우리가 보였던 행태는 분노하고, 치욕스러워하다 무기력에 빠진... 그래서 어쩔 수 없다가... 그래서 이런 사태가 났습니다.

    대한민국의 현재도 충분히 암흑이고 그 이유가 분노하지만 조직되지 못하고 각개격파 당하여 이런 상황에도 적절히 대응해주는 지도자와 조직이 없기 때문이죠.

    아이들의 저 부탁이 무기력을 딛고 일어나는데 도움이 될 것 같아 옮겨왔습니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97069 중학생 학원용으로 쓸 가방 좀... 5 추천해주세요.. 2014/07/14 1,275
397068 강남터미널 근처 맛집 소개 부탁드려요~ 2 시골쥐3인방.. 2014/07/14 2,056
397067 가운데 중 두개 합체한 한자 1 양꼬치 2014/07/14 11,413
397066 한강수영장 어린아이 데려가기 어떤가요? 3 한강수영장 2014/07/14 1,013
397065 옛장터 동현이네농산물(대추) 판매자님 연락처 알 수 있을까요? 4 masca 2014/07/14 1,221
397064 아이맥 어떤가요? 잡스좋아 2014/07/14 909
397063 파스타 샐러드에 들어가는 면이 뭔가요? 2 ... 2014/07/14 1,011
397062 셋팅펌 8만원 줬는데 비싸게 한건 아닌가요? 5 soss 2014/07/14 3,301
397061 竹野內豐(다케노우치 유가타) 결혼 4 mgrey 2014/07/14 2,210
397060 부암동에 있는 유명한 치킨집 5 식도락탐방 .. 2014/07/14 3,277
397059 내가 산 홈쇼핑 여름옷을... 세일하네요 4 아직 초여름.. 2014/07/14 3,477
397058 (질문-82csi님들 도와주세용)kbs클래식fm 시그널음악 2 kbsfm 2014/07/14 1,009
397057 ”똥 수거하는 데도 비리?”…'상상초월' 1 세우실 2014/07/14 1,550
397056 세월호 특별법..3분이면 알수 있는 유가족안과 여야의 차이 비교.. 4 특별법 2014/07/14 1,327
397055 응답하라 1997, 뒤늦게 봤는데 헤어나올 수가 없네요.. 6 뒷북 2014/07/14 2,259
397054 퐁듀요리에 화이트 와인 없으면 안될까요? 퐁듀 2014/07/14 1,246
397053 혹시 이것도 오줌소태 증상인가요? 5 경험해보신.. 2014/07/14 3,415
397052 이런 원피스 보신 분 계신가요 8 원피스 2014/07/14 2,405
397051 이사후 없어진 물건의 보상 유효기간은 언제까지일까요? 2 맘상해 2014/07/14 1,961
397050 인수대비가 연산군이 왕이되기전 폐했더라면 9 2014/07/14 2,723
397049 콩나물밥에 비빔간장..집간장으로 하나요 진간장으로 하나요? 12 헷갈려 2014/07/14 3,007
397048 (리플꼭부탁요!)정수기 어떤거 많이들 쓰세요??? 교체해야하는데.. 5 ... 2014/07/14 1,642
397047 사이가 안 좋은 동서가 수술했는데 가봐야겠죠? 23 고민 2014/07/14 4,043
397046 우체국 택배 7월부터는 토요일은 배송 안한대요 3 하늘 2014/07/14 1,625
397045 코스트코에 퍼들점퍼 있을까요? 1 .. 2014/07/14 1,02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