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잘가라 애들아 조회수 : 1,704
작성일 : 2014-04-22 17:27:14
전우영
12분 ·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일 책가방은 어떻게 합니까?” “가방이 터질 것 같아.” “난 캐리어 들고 간다.” “우리 돌아다닐 때 교복입고 다니나요?” “고데기 가져올 사람 없음?” “보온병에 술 가져간대요.” 

그 악마 같은 배에 오르기 전, 대화방에서 나눴던 너희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구나. 

수학여행을 앞두고 풍선처럼 들떠 있었을 모습도 눈에 선하구나.

배에 올라서도 넘실대는 밤바다를 보며 마음은 벌써 제주도에 가 있었겠구나. 

친구가 터뜨린 폭죽을 보며 그 어두운 밤길을 별이 되어 달리고 있었겠구나. 

준비해온 객실에 옹기종기 모여 깔깔대며 수다도 떨었겠구나. 

그 옆에서 침 질질 흘리며 자는 친구를 흉보기도 했겠고, 평소 거리감 있던 새침데기와도 과자 부스러기를 함께 먹기도 했겠구나.

집에서 떠나올 땐 아끼던 운동화를 신고, 거울을 몇 번씩이나 다시 보고, 뭉그적대지 말고 빨리 가라는 아빠 성화에 툴툴거리기도 했겠지? 

빠진 것 없는지 잘 챙기고 잘 놀다오라는 엄마 잔소리에 짜증 한 바가지도 퍼부었겠지? 

그러면서도 부모님께 사다 드릴 선물 목록은 꼼꼼히도 챙겼겠지?

방황하고 실수 많았던 녀석도 있었을 테고, 술과 담배를 꼬불쳐간 녀석도 있었을 거야. 

몰래 연애하던 녀석들은 선상에서 함께 들을 음악을 선곡해놓느라 밤잠을 설쳤을 거야. 

꿈도 많았겠지. 

수학여행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자며 입술을 앙다문 녀석도 있었을 거고, 춤꾼 노래꾼 이야기꾼 등 별 녀석들이 다 있었을 거야. 

지난겨울에 알바를 뛰었던 녀석은 두둑한 주머니에 흐뭇했을 테고, 틈틈이 부모님 일을 거들던 녀석은 그 걱정에 차마 발걸음에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이 나라는, 우리 어른들은, 너희들을 구해내지 못했어. 

너희들이 발버둥 치며 수장되는 동안에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 

손가락이 골절되도록 발버둥 치며 엄마아빠를 부르고 살려 달라 외칠 때, 대통령도, 장관도. 정치인도, 해양경찰도, 군대도, 아무 역할을 못했어.

심지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는 헌법조차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어.

그런데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억울하고 미안해서 어떻게 보내니. 

숨이 멎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나라를, 우리 어른들을 믿고 기다렸을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우리조차 이 땅에 태어난 게 억울하고, 이 땅에서 자식을 낳아 기른 것이 억울하고,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억울한데 차마 어떻게 보내니. 

이젠 살아 돌아오라는 말도 뻔뻔스레 못하겠다. 

부디 잘 가라 얘들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IP : 121.131.xxx.4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비트
    '14.4.22 5:30 PM (121.173.xxx.149)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 이건진짜
    '14.4.22 5:33 PM (175.116.xxx.58)

    지옥이에요..ㅠㅠㅠㅠ
    얘네들을 어떡한단말입니까...ㅠㅠㅠㅠㅠ
    불쌍해서 어쩌니...너희들을 어떻게보내ㅠㅠㅠ

  • 3. 에이 씨...
    '14.4.22 6:01 PM (175.210.xxx.243)

    안 울려고 했는데.....

  • 4. 아.
    '14.4.22 6:26 PM (218.154.xxx.81)

    얘들아.좋은 추억만 안고 좋은 곳으로 가렴..
    수학여행 떠난 거라고 잘 놀고 있을꺼라고 생각할께...
    다음번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려무나...

  • 5. ......
    '14.4.23 2:03 PM (116.38.xxx.201)

    미안해...................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7788 여섯살 1월생인 아이입니다. 이제서야 구몬을 시작하는데요. 다들.. 5 조급함 2014/06/10 2,048
387787 어느 여고생이 자살한 이유... 5 ........ 2014/06/10 5,244
387786 BBC, '성매매 박카스 아줌마' 실태 보도 2 참맛 2014/06/10 2,364
387785 시원한 여름양말 브라운 2014/06/10 960
387784 아이가 어린이집 가서 손을 물려왔는데요 14 4살 2014/06/10 3,446
387783 신혼부부 아침식단 짜면 도움이 될까요? 3 아침식단 2014/06/10 1,898
387782 주위 공부잘하는 중딩 공부법이 6 do 2014/06/10 3,322
387781 미샤랑 프리메라 필링젤 차이 많이 나나요?? 2 .. 2014/06/10 5,416
387780 섹스리스로 사는 부부들 7 궁금 2014/06/10 6,555
387779 이외수 노망났나 보네요;;; 50 ... 2014/06/10 19,278
387778 30-40대 여자들이 참조할만한 패션 블로그들이 있을까요? 4 패션 2014/06/10 5,280
387777 15년지기 친구에 대한 단상 7 2014/06/10 3,040
387776 82의 편향성? 다수의 횡포? 다양성과 소수 존중? (길다, 길.. 28 건너 마을 .. 2014/06/10 1,694
387775 조전혁 "빚 12억 유일한 방법은 개인파산 신청밖에&q.. 13 찌질하다 2014/06/10 3,458
387774 조희연 ”문용린에 승리, 불가능이라 생각했는데…” 4 세우실 2014/06/10 2,181
387773 경락 얼굴 마사지.. 4 ........ 2014/06/10 3,773
387772 기억하라! 6월의 뜨거운 함성을 (사진) 4 그날 2014/06/10 1,388
387771 인터넷 쇼핑몰에서 10kg에 6900원 정도 하는 감자 사드신 .. 5 감자님 2014/06/10 1,834
387770 결혼 2개월된 새올케가 친정엄마한테.. 80 123 2014/06/10 19,976
387769 요즘 매실 가격 많이 내렸나요? 11 원더랜드 2014/06/10 3,458
387768 고려대 대자보 6 .... 2014/06/10 2,014
387767 라네즈 포어 에어쿠션 어떤가요? 1 dd 2014/06/10 1,392
387766 눈물난다 눈물나 2 며느리 2014/06/10 1,639
387765 울 나라 요즘 이혼율이 높나요? 12 몰라서 2014/06/10 3,442
387764 위매프에서 태닝 쿠폰 사용못한채로 기간 지난것도 환불되네요? 동동이 2014/06/10 9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