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펌)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잘가라 애들아 조회수 : 1,668
작성일 : 2014-04-22 17:27:14
전우영
12분 · 

[미안하다 사랑한다]

“내일 책가방은 어떻게 합니까?” “가방이 터질 것 같아.” “난 캐리어 들고 간다.” “우리 돌아다닐 때 교복입고 다니나요?” “고데기 가져올 사람 없음?” “보온병에 술 가져간대요.” 

그 악마 같은 배에 오르기 전, 대화방에서 나눴던 너희들의 재잘거림이 들리는 듯하구나. 

수학여행을 앞두고 풍선처럼 들떠 있었을 모습도 눈에 선하구나.

배에 올라서도 넘실대는 밤바다를 보며 마음은 벌써 제주도에 가 있었겠구나. 

친구가 터뜨린 폭죽을 보며 그 어두운 밤길을 별이 되어 달리고 있었겠구나. 

준비해온 객실에 옹기종기 모여 깔깔대며 수다도 떨었겠구나. 

그 옆에서 침 질질 흘리며 자는 친구를 흉보기도 했겠고, 평소 거리감 있던 새침데기와도 과자 부스러기를 함께 먹기도 했겠구나.

집에서 떠나올 땐 아끼던 운동화를 신고, 거울을 몇 번씩이나 다시 보고, 뭉그적대지 말고 빨리 가라는 아빠 성화에 툴툴거리기도 했겠지? 

빠진 것 없는지 잘 챙기고 잘 놀다오라는 엄마 잔소리에 짜증 한 바가지도 퍼부었겠지? 

그러면서도 부모님께 사다 드릴 선물 목록은 꼼꼼히도 챙겼겠지?

방황하고 실수 많았던 녀석도 있었을 테고, 술과 담배를 꼬불쳐간 녀석도 있었을 거야. 

몰래 연애하던 녀석들은 선상에서 함께 들을 음악을 선곡해놓느라 밤잠을 설쳤을 거야. 

꿈도 많았겠지. 

수학여행을 계기로 더 열심히 공부하자며 입술을 앙다문 녀석도 있었을 거고, 춤꾼 노래꾼 이야기꾼 등 별 녀석들이 다 있었을 거야. 

지난겨울에 알바를 뛰었던 녀석은 두둑한 주머니에 흐뭇했을 테고, 틈틈이 부모님 일을 거들던 녀석은 그 걱정에 차마 발걸음에 떨어지지 않았을 거야.

그런데 이 나라는, 우리 어른들은, 너희들을 구해내지 못했어. 

너희들이 발버둥 치며 수장되는 동안에도 그저 지켜보기만 했어. 

손가락이 골절되도록 발버둥 치며 엄마아빠를 부르고 살려 달라 외칠 때, 대통령도, 장관도. 정치인도, 해양경찰도, 군대도, 아무 역할을 못했어.

심지어 “국가는 재해를 예방하고 그 위험으로부터 국민을 보호하기위해 노력해야한다”는 헌법조차 만신창이가 되고 말았어.

그런데 우리가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억울하고 미안해서 어떻게 보내니. 

숨이 멎는 마지막 순간까지 이 나라를, 우리 어른들을 믿고 기다렸을 너희들을 어떻게 보내니. 

우리조차 이 땅에 태어난 게 억울하고, 이 땅에서 자식을 낳아 기른 것이 억울하고, 이 땅에서 국민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억울한데 차마 어떻게 보내니. 

이젠 살아 돌아오라는 말도 뻔뻔스레 못하겠다. 

부디 잘 가라 얘들아.

미안하다...
사랑한다...

IP : 121.131.xxx.47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비트
    '14.4.22 5:30 PM (121.173.xxx.149)

    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 2. 이건진짜
    '14.4.22 5:33 PM (175.116.xxx.58)

    지옥이에요..ㅠㅠㅠㅠ
    얘네들을 어떡한단말입니까...ㅠㅠㅠㅠㅠ
    불쌍해서 어쩌니...너희들을 어떻게보내ㅠㅠㅠ

  • 3. 에이 씨...
    '14.4.22 6:01 PM (175.210.xxx.243)

    안 울려고 했는데.....

  • 4. 아.
    '14.4.22 6:26 PM (218.154.xxx.81)

    얘들아.좋은 추억만 안고 좋은 곳으로 가렴..
    수학여행 떠난 거라고 잘 놀고 있을꺼라고 생각할께...
    다음번에는 더 좋은 세상에서 태어나려무나...

  • 5. ......
    '14.4.23 2:03 PM (116.38.xxx.201)

    미안해...................ㅠㅠㅠㅠ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73506 공중파에선 정부책임론을 말하지 않아요 6 .. 2014/04/23 941
373505 도대체 위기관리 메뉴얼이 없다는게 3 2014/04/23 994
373504 배침몰 직전에 이미.. 1 .. 2014/04/23 2,319
373503 "배 떨림 너무 심하다" 문제 제기.. 회사측.. 5 탱자 2014/04/23 1,514
373502 쓰레기집단 일베의 일베리본 주의보 7 ㅇㅇㅇ 2014/04/23 2,741
373501 잃어버린 10년 연대교수의 증언 - 정관용입니다. 8 ㅇㅇㅇ 2014/04/23 2,318
373500 정봉주의 전국구 제12회 - 이게 나라냐! lowsim.. 2014/04/23 1,262
373499 어제 부산대 미대 건물이 이렇게..... 10 ..... 2014/04/23 4,759
373498 김혜경씨, 사이트 관리좀 부탁합니다. 193 점입가경 2014/04/23 14,837
373497 우리 모두의 어바웃타임... 수박나무 2014/04/23 1,079
373496 무관심 4 반포주민 2014/04/23 1,273
373495 국가란? 1 우리 2014/04/23 756
373494 실종자 가족 증언 '사고 첫날 구조작업 사실상 없었다' 4 뉴스K 2014/04/23 2,350
373493 처음입니다 기자가 된 걸 후회했습니다 2 루치아노김 2014/04/23 2,409
373492 우리나라는 재난시 컨트롤타워가 없음을 공식 인정했네요 10 아루 2014/04/23 1,580
373491 장관.국회의원 아니면 자식 못 살릴 나라라면 버리겠다 6 이분 심정이.. 2014/04/23 1,490
373490 전에도 정부가 이토록 무능하게 대처했던 사례있었나요? 13 엄마 2014/04/23 2,609
373489 세월호 가족의 육성을 취재한 글입니다. 1 전달 2014/04/23 1,106
373488 대통령 하야 아고라 청원입니다 15 이또한 지나.. 2014/04/23 1,972
373487 김용민의 조간브리핑(14.4.23) 세월호 참사 일주일...정부.. 1 lowsim.. 2014/04/23 1,017
373486 이 분노와 절망감을 모아, 제대로 싸웁시다. 5 비통합니다... 2014/04/23 952
373485 마음 약하신 분은 보지 말라는 오유 사진 35 오유 2014/04/23 16,018
373484 라면에 이어 이번엔 치킨 야식이네요... 사고난 게 아니라 나들.. 12 ... 2014/04/23 3,860
373483 안타까운 사실 - 다이빙벨..... (펌) 14 /// 2014/04/23 3,372
373482 실종자 1명도 못 구한 정부 ‘오판 책임론’ 화가 많이 .. 2014/04/23 76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