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2cook.com을 즐겨찾기에 추가
login form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다 조회수 : 1,192
작성일 : 2014-04-20 19:12:59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인 김선우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는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어라, 시키는 대로 해라, 지시를 기다려라.

가만히 가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 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부르겠다.
살아 있어라, 제발 살아 있어라.


- 한겨레신문에서 옮겨온 글 -
IP : 219.251.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20 7:47 PM (61.102.xxx.146)

    어리고 푸른 봄들은
    다시 환생해
    못다 즐긴 봄을 맞으러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환생하거라~

  • 2. 아프다
    '14.4.20 9:35 PM (124.53.xxx.27)

    어떤 도지사님의 시와 많이 비교된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댓글입력 작성자 :

N

번호 제목 작성자 날짜 조회
386796 진보 교육감 대거 당선에 심술보 터진 종편 12 살맛난다 2014/06/06 2,934
386795 새정치 간판 달고도 강남구 국회의원 당선되는 사람이라네요 14 강남구 2014/06/06 3,149
386794 시신인양도 통제하나? 8 옷닭아웃 2014/06/06 1,720
386793 저도 한번 희망하는 대권순서 24 리얼 2014/06/06 2,606
386792 박원순, 망가진 서울거리에 발끈 담당 공무원 뭐하고 있었나, .. 12 역시나 2014/06/06 4,303
386791 서영석(6.6)-고승덕의 좌절이 우리에게 준 교훈/관피아 척결?.. lowsim.. 2014/06/06 1,574
386790 대한민국 3大 거짓말 - 댓글 펌 8 ㅇㅇ 2014/06/06 2,057
386789 세월호 진상 조사 및 구조 작업은 어떻게 되고 있나요? 6 2014/06/06 1,059
386788 혹시 소다스트림 쓰시는 분 계신가요? 3 ... 2014/06/06 1,958
386787 부산교육감 김석준 교수, 이 분도 믿음이 가네요^^ 5 someda.. 2014/06/06 1,867
386786 갱년기의 시점과 증상에 관해 여쭤봐요. 1 갱년기 2014/06/06 2,137
386785 코 세우면 얼굴작아보일까요? 11 덥다 2014/06/06 3,507
386784 법무 법인 다니면 연봉이 얼마나 되나요? 9 .... 2014/06/06 6,421
386783 박유아씨에 대해, 이혼의 조건 29 jdjdjd.. 2014/06/06 13,132
386782 근데 왜 고승덕 편들고 나서는 청소년이 없을까요? 5 2014/06/06 2,799
386781 내셔널 지오그래픽, 미국 4번째 광우병 사망자 발생 6 light7.. 2014/06/06 1,934
386780 팔당,운길산,퇴촌쪽으로 맛있는 장어구이집 알려주세요. 2 장어 2014/06/06 2,220
386779 [단독] 캔디 고, 아버지 고승덕 낙선 뒤 첫 심경 고백 5 의미싱장 2014/06/06 5,137
386778 미국에서 오는 고딩 조카가 좋아할만한 서울명소는? 16 서울구경 2014/06/06 2,042
386777 에삐 가죽이 지갑으로 어떤가요? 2 에삐 2014/06/06 2,122
386776 서울시 교육감 선거 한 장으로 요약. 4 나무 2014/06/06 1,855
386775 이번 지령은 선거 패배론인듯 37 진홍주 2014/06/06 2,619
386774 비빔국수양념장 레시피 중 고추장을 안넣기도 하나요? 11 최호정(최시.. 2014/06/06 5,054
386773 이번 선거에 나온 노무현의 남자들 성적 4 그립네요 2014/06/06 2,540
386772 토픽스, 이명박 사저구입 스캔들 불기소 보도 light7.. 2014/06/06 1,0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