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시인 김선우
믿기지 않았다. 사고 소식이 들려온 그 아침만 해도
구조될 줄 알았다. 어디 먼 망망한 대양도 아니고
여기는 코앞의 우리 바다.
어리고 푸른 봄들이 눈앞에서 차갑게 식어가는 동안
생명을 보듬을 진심도 능력도 없는 자들이.
사방에서 자동인형처럼 말한다.
가만히 있어라, 시키는 대로 해라, 지시를 기다려라.
가만히 가다린 봄이 얼어붙은 시신으로 올라오고 있다.
욕되고 부끄럽다, 이 참담한 땅의 어른이라는 것이
만족을 모르는 자본과 지식에 찌든 권력
가슴의 소리를 듣지 못하는 무능과 오만이 참혹하다.
미안하다. 반성 없이 미쳐가는 얼음나라.
너희가 못 쉬는 숨을 여기서 쉰다.
너희가 못 먹는 밥을 여기서 먹는다.
환멸과 분노 사이에서 울음이 터지다가
길 잃은 울음을 그러모아 다시 생각한다.
기억하겠다, 너희가 못 피운 꽃을.
잊지 않겠다. 이 욕됨과 슬픔을.
환멸에 기울어 무능한 땅을 냉담하기엔
이 땅에서 살아남은 어른들의 죄가 너무 크다.
너희에게 갚아야 할 숙제가 너무 많다.
마지막까지 너희는 이 땅의 어른들을 향해
사랑한다. 사랑한다고 말한다.
차갑게 식은 봄을 안고 잿더미가 된 가슴으로 운다.
잠들지 마라, 부디 친구들과 손잡고 있어라.
돌아올 때까지 너희의 이름을 부르겠다.
살아 있어라, 제발 살아 있어라.
- 한겨레신문에서 옮겨온 글 -
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이 봄의 이름을 찾지 못하고 있다
미안하다 조회수 : 1,144
작성일 : 2014-04-20 19:12:59
IP : 219.251.xxx.2
2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1. ....
'14.4.20 7:47 PM (61.102.xxx.146)어리고 푸른 봄들은
다시 환생해
못다 즐긴 봄을 맞으러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으로 환생하거라~2. 아프다
'14.4.20 9:35 PM (124.53.xxx.27)어떤 도지사님의 시와 많이 비교된다...
☞ 로그인 후 의견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N
번호 | 제목 | 작성자 | 날짜 | 조회 |
---|---|---|---|---|
374538 | 일본언론이 밝히는 천안암호 4 | 존심 | 2014/04/26 | 1,879 |
374537 | 파공이라네요 11 | 참맛 | 2014/04/26 | 3,146 |
374536 | 원전~제가 예민한가요? 23 | 언젠가는꼭 | 2014/04/26 | 2,754 |
374535 | 워싱턴포스트 투표 아직도 진행중... 8 | 투표하세요 | 2014/04/26 | 1,039 |
374534 | 해수부장관이나 해경청장등 아무 힘이 없는거 같습니다. 7 | /// | 2014/04/26 | 1,105 |
374533 | 2014년 더 이상의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를... | 광팔아 | 2014/04/26 | 548 |
374532 | tpp반대 서명해주세요 17 | tpp막아요.. | 2014/04/26 | 1,419 |
374531 | 선장이 지난 16일 오전 9시쯤 청해진해운에 세월호 침몰 상황.. 3 | 이거 보셨나.. | 2014/04/26 | 1,846 |
374530 | 안바뀌는 이유 17 | ... | 2014/04/26 | 3,331 |
374529 | 미군 구조함이 온다는데...두눈 똑바로 뜨고 봐야할듯... 9 | 나무이야기 | 2014/04/26 | 1,952 |
374528 | 이상호기자님글 25 | - - - .. | 2014/04/26 | 4,954 |
374527 | 죄송) 남자양복 아울렛 추천 좀 부탁드려요 2 | 죄송합니다 | 2014/04/26 | 1,743 |
374526 | 해경이 비오고 바람불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거 아니겠죠? 2 | 혹시나 | 2014/04/26 | 1,056 |
374525 | 다시 일제시대로 돌아가서. 2 | Tt | 2014/04/26 | 771 |
374524 | 배에서 여동생이 보낸 마지막 사진 5 | 참맛 | 2014/04/26 | 5,046 |
374523 | 기존지상파와 손석희의 차이 4 | ... | 2014/04/26 | 2,272 |
374522 | 새누리당'수도권,충청권 표 다날아가나' 세월호 후폭풍공포 26 | 집배원 | 2014/04/26 | 4,046 |
374521 | 외국 친구들에게 한국에선 절대 배는 타지 마라 해야겠네요. 5 | 뭐라 할 말.. | 2014/04/26 | 1,063 |
374520 | 잠 안자는 6개월 아기.. 5 | 안자는 아기.. | 2014/04/26 | 2,468 |
374519 | 언딘쪽에 우리가 압력을 넣을 방법은 없나요? 4 | 123 | 2014/04/26 | 1,050 |
374518 | 르몽드, 세월호 참사 행정부와 관리능력의 침몰 3 | light7.. | 2014/04/26 | 1,234 |
374517 | 우리 이렇게 애들 보내면 안되지 않아요? 6 | 행동하는지성.. | 2014/04/26 | 1,326 |
374516 | 진도 동거차도에 산불…바람 타고 확산 중 14 | 콩콩이큰언니.. | 2014/04/26 | 2,901 |
374515 |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 82회 세월호 1 | lowsim.. | 2014/04/26 | 1,002 |
374514 | 언딘이 갑, 무슨 빽으로 해경 위에서 관할하나? 10 | ㅇㅇ | 2014/04/26 | 3,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