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나이 40중반좀 못미치는 나이고, 삼풍, 페리호,대구지하철, 대구도시가스, 씨랜드 등등
여러 사건들을 봐왔지만, 씨랜드 빼고는 지금 이 사건만큼의 충격은 아니였습니다.
더 젊을때고 철이 좀 덜들었었는지...
씨랜드때는 저희 아이가 4살때라서 줄줄 울면서 보긴 했지만 오래전이라서 그런지 기억이 잘 안나네요.
지금 저는 외동딸이 고3인데, 밥을 먹기도 숨을 쉬기도 힘들어요. 티비를 보기도, 인터넷을 보기도 힘들고..
비슷한 또래의 아이가 있어서 더 감정이 요동치나봅니다.
재택으로 하는 일이라 밀린 일이 많은데, 하고싶은 생각도 안납니다.
아마 비슷한 또래의 아이를 둔 부모님들은 저와 같은 심정일듯 하네요.
아이 유치원 보내면서부터 5살짜리 아이 눈마주치면서 매일같이 했던말들
선생님 말씀 잘들어라, 친구들하고 사이좋게 지내라, 친구와 싸우지말고 친구에게 양보해라..
다른 부모님들도 마찬가지일겁니다.
그말을 듣고 자란 아이들은 다른 어른들이 다 탈출할때도 방송에서 나오는 가만히
그 자리에 있으라는 말을 잘 들었을테고,
남학생들은 똑같이 위급한 상황, 똑같이 무서운 상황이였을텐데도 여학생들부터 챙겨줬을테죠.
저는 사고난날 우연히 티비를 틀어놓고 일을 하다가 아침10시무렵부터 하는 뉴스특보 방송을 봤어요.
처음엔 이렇게 긴급한 상황은 아니였어요. 곧 대부분 구조될듯한 분위기였죠. 헬기도 갔다고 하고..
실제로 얼마쯤후엔 전원구조라고 했던 뉴스도 나왔습니다. 기가 찰노릇이죠.
한때는 100명정도만이 구조를 못했다 했었고요.
인접항인 팽목항으로 1차 구조자들이 왔다고 카메라를 비추는데 내리는 사람들을 보니 학생들은 거의 없고
전부 일반인들 5~60대 중장년층이였습니다. 중장년층 7~8명 나오면 학생들 한두명 섞여나오는 비율로
내리더군요.
전 그때 이미 너무 불안했어요. 어느 댓글에도 썼던 기억이 납니다.
1차 구조자들 담요 뒤집어쓰고 내리는데 내리는 사람들이 전부 일반인이고 학생들이 아니라고 ㅠㅠ
부모에게 선생님에게 어렸을때부터 말귀 알아들을 무렵부터 세뇌당하듯 들었던 말들
선생님 말씀 잘들어라. 어른들 말씀 잘들어라. 부모님 말씀 잘들어라 라는 말만 듣고 자란 우리 아이들은
선장이며 승무원들이 탈출하는데 오히려 도움을 주고 그자리에서 얌전히 기다리고 있었던거네요.
저희 아이에게도 물어봤습니다. 너같으면 어떻게 했을꺼냐고..
자기같아도 방송으로 움직이지 말라 했음 절대 안움직이고 가만히 시키는대로 했을거랍니다.
어떻게 합니까 그 아이들을.. 밤마다 아이들 생각에 눈물이 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