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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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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할머니께서 돌아가실 것 같아요...

손녀 조회수 : 1,787
작성일 : 2014-04-15 11:30:17

2월에 여기다 할머니께서 119구급차에 실려가셨단 얘길 썼었는데,

당시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퇴원했습니다만,

이후에 병세게 급격히 악화 되셔서 지금은 거동도 못하시고, 정신도 오락가락하셔서 조카도 못 알아보세요.

 

초기 치매 증상이 있었는데, 오래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었는데,

이젠 세살 정도 되는 어린 아이랑 똑같아요.

 

음식은 건더기가 전혀 없이 갈아서 새 모이정도 밖에 못 드세요.

 

두달도 안된 사이에 뼈밖에 없이 앙상해진 할머니를 보면서 올해를 넘기기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외할머니께선 25살에 남편을 잃고, 누나인 저희 엄마랑 남동생인 외삼촌을 혼자서 갖은 고생을 하며 길러오셨어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으셨구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삯바느질 하시고 남의 집 일 거들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인천에 상경하셔서

인형 공장에서 일하시고...

저희 어머니께선 17살부터 서울 영등포에서 식당 서빙을 시작하셨죠.

 

그렇게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좋은 것 보지도 입지도 먹지도 못하시고 그렇게 가시려나보네요.

다행이 외삼촌네는 어려웠던 형편이 예전에 비해 많이 폈는데 저희집은 10년동안 가세가 많이 기울어서 할머니께 좋은 것도 못해드리네요.

 

사실 할머니께서 가난하게 살아서 내가 이렇게 빽없이 힘들다 싶어서 할머니 원망도 했어요.

그게 작년일이에요. 그래서 할머니를 섭섭하게도 해드렸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되었네요.

 

할머니는 지금 외삼촌 댁에 계시면서 낮에는 엄마 밤에는 외삼촌 외숙모의 간호를 받고 있어요.

삼촌께서 입원을 반대해서 집에서 보내드리자 해서 저는 처음에 완강히 반대했으나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를 편히 보내드리고싶어요.

 

한 번도 가까이 있는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려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별 연습을 해야하는데 그냥 할머니 자주 찾아뵙고 곧 생일인데 케이크랑 고깔모자 초썬글라스 같은 거 사서 생일 축하 노래불러드리면 되는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셨는지 조언을 받고 싶네요.

 

 

IP : 1.229.xxx.12
5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
    '14.4.15 11:41 AM (61.102.xxx.68)

    그냥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저도 외할머니가 저한텐 각별하고 특별한 존재였어요.
    바보같은 얘기지만 우리 할머니는 천년만년 사실거 같았어요. 막연히 언젠가 떠나시겠지만 사실 그런 날은 안올줄 알았어요. 그래서 연락도 자주 안하고 그냥 마음으로만 이해하실거야....했어요. 하지만 이별은 예고없이 오더라구요. 임종도 못지키고 보내드렸어요. 그게 작년 여름인데 지금도 너무 가슴 아프고 그때만 생각하면 죽고 싶어요. 왜 좀더 자주 찾아봽지 못하고 전화도 안했을까....

    그냥 자주 찾아봽고 손 잡아드리고 얼굴 많이 보여드리세요.
    아직 기회가 있으시잖아요 ㅠ.ㅠ
    아무리 준비해도 이별에는 준비가 없는거 같아요. 돌아가시면 후회밖에 남지 않으니 많이 찾아봬세요.
    그거밖에 없는거 같아요.

  • 2. ..
    '14.4.15 11:41 AM (121.127.xxx.23)

    가셔서 말없이 손만 가만히 잡아 주세요..
    그래도 외할머님께서는 복이 있으신 분이세요.
    그런데로 외삼촌일이 풀리셔서 집에서
    아들 딸의 간호를 받으시니까요..

  • 3. ,,,
    '14.4.15 11:45 AM (203.229.xxx.62)

    자주 자주 들여다 보시고 할머니 웃게 해드리고 말 걸어 드리고 손 잡아 드리고
    안아 드리고 옆에 있어 드리고 그것 밖에 할게 없어요.
    바람앞에 등불이라는 말을 실감 했어요.
    아무리 정성을 들여도, 사랑을 드려도 하늘에 가실 날이 임박하면 인간의 힘으론
    어떻게 할수가 없더군요.
    귀가 어두워 말 잘 못 알아 들으면 귓속말이라도 해드리고 기쁘게 해드리세요.
    옛 속담에 거미줄로 방귀를 감는다는 말이 있어요. 불가능 하다는 얘기지요.
    할머니를 더 붙잡는게 불가능 해요.
    돌아 가시기 전까지 사랑 많이 드리세요.
    그것도 할머니를 위해서가 아니라 님을 위해서요.
    돌아 가시면 이것 저것 후회 되는게 많아서 괴로워요.

  • 4. ㅇㄷ
    '14.4.15 11:53 AM (211.237.xxx.35)

    저도 외할머니가 키워주시다시피 해서 외할머니라는 말만 들어도 가슴이 아프네요. ㅠㅠ
    저희 할머니 돌아가셨을때 세상이 무너지는줄 알았어요.
    저희 엄마가 할머니께 늦둥이 막내딸이라 장녀나 장남이였으면 오래 뵈었을텐데.. 아쉽고 안타깝습니다.
    친정아버지 돌아가셨을때도 그닥 눈물이 안났는데 할머니 돌아가셨다는 말 듣고는
    몇년을 울었어요. 아침에도 울고 점심에도 울고 저녁에도 울고 ㅠㅠ

    돌아가시기전에 할수 있는한 다 해드리셨음 하네요. 나중에 두고두고 후회가 남습니다.

  • 5. 아프신 분들의
    '14.4.15 11:55 AM (175.198.xxx.31)

    손 잡아드리지 말라네요
    잡은 손이 아파도 뿌리치지 못한대요
    손잡고 싶으면 할머니 손 아래 슬며시
    밀어넣으시래요
    아프신 분들 손 잡지 마시랍니다
    전 몰랐어서
    아버지 돌아가실때까지 손 꼭 잡고 있던거
    정말 후회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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