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에 여기다 할머니께서 119구급차에 실려가셨단 얘길 썼었는데,
당시 병원에서 이런저런 검사를 받았는데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해서 퇴원했습니다만,
이후에 병세게 급격히 악화 되셔서 지금은 거동도 못하시고, 정신도 오락가락하셔서 조카도 못 알아보세요.
초기 치매 증상이 있었는데, 오래 대화를 나눠보지 않은 사람은 모를 정도로 경미한 수준이었는데,
이젠 세살 정도 되는 어린 아이랑 똑같아요.
음식은 건더기가 전혀 없이 갈아서 새 모이정도 밖에 못 드세요.
두달도 안된 사이에 뼈밖에 없이 앙상해진 할머니를 보면서 올해를 넘기기 힘드실 것 같다는 생각이 드네요.
저희 외할머니께선 25살에 남편을 잃고, 누나인 저희 엄마랑 남동생인 외삼촌을 혼자서 갖은 고생을 하며 길러오셨어요.
외할아버지가 돌아가신 이후에도 시어머니의 혹독한 시집살이를 겪으셨구요.
강원도 두메산골에서 삯바느질 하시고 남의 집 일 거들고, 시어머니 돌아가신 후에 인천에 상경하셔서
인형 공장에서 일하시고...
저희 어머니께선 17살부터 서울 영등포에서 식당 서빙을 시작하셨죠.
그렇게 평생 고생만 하셨는데, 좋은 것 보지도 입지도 먹지도 못하시고 그렇게 가시려나보네요.
다행이 외삼촌네는 어려웠던 형편이 예전에 비해 많이 폈는데 저희집은 10년동안 가세가 많이 기울어서 할머니께 좋은 것도 못해드리네요.
사실 할머니께서 가난하게 살아서 내가 이렇게 빽없이 힘들다 싶어서 할머니 원망도 했어요.
그게 작년일이에요. 그래서 할머니를 섭섭하게도 해드렸는데...
돌이킬 수 없게 되었네요.
할머니는 지금 외삼촌 댁에 계시면서 낮에는 엄마 밤에는 외삼촌 외숙모의 간호를 받고 있어요.
삼촌께서 입원을 반대해서 집에서 보내드리자 해서 저는 처음에 완강히 반대했으나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할머니를 편히 보내드리고싶어요.
한 번도 가까이 있는 사람의 죽음을 맞닥뜨려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네요.
이별 연습을 해야하는데 그냥 할머니 자주 찾아뵙고 곧 생일인데 케이크랑 고깔모자 초썬글라스 같은 거 사서 생일 축하 노래불러드리면 되는지. 다른 분들은 어떻게 이별을 준비하셨는지 조언을 받고 싶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