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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드러낼 수 없는 고민을 풀어보는 속풀이방

죽음

ㅇㅇ 조회수 : 2,399
작성일 : 2014-04-15 08:52:34
이러지말아야 하는데 머리속에서 떠나지를 않아요..아버지의 죽음을 바로 옆에서 지켜보고난후 이제 딱 보름이 지났네요. 말기폐암 식사거부로 입원하면서 한달보름동안 거의 미친듯이 뛰어다니며 시간이 흘렀어요. 처음에 암을 인정하지 않으시던 아버지 치료하는줄알고 가신 호스피스병동.. 그러나...... 날짜가 지나면서 급격히 치료가 안될걸 아시는 상태가 되시고 죽음을 딱 목전에 두시고 두려움에 떨던 아버지..워낙 과묵하시고 희생적이시고 자식들한테 싫은소리 한마디 못하시던 아버지... 아프시면서도 그대로 손주들 문병오면 용돈쥐어주기 바쁘시고...그러시던 아버지 나중에는 포기하시고 아주 심하게 한일주일 고통속에 계시다가 심장이 멈추시던 그모습을 다봤네요. 그런데 아버지의 죽음을 지켜보면서 저는 우리가 죽음에 대해서 너무 아무것도 모르고 마지막에 생으로 당한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고사는 몰라도 병으로 죽게되는 경우 죽음에 대해서 교육이라도 받으면 덜 당황하지 않을까요? 우리는 아무것도 아닌일로 감정상하고 싸우고 어쩌고 하는 모든일들이 별거 아닌거 같아요. 그리고 이렇게 무서운 죽음을 누구나 다 겪어야 하는데 자식을 왜낳을까하는 생각도 들고요. 알았으면 안낳았을거예요. 아무리 사랑하는 가족이라도 죽음앞에서 아무것도 할수가 없었어요. 우리 아버지는 자식도 많은데 그누구하나도 아버지를 지켜낼수 없었어요. 너무나 무서워요. 죽음이... 저는 기독교신자이긴 하나 하나님이 왜 이런모습으로 인간을 데려가시는지 이해할수가 없어요. 아버지는 폐암환자라 숨을 못쉬어서 돌아가셨어요. 진짜 너무 힘들었어요. 옆에서 지켜보기가.. 왜 이렇게 고통속에 가야하는지.. 편안한 죽음도 있나요? 어떻게 해야 편안하게 갈수가 있을까요? 간다는것도 너무 무섭지만...
IP : 223.62.xxx.79
7 개의 댓글이 있습니다.
  • 1. ㅡ.ㅡ
    '14.4.15 9:10 AM (61.102.xxx.34)

    그 충격 참 오래 갑니다.
    저는 오래전에 시어머님 가시는거 생생히 눈앞에서 다 봤었어요.
    그리고 나서 한참을 삶에 대한 회의를 느꼈었지요.
    그런데 그게 또 시간 지나면 다 희미해지고 잊혀지긴 합니다.
    그러니까 세상에 많은 사람들이 살아가는것이겠죠.

    나이가 들수록 그래서 부모님 연세가 많아 지실수록 늘 걱정 스럽습니다.
    세상에 이별없는 삶이 어디 있겠습니까? 순서는 없지만 누구나 가야 한다는건 진리지요.
    그러니 나에게 기다리는 이별들을 나는 어떻게 감당하면서 살아야 하는지 저도 잘 모르겠어요.

    얼마전 사별하신분 글 읽으면서도 만약 나에게 닥친다면 나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너무 슬퍼서 글만 읽다가도 펑펑 울었습니다.

    하지만 원해서 태어난것이 아니듯이 주어진 삶이니 살아갈 뿐인거 같아요.

    무슨 공상과학영화처럼 누구에게나 딱 정해진 시간만큼의 삶이 주어지고 각자가 죽어야 할 날짜와 시간까지 모두 알고 있어 마지막을 사랑하는 사람들과 둘러 앉아서 모든걸 다 나누고 난후에 스위치를 누르면 꺼지는 로봇처럼 떠나게 된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런데 그 또한 떠나가는 자와 남겨지는 자 사이에 후회와 아쉬움이 없을순 없겠더라구요.
    그냥 사는거죠. 전 그렇게 생각 합니다. 그저 나에게 다가올 이별들이 너무 아프지 말기를. 또 너무 빠르지 말기만을 기도 할뿐이에요.

  • 2. 나무
    '14.4.15 9:19 AM (175.223.xxx.116)

    저도 얼마 전에 오빠를 암으로 잃어서 그 심정 알아요

    장례식 끝나고 일상으로 돌아오니 다시 작은 일로 남편과 다투게 되더군요

    님 큰일을 겪고 나면 진짜 인생에서 중요한 것과 덜 중요한 것이 보이더라구요

    저는 오늘 하루 현실에서 즐겁게 살고

    나중일은 그 때 가서 생각하기로 했어요

  • 3. ...
    '14.4.15 9:24 AM (61.74.xxx.243)

    저도 가끔, 부모님들, 형제들, 언젠가는 모두들 헤어지겠구나 생각해요. 존재하는 한, 죽음을 피할수 없으니까요.. 하나씩 하나씩, 죽음저편으로 가겠죠. 부모님이 아무래도 먼저가고, 제가 갈때는 부모님이 안계시겠죠. 그것도 슬프고..

  • 4. 코스코
    '14.4.15 9:29 AM (97.117.xxx.45)

    저의 아버지도 폐암으로 돌아가셨어요
    아빠의 마지막 살아게신 모습은 온통 피로 범벅에 슬슬 눈을 감으며 우리를 처다보셨어요
    새벽에 기침을 심하게 하시더니만 피를 화장실 전체에 다 뿜으셨어요
    사람이 그렇게 피가 많은줄은 전혀 상상도 못했죠
    가시는 분의 마지막 모습은 좀 이쁘게 편안하게 가셨으면해요
    살아 남아있는 사람들이 그분을 아름답게 기억할수 있게요
    아빠는 아마도 우리에게 당신을 빨리 잊어버리라고 그렇게 험한 모습을 보이고 가신것 같아요

  • 5. 레인아
    '14.4.15 9:32 AM (112.149.xxx.135)

    저도 죽음을 처음으로 맞닥트렸던 게 아빠 돌아가실 때였어요
    뇌졸중으로 쓰러져 10년, 그리고 대장암인 것을 일있을 때는 이미 손을 쓸 수가 없었어요
    자상하던 분이 뇌손상으로 인격이 바뀌어
    식구들 많이 힘들게 했어요
    근데 지금 돌이켜보면 그렇게 힘들게 한 것도아니었는데 오랜 시간 동안 지쳐있었나봐요

    병원에서 의사가 아빠 계신데서 말기라고 밝혔고( 이빠 인지 능력이 떨어진다는 판단에서 모시고 나간 후 보호자만 들어오라고 하지 않았던 걸까요)
    아빤 이미 알고 계셨다는 듯 손가락 하나 미동조차 안했어요
    돌아가시기 전 정신 있으실 때까지도 나 죽니...라고 묻지도 않으셨어요

    아빠 마지막 모습이 뭐라 표현하기 힘들 정도로 낯설고( 그런 모든 과정들이요) 이게 무슨 일인가, 다음은 또 뭐지 , 왜 이렇게 외롭지....정말 뭐가 뭔지 잘 모르겠더라구요
    그리고 저는 사는게 참 이상하고 하무하고...내 빈껍데기만 걸어다니는 것 같았어요
    어떻게 삶과 죽음이 단지 그 힘겨운 숨 한 번이 경계일 수 있을까....몇 년 동안 문득문득 밀려오는 하무함에 힘들었어요

    아빠를 부르면 나를 보시는데도
    몰핀 후유증으로 이미 나에게 눈을 맞추지 못하시고 나를 건너 어디 먼 곳을 보셨었죠
    나는 아빠를 보는데....아빠는 나를 보셨을까요
    평소엔 불편해진 몸때문에 거의 인상을 쓰셨는데
    그 날은 아주 말간 얼굴로, 나를 반기는 듯한 눈으로
    바라보셨는데 나를 봤을까요
    전 아빠의 그 얼굴이 지금도 제일 괴롭습니다
    금방 가실 줄 알면서 그런 아기 같은 아빠 얼굴를 보고도 왜 사랑한다는 말 한마디 못했을까요
    맏딸이라 사랑한다는 아빠의 말을 그리 많이 듣고 살았는데 말입니다
    아침부터...마음 힘들어지는 글에 제 무거움까지
    얹어놓게 되네요
    죄송합니다

  • 6.
    '14.4.15 10:10 AM (1.242.xxx.239)

    저희 아버지도 대장암으로 돌아가셨어요‥수술후 5년동안은 산책도 하시고 건강하진 않으셔도 제 기억으론 아프단 말씀 앓는 소리 한번 안하셨는데 서서히 기력만 약해지시다가 5년만에 돌아가셨어요‥그것도 아침에 깨어보니 ‥ㅠ 마치 제 느낌엔 몇년동안 아주 조금씩 서서히 작아지시다가 사라지신것 같은‥돌아가시기 이틀전쯤에 유독 정신이 맑아지셔서 주변 사람 생일 돌아오는것도 챙기시고 그러셨는데 지금 생각해도 그게 참 신비롭게 느껴져요‥그립네요 내아버지 내아빠‥ ㅠ

  • 7. 죽음도
    '14.4.15 10:26 AM (211.177.xxx.213)

    삶의 일부예요.

    별다를것 없어요.

    태어나는것이 삶의 일부이듯 죽음도 삶의 일부예요.

    다만 태어날때 준비되고 축복받는것 처럼 죽을때도 준비되고 축복받으며 죽고 싶을 뿐이죠.

    물론 부모님을 잃은 원글님의 슬픔을 제가 가늠할 수는 없지만

    제죽음에 대해 생각해 보면
    내 주변 사람들의 삶에 어두운 영향을 주지 않았으면 해요.
    기억은 오래하되 좋았던 것들을 오래 기억해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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