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할머니의 예지몽을 언제부터 믿었는지는 모르지만
아마도 우연히 목격한 찰나에 대한 기억이 그리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일찍이 엄마 손에 이끌려 절이란 곳에 다니며
일주문 앞 부리부리한 장군 앞에서 위압감을 느끼면서도 정을 붙였다
27살 내 발로 절을 찾아 대웅전 부처님 앞에서 꺼이꺼이 하면서
아무도 모르는 맘의 안식처로 삼곤했다
그렇다고 종교로서의 가치를 두고 매진한 것도 아니다
종교의 배경인 신화나 불가사의한 영성에 대해선 내 이성이 납득불가다
맘을 깨친 분으로서 부처님을 존경하는 맘 이외엔 뭘 더 기대하고픈 것도 없다
중학교 때 꿈에 엄청 시달렸다
흔히 말하는 가위눌림 정도가 아니라 일상에 지장을 받을 정도였다
그 공포를 이겨낸 건 뜻밖에도 기록이었다
아침에 일어나 간단히 그 말도 안 되는 상황들을 쓰고 나열하면서 곱씹어 갔다
그러는 동안 기괴한 형상들과 뒤죽박죽 발목을 잡고 떨게 만들었던 형체들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냈다
내가 처한 상황과 살아온 때가 질서 없이 지들 맘대로 뒤섞여
알 수 없는 이미지를 만들어내곤 한다는 것을...
시간이 지나면서 그것이 내 정서와 환경의 변화가 만들어낸 적응의 과정이며
애처롭고 불쌍한 욕심을 채워주려는 뇌의 자가충전이라는 것을 안 이후부턴
그 공포와 예지몽이라는 예언에서 벗어날 수 있었다
맞닥뜨려야 할 것을 외면하면 무서워진다
정작 그림자의 실체는 자그마한 돌멩이인데 말이다
꿈은 한낱 꿈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