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집주인 입장이고요.
전세 만기는 지난 3월 말입니다.
원래는 세입자가 더 살기를 원해서 2년 연장하기로 구두로 약속을 했었어요.
그런데 3월 중순에 갑자기 이사를 가겠다고 연락이 왔습니다. (3월말에 계약서만 다시 쓰기로 한 상황)
부부 중 남편되시는 분이 갑자기 지방 발령이 났고, 아내되시는 분은 출산휴가를 받아놓은 상태라 서울 친정으로 들어가 살면서 주말부부를 하기로 했다고요.
전세집을 유지할 이유가 없으니 집을 빼달라고 해서 알았다고 했습니다.
단 시간이 촉박하니 3월 말 만기는 맞추기 어렵고 집이 나가는대로 전세금을 내드리기로 했구요.
저희는 먼 지방에 살기 때문에 세세히 신경쓰기가 어려워 왠만하면 세입자에게 맞춰주고 편하게 가자는 입장이라, 너무 임박해서 저러는 게 당황스럽긴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습니다.
서울 전세난이 심각하다고 매스컴에서 워낙 떠들어대니 집이 금세 나갈 줄 알았고요...
그런데 왠걸, 지금까지 집이 나가질 않고 있어요.
부동산 말로는 3월까지가 전세 피크였고, 그 이후 전세 손님이 뚝 끊긴 상황이라고 합니다.
서울 한복판 용산에 역세권 주상복합이고, 융자 별로 없고, 인테리어는 단지 내 최상이라고 부동산에서 인정합니다.
그런데도 집이 나가질 않네요.
저로서는 세입자 원하는대로 사정을 다 봐준 것 같은데, 세입자는 이제 저를 압박합니다.
남편은 지방에 갔고 아내는 친정에 들어가고 집을 비워두게 생겼으니 답답할 만도 하지요.
저는 저대로, 두 달 이상 계약을 못하고 집을 비워두는 상황이 달가울 리 없는데, 자꾸 저한테 전세금을 낮춰서라도 빨리 빼달라고 합니다.
참고로 전세금은 제가 정한 것도 아니고 부동산에서 시세라고 말하는대로 했고요,
수요 공백상태라 안 나가는 건데 금액 낮추는 게 무슨 의미가 있냐고 합니다.
세입자가 전세금을 받아 급히 써야하는 상황이면 아마 무슨 수든 썼겠지요.
근데 그분들 집주인인 저희보다 훨씬 여유있고, 전세금 빼서 다른 데 전세 얻고 그러는 상황이 아니거든요...
전세 살이도 힘들지만 전세 놓기도 힘드네요.
이분들 직전의 세입자는 정말 대단했어요.
시세보다 너무 싸게 전세를 놓았더니(연장하면서 힘들다 하길래 전세금을 안 올렸더니 몇천 차이가 났어요),
4년 살고 안 나가려고 버티고 집도 안 보여주고 아예 연락을 끊어버려서 정말 쩔쩔맨 적이 있어요.
결국에는 저한테 막 소리지르고 나갔고요...
그때 정말 너무 마음고생을 해서 저는 앞으로 전세는 무조건 시세대로 하자는 입장이 되었구요...
제가 어찌해야 하는지 답답합니다.
경험과 지혜를 나누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