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분이 쓰신 하소연 읽다보니 제 고등동창이 생각나네요.
고3때 한반이었던 친구였는데 지금은 연락두절한지 10년도 훨씬 넘었죠.
그 친구가 돈이 많은집 딸이었는데 엄마가 집안 생계 책임지시고 아버지는 그저
사람좋은 분이셨죠. 하여간... 그 친구랑 친하게 지냈고 저는 인간은 누구나 동등하다
라는 생각을 가진 사람이었습니다. 그런데 그 친구는 늘 저를 하녀 대하듯하더라구요.
말도 함부로 하구요. 저는 늘 외롭고 전학을 많이 다녀서 친한친구가 갖고 싶어서
어린 마음에 그 친구가 그렇게 하는것도 그냥 참아줬습니다.
그땐 정말 자존감이 낮았던거 같아요. 그러다 어학연수를 갔는데 그곳에 그 친구 남동생이 있어서
도움을 좀 받았어요. 그리고 그 동생의 교포 친구를 제가 조금 좋아하게 되었는데
그걸 가지고 제 친구가 저를 얼마나 야단을 치고 난리를 치던지 제가 어떤 액션을 취한것도 아니고
그냥 제 마음을 친구에게 하소연좀 했던거거든요. 하여간 그 이후로 저한테 정말 더 말을 함부로 하고
"넌 참 남자도 잘 좋아한다. 너같은 애는 니가 챙겨주는거 잘 받아주는 남자 만나야 해"하면서
정말 저한테 함부로 했어요.
어떤날은 같이 술쳐먹다 떡이 된 지 친구를 우리집에 내팽개치고 가질 않나.
(저희집이 그때 장사를 해서 부모님이 집에 잘 않계셨거든요. 자기집은 부모님 있어서 못데려간다나..)
하여간 참다참다 좀 멀어졌어요. 그러다 제가 남편을 만나서 결혼하게 되었고 그즈음 연락을 했더니
남편 될 사람 뭐하냐고 물어보더라구요.
S전자 다닌다고 했더니 "뭐 무슨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냐?"하고 묻더군요.
그애 머리속 깊이에는 사람이 계급이있다고 생각해요.
공장에서 일하는 사람이 무슨 죄인가요? 사람만 성실하면 된거죠.
저도 그땐 화가 나더라구요. 그래서 제가 "음.. 연구원이야. S대 나왔어"
그때 그 친구 얼굴표정 일그러지던거 잊을수가 없네요.
자기보다 못한 제가 먼저 결혼하는것도 인정하기 싫었고 학벌좋고 좋은 직장에 키크고 성격좋은
남자한테 시집가는게 어이가 없다는 표정이었습니다.
그랬더니 자기도 S기업 다니는 남자 나이트에서 만났다면서 명함을 보여주더라구요.
그 모습이 정말 웃겼습니다.
결혼식장에 와서 신랑이 동갑인데다가 저한테 너무 자상한거 보더니
"야 너 살좀 빼고 웨딩드레스 입지 "라면서 혀를 끌끌 차더군요.
그때 제가 갑상선 기능저하증을 앓아서 그냥 막 붓고 있었거든요.
잘 알지도 못하면서 끝가지 말 함부로 하는 친구 . 그이후로 한번인가 만나고 끝났습니다.
저희 신랑이 제게 지난 10여년동안 가장 좋은 친구가 되어주었거든요.
살다보면 제일 친한척 하면서 은근 속으로 사람 무시하는 여자들이 있는거 같아요.
더 빨리 끊어내지 못한걸 늘 후회가 되더라구요.
그 친구랑 친구하지 않았다면 제 20대가 더 재미있었을거 같아요.